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유치원, 교육 불평등과 계층 재생산의 시작점”

국민일보

“영어유치원, 교육 불평등과 계층 재생산의 시작점”

변수용 미 펜실베이니아주립대 교수 인터뷰

입력 2023-03-13 16:45
변수용 미 펜실베이니아주립대 교육학·인구학·아시아학 교수. 국민일보DB

한국사회의 엘리트 양성 코스 맨 앞에 유아대상 영어학원(영어유치원)이 자리잡고 있으며, 자녀를 영어유치원에 보내는 학부모들은 해당 자녀의 특목고‧자사고 진학 계획까지 세우는 경향이 있다는 점은 학계에서 일찍부터 연구된 주제다. 미 펜실베이니아주립대에서 교육학‧인구학‧아시아학을 강의하는 변수용 교수는 이 분야 연구에 오래도록 헌신해 왔다. 그의 연구 초점은 한국사회에서 보여지는 새로운 양상의 교육 불평등에 맞춰져 있다.

국민일보는 영어유치원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한국사회의 현상과 관련해 변 교수를 서면으로 인터뷰했다. 변 교수는 “영어유치원을 교육 불평등과 계층 재생산의 시작점으로 보는 건 무리가 아니다”고 했다. 국민일보의 설문조사와 변 교수의 종단연구는 영어유치원 출신들의 특목고‧자사고 진학률 등에서 유사한 결과를 보였다. 변 교수는 앞으로 한국사회 엘리트 코스의 출발점인 영어유치원과 엘리트 코스의 마지막 단계인 명문대 진학과의 연관성에 대해 살펴볼 계획이라 한다.


▲국민일보=교수님께서는 2018년에는 <영어유치원과 부모의 자녀에 대한 상급학교 진학 계획과의 관계>를, 2022년에는 <사립초 졸업이 특목고·자사고 진학에 미치는 영향>을 논문으로 각각 <교육사회학연구> 지에 게재해 주셨습니다. 교수님께서 이 논문들로 밝힌 연구 결과를 거칠게 요약한다면, 영어유치원 학부모의 경우 자녀에 대해 사립초-국제중-특목고·자사고 진학 계획을 세우는 경향이 발견되며, 실제 취학 전 영어유치원에 다닌 경험이 있는 학생은 그렇지 않은 학생보다 특목고·자사고 진학률이 의미 있게 높았다는 내용인 듯합니다.

▲변수용 교수=<교육사회학연구>에 게재된 두 편의 논문은 한국사회에서 새로운 엘리트 코스로 여겨지고 있는 ‘영어유치원-사립초-국제중-특목고·자사고-명문대’ 진학 과정에 대해 실증적 증거를 발견하기 위해 시리즈로 수행된 연구입니다. 영어유치원 경험 여부가 초등학교 자녀의 특목고·자사고 재학 가능성에 미치는 영향 검증은 <사립초 졸업이 특목고·자사고 진학에 미치는 영향> 논문에서 보다 체계적으로 이뤄졌습니다. 전국의 대표성 있는 초등학교 5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자료를 수집한 ‘한국교육종단연구 2013’을 사용하였는데, 영어유치원 경험은 사립초 (진학 혹은) 졸업과 밀접한 연관성이 있었고, 사립초 졸업은 특목고·자사고 진학과 매우 밀접한 연관성이 있었습니다. 다만 영어유치원 경험과 사립초 (진학 혹은) 졸업과의 연관성은 논문 심사 과정에서 빠지게 되어 개인적으로 아쉬운 점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국민일보의 이슈&탐사 심층 보도를 통해 결과를 공유할 수 있게 돼 기쁩니다.

