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의 바다로 떠났다”… ‘은하철도999’ 만화가 별세

국민일보

“별의 바다로 떠났다”… ‘은하철도999’ 만화가 별세

마쓰모토 레이지, 급성 심부전으로 16일 별세
‘천년여왕’·‘우주해적캡틴 하록’ 등도 인기

입력 2023-02-20 15:41
‘은하철도 999’의 원작 만화가 마쓰모토 레이지. 연합뉴스

1970년대 일본 애니메이션 붐을 일으켰던 ‘은하철도999’의 원작 만화가 마쓰모토 레이지(松本零士)의 별세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향년 85세.

일본 교도통신은 지난 16일 마쓰모토가 급성 심부전으로 숨졌다고 20일 보도했다. 앞서 그는 2019년 11월 이탈리아를 방문하던 중 건강 이상으로 병원에 이송됐다. 한때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았으나 이후 건강을 회복해 일본으로 귀국했다.

마쓰모토의 스튜디오 측은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마쓰모토는 별의 바다로 여행을 떠났다”며 “그는 항상 시간의 고리가 닿는 곳에서 다시 만날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도 다시 만날 그날을 고대하고 있을 것”이라고 애도를 표했다.

마쓰모토는 1938년 후쿠오카현 구루메시에서 태어났다. 그는 과거 언론 인터뷰에서 기계공학자가 되고 싶었지만 가난한 가정에서 자라 돈을 벌어야 해 만화를 그리기 시작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렇게 고등학교 1학년 때인 1954년 투고한 ‘꿀벌의 모험’이 ‘만화소년’에 연재되며 만화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은하철도 999’의 원작 만화가 마쓰모토 레이지. 마쓰모토 스튜디오 트위터 캡처

마쓰모토의 이름을 알린 대표작은 1971년부터 1981년까지 ‘주간소년킹’에 연재한 은하철도999다. 기계 백작에게 엄마를 잃은 테츠로가 신비로운 여인 메텔과 함께 복수를 꿈꾸며 우주로 향하는 여정을 그렸다.

은하철도999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TV 애니메이션뿐 아니라 영화로도 제작됐다. 한국에서는 이 작품을 시작으로 ‘드래곤볼’ ‘슬램덩크’로 이어지는 일본 애니메이션 열풍이 시작됐다. 마쓰모토는 이 작품 덕에 SF 만화가 지위를 확고히 했다.

마쓰모토는 2017년 방한 기자회견에서 은하철도999라는 기차를 소재로 한 작품을 구상하게 된 것은 도쿄로 상경하던 중 탔던 기차 여행의 강렬한 경험에서 비롯됐다고 회상했다.

그는 “도쿄에서 일하고 싶었지만, 기차표를 살 돈조차 없었는데 도쿄의 편집자가 기차표를 보내줬다”며 “기차를 타고 도쿄에 가는데 터널을 빠져나가며 마치 우주 세계에 온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때 우주로 날아가고 싶다고 생각한 것이 은하철도999를 구상한 계기가 됐다”고 떠올렸다.

애니메이션 은하철도999. 연합뉴스

마쓰모토는 이 밖에도 ‘천년여왕’과 ‘우주해적캡틴 하록’, ‘우주전함 야마토’ 등 다양한 인기 작품으로 한국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다.

마쓰모토의 별세 소식이 전해진 뒤 그의 작품을 추억하는 중장년 누리꾼 사이에서 애도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한 누리꾼은 SNS에 올린 글에서 “은하철도999는 어릴 적 많은 추억이 담긴 선물 같은 작품이다. 아직도 그 주제가가 생생하다”라고 기억하며 “정말 고마운 분이 세상을 떠났다”고 슬퍼했다.

다른 누리꾼은 “어릴 때는 어린이 만화인 줄 알았지만, 성인이 돼 우연히 다시 보게 되니 철학적이고 큰 울림이 있었다”고 했다. 이 외에도 여러 누리꾼들은 “한 시대의 별이 졌다” “어릴 적 꿈을 선물해줘서 감사하다” “시대를 앞서간 천재의 별세” “어린 시절 은하철도999 보려고 일요일 아침만 기다렸는데”라며 진심 어린 추모를 전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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