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끄럽고 냄새나는 비닐하우스 보호소, 방치할 건가” [개st인터뷰]

국민일보

“시끄럽고 냄새나는 비닐하우스 보호소, 방치할 건가” [개st인터뷰]

국내 최초 ‘원헬스’ 개념 적용한 동물보호소 완공
보호소 설계한 반려견주택연구소 박준영 대표

입력 2022-12-31 00:04 수정 2022-12-31 00:04
경기도 김포의 동물구조단체 세이브코리언독스 부지에 국내 최초로 ‘원헬스(One Health)’ 개념을 적용한 동물보호소가 문을 열었다. 사진은 김나미 단체대표(왼쪽)과 공사를 총괄한 정환종합건설 김용익 이사(오른쪽). 이성훈 기자

“제가요, 동물보호소를 12년 운영하면서 겨울을 넘기는 게 너무 힘들었어요. 아침이면 물이랑 사료를 들고 견사를 한 바퀴 도는데 단열이 안 되니 개들이 얼어붙은 물그릇을 핥다가 혓바닥이 달라붙어서 울고 있더라고요. 방음도 안 돼서 시끄럽다고 매년 수십 건씩 항의를 받았어요. 그런데요, 이번에 보호소를 새로 짓고는 그런 걱정이 싹 사라졌어요. 이게 15평짜리라 앙증맞지만 30마리나 들어가고, 단열 잘되지, 방음도 잘되지 아주 듬직합니다”
-동물구조단체 세이브코리언독스 김나미(65) 대표

지난 27일, 경기도 김포의 동물구조단체 세이브코리언독스 부지에 국내 최초로 ‘원헬스(One Health)’ 개념을 적용한 동물보호소가 문을 열었다. 원헬스는 사람과 동물 모두에게 최적의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일본과 영미권 동물보호소에 널리 쓰이는 선진 기법으로, 원헬스가 적용된 보호소는 방음 및 단열, 미끄럼방지, 화재방지 설비 등이 갖춰져 있다.

신축 보호소를 소개하기에 앞서 김 대표는 200m 떨어진 구(舊) 보호소로 향했다. 흙바닥에 철골을 세우고 비닐을 덧씌운 비닐하우스 구조였다. 단열이 전혀 되지 않아 바닥 곳곳에는 얼음이 얼어 있고, 말을 할 때마다 새하얀 입김이 새어 나왔다. 특이하게도 100평 너비의 앞마당에는 150여 그루의 사과나무 묘목을 심어 놓았다. 김대표는 “개짖음 소음으로 인한 민원을 피해서 외딴 농지에 나무를 심고 보호소를 꼼수로 운영하는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유기동물에게 겨우 피신할 공간만 마련해준, 가장 흔한 형태의 사설 동물보호소였다.

국내 유기동물보호소 대부분은 비닐하우스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겨울이면 물이 얼고 여름에는 폭염에 노출된다. 또한 인화성 소재로 감싼 탓에 화재에 취약해 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이성훈 기자

농림축산검역본부의 ‘2021년 반려동물 보호·복지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국 동물보호센터는 269개소로, 지자체의 직영보호소 57곳과 유기동물을 임시로 보호하는 위탁 동물병원을 제외하면 대다수는 세이브코리언독스의 옛 보호소처럼 비닐하우스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이런 보호소는 화재에 특히 취약해 2018년 안성 평강공주보호소, 2021년에는 배우 이용녀씨가 운영한 유기견보호소가 화재로 소실되는 등 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반면 원헬스 보호소는 최신 조립식 전원주택으로 착각할 만큼 외관이 깔끔했다. 김 대표 안내를 따라 새로 오픈한 보호소를 둘러봤다. 15평 복층구조로 규모는 작아 보였지만 그 안에 30마리를 수용할 수 있는 견사와 격리실, 직원 휴게공간까지 모두 갖췄다. 김 대표가 철문을 열자 견사에서 쉬고 있는 10여마리의 유기견과 출산한 새끼에게 젖을 물리는 격리실 어미개가 눈에 띄었다. 내부에서도 동물보호소하면 떠오르는 귀가 터질듯한 소음과 지독한 배설물 냄새를 전혀 느낄 수 없었다.

