“위 아닌 옆으로 간 수사” 이태원 특수본, ‘셀프 수사’ 벽 넘을까

국민일보

“위 아닌 옆으로 간 수사” 이태원 특수본, ‘셀프 수사’ 벽 넘을까

참사 한 달, 수사 어디까지 왔나
현장 책임자 책임 묻는 수사에 집중
“수사 성패는 윗선 책임 소재 규명”

입력 2022-11-28 18:37 수정 2022-11-28 19:59
28일 오후 참사 한 달여가 지난 이태원 사고 현장에 취재진이 있다. 연합뉴스

이태원 참사 발생 한 달이 지났지만 참사의 책임 소재 판단을 경찰이 진행하는 수사 결과에만 맡기려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경찰청 특별수사본부가 수사 대상을 옆으로만 크게 넓히면서 정작 윗선의 책임자로 올라가는 수사는 뚜렷한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수본은 28일 “조만간 주요 피의자들에 대한 신병처리도 검토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중점 조사 대상이었던 현장 책임자에게 일차적 책임을 묻는 것으로 수사 ‘전반전’이 마무리된 셈이다. 하지만 일선을 상대로 한 수사는 수사 자체의 난도가 높지 않았다는 게 중론이다. 대부분 공무원 신분이어서 자료 확보나 소환 조사 등 절차 진행이 비교적 용이했다.

앞서 특수본은 출범 다음날인 지난 2일 용산경찰서와 용산소방서, 용산구청 등 지역 기관들을 동시다발적으로 압수수색하며 본격 수사에 돌입했다. 관련 기관들이 핼러윈 행사를 앞두고 사전 대비를 적절하게 했는지, 참사 이후 대응이나 구호 조치는 문제가 없었는지를 전반적으로 살펴보겠다는 취지였다. 그 결과 이임재 전 용산서장이 업무상 과실치사상 및 직무유기 혐의로 입건됐으며, 최성범 용산소방서장과 박희영 용산구청장도 같은 혐의의 피의자가 돼 강도 높은 조사를 받아 왔다.

특수본의 초기 수사 방향에 현장 반발은 거셌다. 특수본은 기초 사실 단계를 다지기 위한 필수적인 절차라고 설명했지만, 정작 더 많은 책임을 물어야 할 윗선은 놔두고 애먼 희생양만 찾는다는 비판이었다. 핼러윈 데이를 앞두고 인파가 예상된다는 취지의 정보보고서를 삭제한 과정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 용산서 정보계장은 피의자 입건 닷새 만에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되기도 했다. 소방노조도 최 소방서장에 대한 수사를 두고 “책임 전가식 꼬리자르기 수사”라고 반발하면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을 특수본에 고발했다. 위로 올라가는 수사를 촉구한 것이다.

이임재(왼쪽 사진) 전 용산경찰서장과 최성범 용산소방서장이 지난 21일 오전 마포구 이태원사고 특별수사본부로 소환되고 있다. 연합뉴스

특수본은 일선 수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서울경찰청과 서울시, 나아가 행안부 등 상급기관에 대한 수사를 본격화할 계획이다. 대규모 군중 밀집이 예상된 행사를 앞두고 적극적으로 기동대 인력을 투입하지 않은 김광호 서울청장에 대한 소환 조사가 임박했다는 전망도 나온다. 직무유기 등의 혐의로 고발된 이 장관에 대한 수사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수사 개시 전까지 특수본에서 통상 절차대로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특수본 수사의 성패는 윗선 수사에 달렸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사고의 원인을 밝히는 것은 그 자체로 크게 어려운 수사는 아니다”며 “이번 수사의 핵심은 법리 구성”이라고 강조했다. 지금까지의 수사를 토대로 책임있는 자리에 있는 인사들에 대한 법적 책임을 어떻게 묻느냐가 관건이라는 얘기다.

윤석열 대통령도 거듭 특수본 수사를 언급하며 “수사를 통한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것이 유족과 국민에 대한 도리”(11월 21일) “철저한 진상 규명에 총력을 다해달라”(11월 22일)고 독려했다. 이는 수사 결과를 토대로 법적 책임 뿐아니라, 정치적 책임 문제까지 따져볼 수 있다는 뜻으로도 읽힌다.

특수본은 안팎의 평가와 압박을 의식한 듯 “조금만 더 지켜봐 달라”고 당부했다. 대변인인 김동욱 총경은 “국민이 보시기에 다소 지지부진하다고 느껴질지도 모르겠지만 형사 책임을 묻기 위한 수사를 위해 차근차근 단계를 밟고 있다”고 말했다.

김판 기자 p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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