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롱 환자’ 탓… 내년 실손보험 ‘폭탄 고지서’ 받나

국민일보

‘나이롱 환자’ 탓… 내년 실손보험 ‘폭탄 고지서’ 받나

입력 2022-12-08 16:08
이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 없음. 연합뉴스

병원 치료비의 일부를 보장하는 실손의료보험 손해율이 올해 상반기에도 130%에 육박할 정도로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보험업계가 실손보험료로 100만원을 받은 뒤 보험금으로 130만원을 내줬다는 의미다. 이를 정상화하려면 실손보험료를 향후 5년간 매년 21%씩 인상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보험연구원은 8일 ‘실손보험 정상화를 위한 과제 세미나’를 열고 올해 상반기 1~4세대 실손보험 평균 손해율이 127.9%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최근 5년간 1~4세대 실손보험 평균 손해율은 2018년 121.2%에서 2019년 133.9%, 2020년 129.9%, 2021년 130.4% 등 130% 선을 오르내리며 개선되지 않고 있다.

3세대 실손보험 손해율 상승세가 특히 뚜렷하다. 4년 전인 2019년에는 99.4%로 100%를 밑돌았는데 이듬해(103.6%) 돌파하더니 지난해 116.2%, 올해 상반기 127.1%까지 치솟았다. 이에 따라 내년에는 최근 5년간 동결됐던 3세대 실손보험료까지 인상될 가능성이 있다.

건강보험에서 보장하지 않는 비급여 항목에 실손보험금 지급이 집중되고 있는 탓이다. 도수 치료와 영양제 등 비급여 약제, 오(O)자형 다리 교정술, 하지 정맥류 수술, 자궁근종 등 ‘하이푸 시술’, 재판매 가능 치료 재료, 비염 등 ‘비밸브 재건술’, 갑상선 결절 등 ‘고주파 절제술’, 유방암 등 수술용 장비 ‘맘모톰’ 9개가 실손보험금 지급이 몰리는 비급여 항목이다.

9대 비급여 항목에 지난 한 해 동안 지급된 실손보험금은 2조1000억원으로 전체 보험금(10조6000억원)의 20%가량을 차지했다. 현 수준의 상승률을 유지할 경우 9대 비급여 항목에 지급되는 실손보험금은 2026년 6조9000억원으로 현재의 3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비급여 항목은 대표적인 실손보험 관리 사각지대다. 의료 행위는 유사한데 병원별 가격 편차가 상당히 크다. 예를 들어 백내장 수술에 쓰이는 ‘조절성 인공 수정체’의 가격 차이는 병원별로 600만원(30만~635만원) 이상 벌어진다.

일부 병원이 질병이나 진단명과 무관한 검사를 시행하거나 약제를 과잉 처방하는 실정인데 진료 적정성을 평가하는 기준도 없다. 병원에서 비급여 항목 명칭을 멋대로 입력하는 등 문제가 많아 정확한 통계조차 잡히지 않는다. 병원과 보험사 간 실손보험 청구 통로가 전산으로 연결돼있지 않은 점도 관리를 어렵게 하는 요인 중 하나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지 않을 경우 향후 5년간 실손보험 누적 위험 손실액은 30조원까지 불어날 전망이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실손보험 위험 손해율을 100% 아래로 낮춰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보험료를 매년 21% 이상 인상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보험업계는 눈치를 살피고 있다. 내년 실손보험료를 10%대 인상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물가를 밀어 올릴 수 있는 탓에 정치권과 금융당국이 반대 의사를 표해서다. 실손보험료는 2017년 21% 오른 뒤 2018·2019년에는 동결됐다. 2019·2020년에는 6~7%, 지난해에는 10~12% 각각 상승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원래 실손보험료는 손해율 상승분만큼 올릴 수 없다. 내년에는 한 자릿수 후반 인상률이 적용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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