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네 그림 속 ‘희뿌연’ 하늘은 대기오염 탓이었다

국민일보

모네 그림 속 ‘희뿌연’ 하늘은 대기오염 탓이었다

입력 2023-02-01 18:34
클로드 모네의 1871년 작품 '웨스트민스터 다리 밑 템스강'. 구글 아트앤컬처 홈페이지 캡처

시시각각 변하는 빛과 색을 화폭에 담고자 했던 인상주의 작품의 특색인 희뿌연 하늘이 산업혁명으로 오염된 유럽의 대기를 표현한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인상파 화가인 윌리엄 터너와 클로드 모네의 그림에 나타난 화풍과 색상 변화를 공기 오염과 연결해 분석한 연구 결과가 31일(현지시각) 실렸다.

연구진은 터너가 1796∼1850년에 그린 작품 60점과 모네가 1864∼1901년에 그린 작품 38점을 분석한 결과 당시 유럽의 대기 오염이 심해지면서 두 화가의 작품도 점점 더 흐릿해졌다고 결론 내렸다.

인상파 화가들이 활동하던 20세기 초반 영국 런던의 뿌연 하늘을 담은 사진. 구글 아트앤컬처 홈페이지 캡처

영국에서 태어난 터너(1775∼1851년)와 프랑스의 모네(1840∼1926년)는 서유럽에서 산업혁명이 한창이던 18∼20세기 초반 활동했다.

석탄을 연료로 태우는 공장들이 이산화황 등 오염물질을 뿜어냈고 대기에는 미세입자인 에어로졸이 가득했다.

에어로졸은 태양에서 오는 방사선을 흡수하고 분산하는데 방사선이 분산되면 먼 곳에 있는 물체 간 명암과 색의 차이가 줄어들면서 물체 간 경계를 분별하기 어렵게 된다.

에어로졸은 또 눈으로 볼 수 있는 가시광선을 흩어지게 만들어 낮에 색조와 빛을 더 강렬하게 만든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연구진은 터너와 모네의 그림에서 묘사한 사물의 윤곽이 배경과 비교해 얼마나 뚜렷한지를 수학모델을 활용해 분석했고, 대기에 이산화황 농도가 증가함에 따라 사물의 윤곽도 더 흐릿해졌다고 밝혔다.

또 시간이 지나면서 작품이 더 강한 하얀 색조를 띠게 됐는데 이 또한 대기 오염으로 인한 에어로졸과 연관이 있다고 분석했다.

윌리엄 터너의 초기작 '달링턴 백작의 루비성'(위쪽)과 후기작 '비, 증기, 그리고 속도'(아래쪽). 구글 아트앤컬처 홈페이지 캡처

연구진이 그림 속 풍경의 가시성을 측정한 결과 터너가 1830년 전에 그린 작품에서는 가시성이 평균 25㎞지만 1830년 이후에는 평균 10㎞로 줄었다.

모네도 초기 작품의 가시성은 평균 24㎞였지만, 이후 작품에서는 1㎞로 떨어지기도 했다.

연구진은 제임스 휘슬러, 구스타브 카유보트, 카미유 피사로, 베르트 모리조 등 다른 인상파 화가 4명의 작품 18점을 분석한 결과에서도 비슷한 결론을 내렸다.

연구진은 “더 흐릿한 윤곽과 하얀 색조로 바뀐 화풍은 대기 내 에어로졸 농도 증가로 인한 시각적 변화와 일치한다”며 “이런 결과는 터너와 모네의 작품이 산업혁명 당시 대기 환경 변화의 요소를 포착했음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모네가 대기 오염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사실을 외부 자료를 통해서도 확인하려고 했다.

모네는 1900년 3월 4일 아내에게 보낸 편지에 “런던에서 가장 좋아하는 것은 안개”라며 “일어나서 단 한 조각의 안개도 없는 것을 보고 겁이 났다. 몸을 가눌 수 없었고 이제 내 작품은 모두 끝장났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곧 불이 들어왔고 연기와 연무가 돌아왔다”고 적었다.

터너와 모네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시력에 이상이 생겨 사물을 흐릿하게 보게 됐고 이것이 화풍으로 연결됐다는 이론도 있지만, 연구진은 이를 반박하기도 했다. 연구진은 터너의 말기 그림을 분석, 그가 배경은 흐릿하게 처리한 데 비해 그림 전경의 물체는 윤곽을 뚜렷하게 묘사한 것을 발견했다. 모네는 인상주의 화풍으로 그리기 시작한 지 수십년이 지나서야 백내장이 발병했다.

김은초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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