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뚝 타고 72시간 잠복도…유기동물 구조의 달인들 [개st인터뷰]

국민일보

굴뚝 타고 72시간 잠복도…유기동물 구조의 달인들 [개st인터뷰]

‘동물농장’ ‘세나개’가 찾는 동물구조대 ‘리버스’
“구조 100%의 비결? 구조할 때까지 출동하기 때문”

입력 2023-02-04 00:03
개st인터뷰는 유기, 학대 등 위기상황의 동물을 돕는 각계 전문가를 만나는 기획입니다. 동물 구조대, 동물사건 변호사, 수의사, 행동전문가 등이 전하는 생생한 현장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유튜브 개st하우스를 구독해주세요

동물구조단체 리버스의 구철민(왼쪽) 김용환(오른쪽) 공동대표 모습. 단체명 리버스(ReBirth)란 구조(Rescue)를 통해 위기의 생명이 거듭난다(Birth)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성훈 기자

여유로운 주말 아침 TV를 켜면 종종 나타나는 낯익은 두 남자. 고양이를 구하기 위해 5m 깊이의 비좁은 굴뚝을 타고 내려가고, 내장이 빠진 채 북한산을 떠도는 탈장견을 포획하기 위해 영하 20도 혹한 속에서 72시간 동안 야외 잠복도 피하지 않는다. SBS ‘동물농장’, EBS ‘세상에나쁜개는없다(세나개)’ 같은 동물 예능프로그램에서 고난도 구조 사건에 부딪칠 때면 반드시 찾는다는 두 사람. 바로 동물구조대 리버스(ReBirth)다.

리버스를 운영하는 구철민(47)·김용환(37) 공동대표는 국내 최고의 구조 전문가로 통한다. 구 대표는 리버스를 “모두가 구조를 포기한 동물을 구조하는 단체”라고 소개한다. 유기, 학대, 유실 등 다양한 이유로 사람의 품을 벗어난 동물들, 그중에서도 경계심이 강해 지자체 유기동물 포획팀이나 동물구조단체가 여러 차례 구조에 실패한 사례들이 리버스 온라인 창구에 접수된다.

리버스는 2020년 창립한 이래 매년 100건 정도 출동해 지금까지 100% 구조에 성공했다. 김 대표는 100% 구조 성공률의 비결에 대해 “열 번이든 스무 번이든 한번 받은 제보를 해결할 때까지 출동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될 때까지 구한다’가 리버스의 원칙인 셈이다. 물론 의욕만으로 되는 건 아니다. 원격 포획틀 같은 기술력과 노하우가 뒷받침됐기 때문에 가능했다. 리버스가 자체 개발한 포획틀은 원격카메라 및 리모컨을 장착해 1㎞ 거리에서 조작할 수 있는데 덕분에 구조 성공률이 획기적으로 높아졌다. 국내 동물단체들이 앞다퉈 제작을 요청한다고.

구조에만 매달리니 늘 살림은 빠듯하다. 김 대표는 “소액 후원에 의존하다 보니 늘 운영난에 시달리지만 형편이 넉넉지 않은 시민도 동물 구조를 요청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뿌듯함으로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리버스의 두 대표는 지난달 25일 경기도 평택의 리버스 본부이자 애견 동반카페인 ‘리브어스’에서 국민일보를 만나 그간의 어려움과 구조과정에서 겪은 일 등 지난 3년간의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늘 현장에 있어 인터뷰 섭외가 어렵던데 연평균 출동 건수는 얼마나 되나

“대략 1년간 100건 출동해 320마리를 구조했다. 출동보다 구조한 숫자가 많은 것은 한 번에 모견과 새끼 여럿을 구조하는 경우, 불법 개농장에서 수십 마리를 한 번에 구조하는 때도 있어서다. 구조한 동물의 90%는 개이고 나머지는 고양이였다. 의외인 건 이중 유기 혹은 피학대 동물은 30% 정도에 불과하다는 거다. 나머지 70%는 보호자의 실수로 잃어버린 유실견이었다. 다수는 유기견을 입양한(혹은 임시보호한) 초기에 무리하게 산책을 하다가 줄을 놓치는 실수를 하고 구조를 의뢰한 경우였다. 보호자와 신뢰가 형성되기 전에 산책을 하다보니 개가 탈출을 시도하는 것이다. 유실견들은 사람과 한동안 생활했기 때문에 영리한 데다 보호자가 아는 척을 해도 도망 다니는 경우가 많아 유기견보다 더 잡기 어렵다. 의뢰인들은 죄책감 때문에 생업도 내려놓고 유실견을 찾으려고 노력한다. 그 절박함을 이해하기에 같은 현장에 열 번이나 출동해서 겨우 포획한 유실견도 있었다. 잡을 때까지 출동하기 때문에 리버스의 구조 성공률은 100%이다. 유실 사태를 예방하려면 충분히 교감하기 전에 무리한 산책을 하지 말고, 입양 혹은 임보 초기에는 목걸이에 위치추적이 되는 블루투스 태그 제품을 부착하기를 권한다.”