▲국민일보=영어유치원을 경험한 학생은 향후 특목고·자사고에 진학할 가능성이 어느 정도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국민일보는 실제 어린 시절 영어유치원을 다닌 성인 1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 봤습니다. 그 결과 100명 중 15명(15%)이 외국어고(9명)와 자율형사립고(6명)에서 공부했다고 응답했습니다. 이는 전체 고등학생 가운데 외국어고 및 자율형사립고에 다니는 비중인 약 6%에 비해 큰 비중이었는데, 이 비중은 교수님의 <사립초 졸업이 특목고·자사고 진학에 미치는 영향> 논문이 전하는 연구 결과와 비슷합니다. 논문에 따르면 ‘취학 전 영어유치원에 다닌 경험이 있는 학생의 비율’은 특목고·자사고에서는 15%, 일반고에서는 5%였습니다.

▲변 교수=국민일보의 설문조사가 전국의 대표성 있는 영어유치원 졸업자를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제가 <사립초 졸업이 특목고·자사고 진학에 미치는 영향> 논문에서 사용한 ‘한국교육종단연구 2013’ 조사와 비슷한 수치가 나왔다니 놀랍습니다. 사실 ‘한국교육종단연구 2013’ 조사도 전국의 대표성 있는 영어유치원 졸업자를 대상으로 하고 있지 않습니다. 두 조사 모두 영어유치원 졸업자의 대표성에 문제가 있을 수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조사 결과가 유사하다는 것은 영어유치원 경험과 특목고·자사고 진학 간의 연관성을 일관되게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국민일보=‘한국교육종단연구 2013’ 자료를 통해 검증하신 영어유치원 출신 여부별 고교 진학 현황은 어떠했습니까?

▲변 교수=‘한국교육종단연구 2013’ 자료를 사용해 취학 전 영어유치원 경험에 따른 초등학교 5학년 학생들의 진학 고등학교 유형을 재분석해 보았습니다. 그 결과, 취학 전 영어유치원을 경험한 학생 중 외국어고·국제고에 진학한 비중은 6.5%로 영어유치원을 경험하지 않은 학생들 가운데서의 비중 1.5%에 비해 약 4.3배 높았습니다. 취학 전 영어유치원을 경험한 학생 중 자율형 사립고에 진학한 비중은 8.6%로 영어유치원을 경험하지 않은 학생들 가운데서의 비중 3.1%에 비해 약 2.8배 높았습니다. 결국 “2013년 당시 초등학교 5학년 학생 가운데 영어유치원에 다닌 적이 있는 학생들의 약 15%가 특목고·자사고에 진학하였다”고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변수용 교수가 한국교육종단연구 2013년 자료를 사용, 취학 전 영어유치원 경험에 따른 진학 고등학교 유형을 재분석한 결과.

▲국민일보=숫자로만 말씀하신 이 종단 추적의 결과에 해석을 덧붙인다면, 어떤 해석이 가능합니까.

▲변 교수=‘한국교육종단연구 2013’ 자료의 분석은 영어유치원이 이후 사립초와 특목고·자사고 진학과 매우 밀접한 연관성이 있음을 보여줍니다. 그런데 영어유치원 경험 여부는 부모의 사회경제적 배경에 따라 큰 차이가 있습니다. 이는 2018년 한국교육학회에서 발표된 <가정의 사회경제적 배경에 따른 유아교육 및 보육 경험의 차이: 영어학원과 문화센터를 중심으로> 논문을 통해 알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연구 결과를 종합해 볼 때,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은 부모들은 세간에 회자되는 것처럼 영어유치원을 시작으로 사립초-특목고·자사고로 이어지는 엘리트 코스를 설계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국민일보=설문조사 결과 실제 영어유치원 학부모들의 자녀에 대한 높은 기대를 엿볼 수 있었습니다. 영어유치원 학부모들은 현재 영어유치원을 다니는 자녀가 추후 외국어고(22명), 국제고(16명), 과학고(12명), 자율형사립고(8명) 등에 진학하기를 바라고 있었습니다. 말하자면 70% 이상의 학부모가 자녀의 특목고·자사고 등 진학을 희망하는 셈입니다. 그러나 특목고·자사고의 정원 비중은 전체 고교 비중의 6~7%에 불과합니다.