원헬스 개념이 적용된 세이브코리언독스의 새 보호소 모습. 15평형으로 작지만 단열, 환기 등 동물복지 기능을 비롯해 동물보호소의 고질적인 문제인 소음을 차단하는 기법이 적용됐다. 이성훈 기자

2층에는 봉사자가 휴식과 식사를 겸할 수 있는 휴게공간도 마련돼 있었다. 기존 보호소들은 휴게공간이 없어 흙바닥에 종이박스를 깔고 앉아야 할 만큼 열악한데 이를 보완한 것이다. 보호소 시공을 담당한 정환건설사 관계자는 “보호소가 지속가능하려면 봉사자에게도 충분한 휴식과 단열을 제공해야 한다”며 “실내온도는 20도를 유지할 정도로 단열이 잘 되고, 외벽에는 방음 소재를 3중으로 깔아 개짖음으로 인한 이웃 피해를 최소화했다”고 덧붙였다.

원헬스 동물보호소를 설계한 반려견주택연구소의 박준영 대표는 “미국 영국 일본의 동물보호소를 조사해 국내에 적합한 기준을 만들었다”며 “연말 자재비가 40%나 급등해 보호소 면적을 32평에서 15평으로 축소했으나, 열악한 조건에서도 한국형 동물복지 보호소의 첫걸음을 디뎠다는 데 의미를 두고 있다”고 전했다. 다음은 박 대표 인터뷰.

-동물보호소 시공은 수익성을 기대하기 어려워 보이는데, 도전한 이유는

“동물보호소에서 봉사활동을 하던 중 원헬스 분야 연구로 유명한 한국성서대 김성호 사회복지학 교수와 여러 차례 협업했다. 재능기부 차원에서 사설보호소 여러 곳을 수리했는데 맨땅에 비닐하우스를 세운 수준이더라. 견사에 물그릇을 넣어주면 10분도 되지 않아 물이 꽁꽁 어는 충격적인 처지의 보호소도 많았다. 짖음 소음으로 인한 이웃 민원도 매년 수십 건씩 들어온다고 했다. 기본적인 단열과 소음차단이 되지 않으니 사람도 동물도 고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김 교수가 원헬스 개념을 적용한 보호소를 직접 만들어볼 것을 제안했고, 당장 새 보호소를 지어야 하는 동물단체로 세이브코리언독스를 소개해줬다. 그렇게 국내 첫 원헬스형 동물보호소 설계에 나서게 된 것이다. 건설 단계에서는 협력사들도 도와줬다. 시공사의 청구서를 살펴보니 인건비를 제하고 사실상 자재비만 요청했고, 1000만원 상당의 자재도 기부했더라. 그 외 공항 바닥에 타설하는 고무 마감재와 같은 고급 소재를 후원해준 업체도 있다.”

-보호소에 적용된 원헬스 기준을 소개하자면

“원헬스란 인간과 동물, 환경은 하나로 연결돼 있다는 접근법이다. 사회적 최약자인 동물이 고통받는 상황은 인간과 자연에도 위협적이며, 자연이 망가지면 언젠가는 인간과 동물에게도 그 여파가 미친다. 따라서 셋이 공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원헬스 공법의 목표다. 동물보호소를 개선하는 것은 동물만이 아니라 인간에게도 이롭다. 보호소 외벽에 방음 소재를 넣고, 바닥에는 미끄럼 방지 패드를 깔아놓았다고 하자. 1차적으로는 유기견들을 외부소음으로부터 보호하고, 유기견들의 무릎 관절을 보호할 수 있다. 동시에 이웃의 소음피해를 해소하고 보호소를 찾아온 봉사자들도 미끄럼 사고 없이 안전하게 일할 수 있다. 해외 사례를 조사한 결과, 미국·영국·일본의 보호소는 동물과 인간 복지를 모두 충족하는 원헬스 기준을 준수하고 있다.”

