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시간 동생 안고 “꺼내주세요”… 전 세계 울린 시리아 소녀

국민일보

17시간 동생 안고 “꺼내주세요”… 전 세계 울린 시리아 소녀

입력 2023-02-08 18:43 수정 2023-02-09 16:06
지진 잔해 속 동생을 보호하고 있는 소녀. 트위터@AlmosaZuher

지진 발생 사흘째를 맞은 튀르키예와 시리아에서는 고통과 슬픔 속에서도 희망을 품게 해주는 기적이 잇따르고 있다. 구조대원들은 영하 6도의 강추위 속에서 맨손으로 건물 잔해를 파헤치며 필사의 구조 활동을 펼치고 있다.

7일(현지시간) 폐허가 된 시리아 북서부 진데리스에선 숨진 엄마와 연결된 탯줄을 단 신생아가 구조돼 전 세계를 감동시켰다. CNN 등 외신에 따르면 이곳의 무너진 5층 건물의 잔해물을 걷어내던 주민 칼릴 알스와디는 구덩이에서 탯줄을 단 아기를 발견했다. 알스와디는 “친척들이 살던 건물 잔해를 파헤치다가 아기 울음소리를 들었다”며 “여성의 다리 사이에 있던 탯줄을 자르고 곧바로 병원으로 이송했다”고 말했다. 다만 아기의 어머니는 출산 직후 숨졌고 아버지 등 다른 가족도 지진으로 사망해 아기는 태어나자마자 고아가 됐다.

건물 잔해 밑에 깔려 17시간 동안 남동생을 지킨 소녀의 사연도 주목받았다. 현지 매체 기자 주허 알모사는 트위터에 무너진 지붕에 깔려 구조를 요청하는 한 남매의 영상을 공개했는데, 엎드린 채로 잔해에 깔린 한 소녀가 동생의 머리를 한 손으로 힘겹게 떠받치며 보호하는 모습이 담겼다. 이 소녀는 구조대가 오자 “저를 꺼내주면 평생 당신의 노예가 되겠다”고 호소했다. 다행히 남매는 무사히 구조돼 현재 보호소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구출된 신생아의 모습. AP연합뉴스

그러나 대부분 피해지역에선 가족을 찾아 헤매는 생존자들의 절규가 계속되고 있다. 시신 수습 등도 늦어지면서 튀르키예 동남부 하타이는 길거리 곳곳에 시신이 방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부모를 잃고 실종된 사촌을 애타게 찾고 있는 하타이 주민 압둘카디르 도간은 로이터통신에 “사촌은 잔해에 깔려 있고 저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울음을 터뜨렸다. 튀르키예 동남부 카라만마라슈에선 무너진 건물 잔해에 깔려 숨진 딸의 손을 놓지 못한 채 그 곁을 지키는 아버지의 모습이 포착되며 많은 이들을 안타깝게 했다.

영하의 추위와 계속되는 여진으로 구조 작업이 지연되며 ‘골든타임’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지진 발생 후 72시간까지를 골든타임으로 간주하는데, 48시간 이후 사람의 체온이 급격하게 떨어지기 때문에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전했다.

거리에 내몰린 이재민들은 부서진 가구를 태워 몸을 데우며 직접 식량을 찾아 나서고 있다. 안타키아 인근 이스켄데룬 대피소의 한 여성은 간이침대와 빵 몇 조각을 지원받은 뒤로 현재까지 추가 구호품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구조대원이 아기를 구조하는 모습.로이터연합뉴스.

튀르키예, 시리아 주민들은 가족과 이웃을 찾기 위해 구조 장비 없이 건물 잔해를 파헤치고 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튀르키예 동부 말라티아에서 맨손으로 건물 잔해를 들어 올리던 사비하 알리낙은 “시댁 손자들이 여기에 있다”며 “이틀간 이곳에 있었는데 정부는 어디에 있느냐”고 호소했다.

사망자는 계속 늘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튀르키예, 시리아 두 나라에서 최소 8700명이 이번 지진으로 사망했다. 튀르키예에서 최소 6234명, 시리아에서 2530명이 사망했다. 부상자는 4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보인다. 반군이 장악한 시리아 북부는 통계가 제대로 집계되지 않고 있어 실제 피해는 더 심각할 것으로 보인다.

박재현 기자 j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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