▲변 교수=국민일보의 조사 결과는 영어유치원에 자녀를 보내는 부모들의 교육 기대 수준이 매우 높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다시 말해, 부모의 자녀에 대한 교육 기대 수준이 매우 높기 때문에 자녀를 영어유치원에 보내고 있습니다. 관련해서 제가 ‘한국교육종단연구 2013’ 자료를 추가로 분석해 보니, 영어유치원에 자녀를 보냈던 부모들은 자녀가 초등학교 6학년일 때에는 25.4%가 외국어고·국제고에, 20.4%가 자사고에 진학하기를 원하고 있었습니다. 반면 영어유치원에 자녀를 보내지 않은 부모들 가운데 자녀가 외국어고·국제고와 자사고에 진학하기를 원하는 비율은 각각 9.4%와 7.2%에 그쳐 큰 대조를 보였습니다.
변수용 교수가 분석한 취학 전 영어유치원 경험에 따른, 부모가 희망하는 자녀 진학 고교 유형. 자녀가 초등학교 6학년일 때와 중학교 3학년일 때의 부모 기대 수준 차이가 드러난다. 이 표는 영어유치원에 자녀를 보낸 학부모의 특목고 등 진학 기대치가 영어유치원에 자녀를 보내지 않은 학부모의 기대치보다 높은 수준임도 보여준다.

▲국민일보=자녀가 초등학교 6학년을 거쳐 고교를 선택할 때가 되면 부모들의 이 같은 기대감은 좀더 줄어들게 됩니까?

▲변 교수=예, 그렇습니다. 부모의 자녀에 대한 교육 기대 수준은 자녀가 중학교 3학년이 되었을 때 보다 현실적이게 됩니다. 구체적으로, ‘한국교육종단연구 2013’ 자료를 분석해 보면, 자녀가 중학교 3학년이 되었을 때 자녀를 영어유치원에 보냈던 부모 가운데 자녀가 외국어고·국제고 및 자사고에 진학하기를 원하는 비율은 각각 10.3%와 15.2%로, 초등학교 6학년 때보다 크게 떨어진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 비율은 영어유치원에 자녀를 보내지 않은 부모의 비율(외국어고·국제고 2.6%, 자사고 4.6%)에 비해서는 여전히 높습니다.

▲국민일보=현재 영어유치원에 자녀를 보내고 있는 학부모들에게 “자녀가 한국사회에서 엘리트로 평가받기를 원하느냐”는 질문을 해 보았습니다. 이에 대한 응답은 “그렇다”가 71%, “그렇지 않다”가 5%였습니다. 영어유치원 학부모는 77%가 자녀의 이른바 ‘전문직’ 획득을 원하고 있기도 했습니다. 이 현상에 대한 교수님의 해석은 어떻습니까.

▲변 교수=자녀를 영어유치원에 보내는 것이 자녀를 한국사회의 엘리트로 만들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는 것을 매우 분명히 보여주는 결과로 읽힙니다. 또한 학부모들의 그러한 노력과 투자가 사회적으로 보상받기를 바라는 마음으로도 읽히고요.

▲국민일보=영어유치원 학부모들은 자녀의 영어유치원에 월 150만원의 안팎의 교육비를 지출하고 있고, 약 3분의 2는 영어유치원 ‘합격’을 위해 과외 등 ‘사전 사교육’도 했던 것으로도 나타납니다. 고액의 사교육이 일반화하는 현상을 두고 영어유치원을 출발점으로 한 사회경제적 지위의 대물림 모습이라는 해석도 있는데요.

▲변 교수=대부분의 부모들은 자녀가 영어유치원-사립초-국제중-특목고·자사고-명문대로 이어지는 엘리트 코스를 밟기를 원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앞서 말씀 드린 것처럼 그 출발점이 되는 영어유치원에 대한 접근성은 상당 부분 부모의 사회경제적 배경에 의해 결정됩니다. 때문에 영어유치원을 교육 불평등과 계층 재생산의 시작점으로 보는 것은 무리가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국민일보=그럼에도 불구하고 취학 전 교육 가운데 영어유치원이 차지하는 독특한 위상도 분명 존재한다고, 취재 과정에서 느꼈습니다.