-리버스가 국내 최초로 개발한 원격 포획틀을 소개하자면

“2015년부터 2020년까지는 동물자유연대라는 시민단체의 구조팀으로 일했다. 그때만 해도 대형 승합차에 숨어서 노끈을 붙잡고 대기하다가 동물이 들어오면 잡아당겨서 포획틀 문을 닫았다. 너무 힘들었다. 화장실도 못 가고 몇 시간씩 줄을 붙잡고 있어야 했으니까. 이걸 자동화하는 방법은 없을까 고민하다가 2020년 초 장비를 개발했다. 감시카메라로 주시하다가 리모컨 버튼을 누르면 포획틀 문이 닫히는 방식인데, 초기에는 사거리가 30m밖에 안 나왔지만 이젠 1㎞까지 나온다. 포획틀에도 제작 노하우가 있다. 철조망, 그물 등은 동네 테니스장이나 학교 울타리 등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재로 만들어 동물의 경계심을 낮췄다. 또한 포획틀 문이 닫힐 때 동물의 끼임사고를 예방하고 탈출을 방지하는 장치도 달았다. 그 결과 구조 확률도 높아지고 구조대도 덜 고생하게 됐다. 구조 과정에서 동물의 트라우마도 최소화할 수 있었다.

자랑 같지만 국내 동물단체들이 사용하는 포획틀은 모두 리버스에 제작 요청을 한 것이거나 모방해서 만든 제품들이다. 실제로 어설프게 모방한 사설 업체들이 구조에 실패해서 저희가 어렵게 재차 구조에 나서는 경우들이 종종 있다. 몰래 모방할 필요가 없다. 위기의 동물을 위한 선의의 활동을 하는 분이라면 무료로 저희의 구조 노하우를 전수해드리겠다.”

동물구조대 리버스가 떠돌이개를 구조하는 모습. 구조 및 돌봄 비용은 지역주민 50여명의 모금으로 마련했다고. 주민들이 2개월간 사료를 주며 구조장소에 정착시킨 덕분에 누더기개는 하루 만에 무사히 구조됐다. 동물구조단체 리버스 제공

-의뢰인에게는 어느 정도의 비용을 받나

“의뢰비는 40만~50만원이며 보통 1박2일 안에 구조에 성공한다. 종종 다섯 번, 열 번 재차 출동하는 경우들이 있는데 그렇다고 추가 비용을 요구하지 않는다. 대원들의 급여와 장비 비용, 기름값, 식비 등으로 매달 1000만원가량 비용이 발생하는데 이 모든 걸 의뢰비만으로는 감당할 수 없다. 영리 목적으로 운영하는 몇몇 사설 구조업체는 출동 건마다 150만~200만원을 받는다고 한다. 저희는 시민단체이기 때문에 추가 비용은 회원 100여 명의 정기후원금으로 충당하고 있다.

후원자들에게 늘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다. 저희도 한 가족의 가장이고 누군가의 아들이며 삶을 꾸려야 한다. 봉사정신만으로는 이 일을 할 수 없다. 만약 생계를 유지하기 어려울 정도로 월급이 불안정한 시점이 오면 구조 일을 그만둘 계획이었는데 시민 후원 덕분에 아직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SBS ‘동물농장’, EBS ‘세상에나쁜개는없다’ 같은 TV프로그램에 출연하면 단체 운영에 도움이 되나

“우선 ‘동물농장’과 ‘세나개’는 모두 좋은 TV프로그램이다. 다만 그 진행에 있어 약간의 차이는 있다. ‘세나개’는 한 마리의 유기동물에 대해서 기획, 제작까지 1~2개월을 투자한다. 그 아이(유기동물)를 구조하고 이후 치료하고 문제행동을 교육하는 전체 과정을 보여주는 식이다. 동물농장같은 경우는 저희가 100건 이상 출연했는데, 유기동물의 사연을 소개하고 포획까지 1주일 정도 촬영한다. 특히 구조장면을 잘 담아내기 위해서 저희에게 자문을 많이 구하는 편이다.

