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농협, 적금상품 일부 비대면 판매 중단

[단독] 농협, 적금상품 일부 비대면 판매 중단

고금리 특판에 수천억 몰려 ‘해지’ 읍소했던 농협
일부 적금상품 비대면 판매 전면 중단
농협 “약관 변경돼 불완전판매 우려”

입력 2023-02-26 12:00 수정 2023-02-26 17:51
서울 중구에 있는 농협중앙회 사옥 전경

군소 지역농협 적금상품에 수천억원이 몰리는 ‘적금 대란’을 빚은 농협중앙회가 전국 농·축협에서 판매 중인 일부 적금상품에 대해 비대면 판매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농협 측은 비대면 가입으로 인한 불완전판매 방지 차원의 조치라는 입장이지만 일각에서는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농협의 적금 대란에 대한 재발 방지책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26일 농협중앙회는 자사 앱 ‘NH스마트뱅킹’ 공지를 통해 일부 적금 상품에 대한 비대면 상품 판매 중단 안내 공지를 올렸다. 농협은 공지에서 “상품 약관 및 제휴 서비스 개정으로 인해 일부 적립식 수신 상품의 비대면 판매를 25일부로 중단한다”고 밝혔다. 비대면 판매가 중단되는 상품은 자유적립적금, 자유로부금, NH여행적금(자유적립식), NH여행적금(정기적금) 등 총 4가지다.

농협 측은 약관 변경으로 인한 불완전판매를 방지하기 위해 비대면 판매를 중단했다는 입장이다. 최근 농협은 적금 금리에 관한 약관을 변경했다. 현재 농협은 3년 이상 만기인 상품에 가입하더라도 가입일 기준 3년까지만 고시된 고정금리를 보장해주고 그 이후에는 시장 상황에 따른 변동금리를 적용하는데, 기존 약관에는 이 부분이 모호하게 기술돼 개정된 약관에서는 이 부분을 명확하게 변경했다.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비대면으로 적금에 가입하게 되면 약관변경 내용이 고객들에게 전달되지 않는 경우가 많을 것으로 판단해 비교적 상품 설명을 명확하게 할 수 있는 대면판매 방식으로만 적금을 팔기로 했다”고 말했다.

남해축산농협에서 특판 적금 가입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 인터넷커뮤니티 캡처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조치가 지난해 말부터 잇달아 발생한 ‘적금 대란’의 재발 방지책의 성격도 있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앞서 예금 금리가 치솟던 지난해 말부터 일부 군소 농협에서는 고금리 특판 적금에 수천억원이 몰려 경영 위기가 발생했다. 비대면 판매에 익숙하지 않은 직원들이 판매 한도를 설정하지 않았고 중앙회 차원에서 판매액을 검수하는 시스템도 없어 사고가 났다. 금리 8.2% 특판 적금을 판매한 동경주 농협에 9000억원, 9.7% 특판 적금을 판매한 합천농협에는 1000억원이 몰렸다. 연간 이자만 수백억원에 달하지만 이들 농협의 현금성 자산은 10억원대에 불과했다.

특히 이번에 비대면 판매가 중단된 NH여행적금은 출자금 69억원짜리 소규모 농협(남해축산농협)에 1400억원이 몰려 사고가 발생했던 상품이다. 당시 이자 부담을 감당하지 못한 농협에서 가입자들에게 일일이 문자메시지를 돌려 “제발 우리 적금을 해지해달라”고 읍소하는 해프닝이 발생해 금융감독원이 점검에 나서기도 했다.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지역농협 적금의 경우 타 지역에서 판매하는 상품이더라도 전국 어느 지점에서나 가입 가능한 만큼 비대면 판매 중단으로 인해 금융소비자들의 선택권이 크게 제한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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