▲변 교수=영어유치원이 다른 사교육과 차별화되는 것은 ‘영어’라는 언어가 한국사회에서 가지는 상징적인 의미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다시 말해, 영어는 한국사회 엘리트들이 지녀야 하는 필수요소이자 덕목이고, 영어만 잘 하면 국제중·국제고·외고·명문대 등에 입학할 수 있는 특전이 주어지고, 또 좋은 회사에 취직할 수 있도록 사회적 보상 시스템이 제도화돼 있습니다.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에 영어유치원은 제도권 학교 교육 입학 이전 단계에서 필수적으로 거쳐야 하는 엘리트 코스로 인식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국민일보=교수님의 <영어유치원과 부모의 자녀에 대한 상급학교 진학 계획과의 관계>에는 “한국사회에서 영어교육의 필요성에 대한 부모들의 인식이 그들의 사회경제적 지위와는 무관하게 높다” “영어유치원에 대한 수요가 전적으로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은 부모들에 의해서만 유발되지는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는 서술이 있습니다. 이는 꼭 영어유치원을 계층 재생산의 교육 공간으로만 파악할 시점도 지났다는 의미로도 읽힙니다. 영어유치원은 20여년 전에는 소수 부유층의 유별난 사교육처럼 조명됐었습니다. 다만 현재는 그보다는 영어유치원의 숫자나 학부모 가정의 형태가 보다 일반화됐다는 측면도 감지됩니다.

▲변 교수=앞서 말씀 드린 것처럼 영어유치원이 엘리트 코스의 시발점이라는 생각은 계층 재생산 입장에서 해석될 수 있지만, 또 한편으로는 계층 이동을 가능하게 하는 입장으로도 해석될 수 있습니다. 국민일보 설문조사와 제 연구 결과는 이와 관련하여 매우 중요한 실증적 증거를 제공한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영어유치원은 취학 전 자녀의 교육 기화와 관련한 계층 경쟁이 첨예하게 나타나는 지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앞으로 영어유치원의 수는 서울 강남과 같은 잘 사는 지역을 넘어 전국적으로 증가할 것이며, 영어유치원의 질은 강남과 같은 잘 사는 지역을 중심으로 차별화될 것입니다. 물론 이러한 예측은 영어가 한국사회에서 교육과 노동시장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전제 하에서 가능합니다.

▲국민일보=영어유치원을 출발점으로 한 한국사회 교육 설계 과정에 대하여 오래 연구해 오셨습니다. 영어유치원에 대한 문제의식을 말씀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변 교수=많은 부모들이 자녀를 영어유치원에 보내고 싶겠지만, 현실적으로 그렇게 할 수 있는 부모들은 많지 않습니다. 앞서 말씀 드린 것처럼 영어유치원에 대한 접근성은 상당 부분 부모의 사회경제적 배경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영어 점수로만 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입학 제도의 변화 등은 곧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은 부모의 자녀들이 영어유치원을 시작으로 일련의 교육 투자 과정을 사회적으로 보상(reward)해 주는 측면이 있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영어유치원에 대한 저의 문제 의식은 여러편의 논문에서 주장한 바와 같이 계층 이동 입장 보다는 계층 재생산 입장에서 교육불평등이 심화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국민일보=향후의 연구 계획은 무엇입니까.

▲변 교수=올해 말쯤 ‘한국교육종단연구 2013’의 조사 대상인 2013년 당시 초등학교 5학년 학생들의 대학 진학 결과가 포함된 자료가 일반 연구자들에게 공개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자료가 공개 되면 이를 활용해서 엘리트 코스의 시발점인 영어유치원와 엘리트 코스의 마지막 단계인 명문대 진학과의 연관성에 대해 살펴볼 계획입니다. 아울러 한국 사회에서 보여지는 새로운 교육 불평등 양상과 교육 정책의 역할에 대해 연구할 계획입니다.

이슈&탐사팀 이경원 이택현 정진영 박장군 기자 neosarim@kmib.co.kr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
박장군 기자 genera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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