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차·종이가방, 날 기만” “인격살인”…울분 터진 박수홍

국민일보

“경차·종이가방, 날 기만” “인격살인”…울분 터진 박수홍

친형 횡령 혐의 재판 증인 출석…“30년 연예계 생활, 통장에 3380만원 남았더라”

입력 2023-03-16 05:36 수정 2023-03-16 10:03
방송인 박수홍씨가 15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친형 부부의 횡령 등 혐의 4차 공판 출석 전 입장 발표를 하고 있다. 뉴시스

“(친형) 처벌을 강력히 원합니다. 수많은 세월 동안 나를 위해주고, 내 자산을 지켜준다는 얘기를 정말 많이 했고, 그걸 믿게 만들었습니다.”

친형의 횡령 혐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방송인 박수홍(53)이 그간 켜켜이 쌓여온 울분을 작심한 듯 쏟아냈다. 그는 15일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배성중) 심리로 열린 공판에 들어서자마자 형 진홍씨 부부를 매섭게 노려보고 증인석에 앉았다.

검찰은 기획사의 법인카드를 진홍씨 부부가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했다고 보고 진홍씨 아내가 자주 방문했던 백화점의 상품권과 고급 피트니스센터 결제 내역, 부부의 자녀가 다닌 것으로 추정되는 태권도, 미술학원의 사용 명세를 증거로 제출했다.

박수홍은 “나는 해당 백화점에 간 적이 없다. 법인카드를 갖고 있던 사람은 이씨(형수)로, 피고인들이 카드를 몇 장 갖고 있는지 나는 모른다”고 했다. 이어 “나는 상품권을 구매해본 적도 없고 어떻게 뽑아야 하는지도 모른다”며 “밤낮으로 스케줄이 있어서 학원에 갈 시간도 없고 상품권을 만들어서 방송 관계자 등에게 돌리며 로비를 할 필요도 없는 32년 차 연예인”이라고 강조했다.

방송인 박수홍씨가 15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친형 부부의 횡령 등 혐의 4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박수홍은 서울 강서구 마곡 일대 부동산 8채 역시 자신의 개인 자금이 법인 투자금으로 쓰였으나 관련 서류에 자신의 이름이 없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형이) 경차를 타고 종이가방을 들고 내 앞에서 늘 나를 위한다는 말을 했고, 입버릇처럼 ‘내가 월급 500만원 이상은 가져가는 게 없다’ ‘다 너를 위한 거다’라고 했다. 마곡 상가를 지나가면서 ‘다 네 것’이라고 나를 기만했다”며 울분을 터뜨렸다.

박수홍은 자신이 보유한 이른바 ‘깡통전세’ 보증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생명보험을 해지했다고도 털어놨다. 형의 횡령을 의심하게 된 계기였다. 그는 “30년 넘게 일했는데 내 통장을 보니 3380만원이 남아 있더라”며 “돈이 있었으면 왜 보험을 해지했겠나. 그때부터 인지해서 내 계좌 기록을 찾아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은행에 간 적도 없고, ATM도 사용할 줄 모른다. 단 한 번도 은행 거래를 직접 해본 적이 없다”며 “두 피고인이 모든 걸 관리했다”고 덧붙였다.

방송인 박수홍씨가 15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친형 부부의 횡령 등 혐의 4차 공판 출석 전 입장 발표를 하고 있다. 뉴시스

박수홍의 친형 진홍씨는 2011년부터 2021년까지 연예기획사를 차려 박수홍의 매니지먼트를 전담하면서 회삿돈과 박수홍 개인자금 등 모두 61억7000만원을 빼돌린 혐의로 지난해 9월 구속 기소됐다. 형수 이모(52)씨도 일부 횡령에 가담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이들은 2021년 박씨의 고소로 법적 분쟁이 불거지자 출연료와 법인 계좌에서 돈을 빼내 변호사 비용으로 쓴 혐의도 받는다.

박수홍은 “사건을 알게 된 후에도 마지막까지 피고인들이 가족이었기에 ‘원만히 나타나서 해결하자’고 했는데 1년 반 동안 변명을 대며 나타나지 않았다. 끝까지 숨기려고만 노력했다”며 “정말 기가 막히고 받아들일 수 없어 절벽의 문턱에 서서 ‘내가 죽어야 하나’ 하면서도 사랑하는 가족이라고 생각했다. 괴로움과 지옥 속에서 살았다”고 털어놨다.

그는 “(하지만 형 부부는) 이 횡령 혐의 본질과 상관없는 사람들까지 인격 살인을 했다”며 “그 예로 형수는 가장 친한 20년지기 친구인 이모씨를 통해 각 커뮤니티에 나와 내 곁에 있는 사람들, 심지어 고양이에 대해서 말도 안 되는 비방을 했다”고 주장했다.

피고 측 변호인과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형의 변호인이 박수홍 개인사가 포함된 내용을 증거로 공개한 후 질의하자 박수홍은 “이렇게 문자를 공개하는 걸 이해하지 못하겠다. 횡령 혐의 본질과 상관없이 나를 흔들려는 의도로 보인다. 충분히 가릴 수도 있었는데 왜 공개하는가. 비열하다”고 지적했다.

방송인 박수홍씨가 15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친형 부부의 횡령 등 혐의 4차 공판 출석 전 입장 발표를 하고 있다. 뉴시스

변호인이 “법정에서 상대를 비방하는 말을 하면 안 된다”고 반발하자, 박수홍은 “변호사님의 수임료는 누구 돈에서 나갔느냐”고 맞받아쳤다. 형 부부 횡령 의심 내역에 변호인 선임 비용이 포함된 점을 꼬집은 것이다.

박수홍은 재판 말미 재판부를 향해 “증인이 처음이다. 흥분해 죄송하다”며 “죄를 지은 사람이 지금까지 나한테 사과도 안 하고 힘들게 하지만 앞으로 잘하겠다. 흥분한 모습을 보여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했다.

앞서 박수홍은 이날 법정에 출석하는 길에 취재진을 만나 “청춘 바쳐 열심히 일한 많은 것을 빼앗겼다”며 “가까운 이에게 믿음을 주고 선의를 베풀었다가 피해자가 된 많은 분께 희망이 될 수 있는 재판 결과가 나오도록 증언 잘하고 오겠다”고 말했다.

박수홍은 다음 달 19일 공판에도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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