영국 애버딘 동물보호소의 내부 모습. 동물의 휴게공간과 별도의 놀이공간을 배치하고, 단열과 방음 공법이 적용되는 등 원헬스 개념을 적용한 모범 사례이다. 반려견주택연구소 제공

-원헬스 공법이 적용된 동물보호소가 기존 보호소와 다른 점은

“원헬스 보호소의 핵심은 동물과 사람 모두의 스트레스를 낮추는 것이다. 첫째 목표는 유기동물에게 우수한 생활환경을 제공하는 것이다. 적어도 보호소 내에 있을 때는 편하게 쉬고 잘 수 있어야 하고, 그러려면 외부소음을 차단하고 실내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해야 한다. 다음으로 보호소 직원과 봉사자들이 편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 보호소가 10년, 20년 꾸준히 운영되려면 그곳에서 일하는 분들에게도 좋은 조건이어야 한다. 따뜻한 물이 나오고, 원할 때는 쉴 수 있게 휴게공간도 갖춰야 한다. 이웃 주민에게 소음피해를 주지 않도록 방음 설비를 갖추는 것도 중요하다.

일본 환경성이 발표한 개 짖음으로 인한 소음 측정치. 동물보호소의 소음지수는 항공기 이륙음과 비슷한 수준(110㏈)이다. 방음 설비를 적용하면 일상 대화 수준(50㏈)까지 낮출 수 있다. 반려견주택연구소 제공

소음 문제를 예로 들겠다. 일본 환경성에서 소형 및 대형견 11종의 짖음 소음을 측정한 결과, 소음 크기가 70~95㏈로 나왔다. 개들이 모여있는 보호소의 측정값은 110㏈에 가까운데 이는 항공기 이륙음과 비슷한 수준이다. 그 커다란 소음에 일상적으로 노출되는 동물과 이웃 주민들의 고통은 말할 수 없을 정도다. 그런데 방음 설비를 적용하면 옆 사람과 대화를 나누는 수준인 50㏈로 줄일 수 있다. 이는 현행 건축법에서 허용한 주야 소음 기준에도 부합한다. 그런데 동물보호소에는 방음 설비를 적용하기 까다롭다. 일반 주택처럼 벽체 마감만 잘해서 되는 게 아니고 방음의 반대 개념인 환기도 잘 돼야 한다. 소음이 새나가고 열 손실이 큰 일반적인 환기구는 설치할 수 없어서 환기 유닛이라는 특수 설비를 고안했다.”

-국내 동물보호소들은 기피시설로 접근성이 좋지 않다. 원헬스 개념을 도입하면 접근성 좋은 곳으로 진출할 수 있을까

“미국에서는 매년 100만 마리 넘는 유기견이 발생하고 있다. 그렇지만 미국인들은 유기견을 입양하려는 사람도 많고 보호소에 대한 거부감이 적어서 접근성 좋은 곳에 보호소가 있다. 일본만 해도 47개 도도부현 가운데 개체수 관리 차원의 안락사 건수가 0에 수렴한 지자체가 여럿 등장했다. 일본의 유기동물보호소는 비록 주거지역은 아니지만 접근성 좋은 위치에 있어 가족과 연인들이 산책이나 소풍 장소로 즐겨 찾는다. 동물보호소와 시민 생활의 접점을 만든 좋은 사례다. 우리도 시민들이 쉽게 방문할 수 있는 입지에 보호소가 들어서도록 충분히 검토하고 연구해야 한다. 그러려면 유기동물의 복지뿐만 아니라 이웃 주민, 봉사자의 복지를 모두 지킬 수 있는 보호소를 만드는 것이 우선이다.”

김포=이성훈 기자 tell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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