다만 ‘동물농장’이나 ‘세나개’에 출연한다고 해서 후원자가 증가한다든지 하는 실질적인 이득은 전혀 없더라. 저희가 평소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통해 구조현장을 중계하는데 여기 채널 구독자도 별로 늘지 않아 아쉽다. 저희가 한번 구조 라이브방송을 하면 10시간씩 길게 한다. 문제는 명색이 동물채널인데 8시간, 10시간 기다려도 주인공(동물)이 등장을 안 한다(웃음). 나와도 구조되는 순간, 길어야 3분, 5분 그렇게 아주 짧게 등장하고 (만다). 그래서 후원자나 구독자가 잘 늘어나지 않는 것 같다.”

SBS 동물농장 의뢰로 5m 깊이 굴뚝에 빠진 고양이를 구조할 당시 동물구조대 리버스의 활동 모습. 유튜브 애니멀봐 갈무리

-3년간 단체를 운영하며 가장 힘들었던 출동은

“2021년 2월 북한산을 떠돌던 탈장견 로켓이를 구조할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녀석은 30㎝가량 내장이 튀어나온 채 죽어가던 상황에서 등산객들이 던져주는 음식으로 겨우 연명하고 있었다. 딱한 사연을 알게 된 국내 동물단체부터 지자체, 사설 구조업체까지 나섰으나 모두 구조에 실패한 상황이었다. 저희는 로켓이를 구조하기 위해 서울 을지로에서 찾은 대형그물을 엮어 70m 둘레의 원격 포획망을 제작했다. 40㎏가량 되는 구조장비를 짊어지고 해발 870m 지점까지 등산을 했다.

포획망을 설치하고 기다릴 곳이 없어서 바위 위에 숨었는데 그때 영하 25도였다. 그곳에서 1박을 하고 나니 얼어 죽을 것 같았는데 다행히 북한산 관리공단 측에서 150m 떨어진 곳의 사무실을 빌려줬다. 원격 리모컨의 사정거리가 닿아 실내에서 포획망을 감시했고, 잠복 3일 만에 로켓이를 포획하는 데 성공했다. 녀석은 체중 30㎏였는데 탈장 부위의 썩은 내와 피비린내가 진동했다. 이동장에 로켓이를 싣고 산에서 내려오는데, 겁먹은 로켓이가 요동치는 바람에 돌을 잘못 밟고 몇 번이나 고꾸라질 뻔했다. 구조에 성공한 뒤 심한 몸살을 앓았지만 당시 운영난이 심각했기 때문에 하루만 쉬고 다시 구조현장으로 출동했던 기억이 난다.”

동물구조대 리버스가 구조한 북한산 탈장견 '로켓이' 모습. 삐져나온 내장이 부푼 채 죽어가던 로켓이를 구하기 위해 리버스팀은 40㎏넘는 장비를 짊어지고 영하 25도의 북한산에서 72시간을 잠복했다. 리버스 제공

탈장견 로켓이가 포획되는 순간. 이후 로켓이는 익명 의뢰인의 후원으로 탈장 제거수술을 무사히 받은 뒤 현재는 행동전문가에게 맡겨져 사회화 교육을 받으며 입양자를 모집(인스타그램 3nbong)하고 있다. 리버스 제공

-구조된 이후 동물의 삶은 어떻게 되나

“구조 이후의 더 행복한 삶, 그것 때문에 동물을 구조한다. 구조된 동물이 누군가의 반려동물로 살아가거나 혹은 더 안전한 보호처에서 지낼 수 있다는 약속이 있어야만 구조 의뢰를 받아들인다. 알려져있듯 공공보호소에 의해 구조된 유기동물은 안락사가 되는 경우가 많다. 동물보호단체 보호시설도 앞서 구조한 동물들로 대부분 포화상태다. 이런 이유 때문에 구조요청을 거절할 때가 많다. 이러한 상황을 이해하고 동물의 구조 이후의 삶을 책임지려는 사람들이 리버스에 구조를 의뢰한다고 이해하면 된다.”

이성훈 기자 전병준 기자 최민석 기자 tell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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