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굿즈] 못난이 쌀의 변신… 푸드 업사이클링 ‘익사이클 바삭칩’

국민일보

[굿굿즈] 못난이 쌀의 변신… 푸드 업사이클링 ‘익사이클 바삭칩’

입력 2023-03-19 00:08
좋은 물건이란 무엇일까요? 소비만능시대라지만 물건을 살 때부터 ‘버릴 순간’을 먼저 고민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습니다. 그러나 변화는 한쪽의 노력만으로 이뤄지지 않습니다. 제품 생산과 판매에서부터 고민하는 기업들의 노력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굿굿즈]는 더 좋은 미래를 위해 새로운 시도를 하는 기업과 제품을 소개합니다.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드는 노력에 더 많은 참여를 기대합니다.

CJ제일제당 푸드업사이클링 CIC 팀원들이 지난 13일 서울 강남구 이노플레이에서 '익사이클 바삭칩'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지선 이의정 정주희 최승봉씨. 권현구 기자


쌀과 비지가 주재료인 과자가 있다. 얇은 뻥튀기 모양이다. 흔한 쌀과자인가 싶은데 ‘특별한 어떤 것’이 담겨있다. 포장지에 적힌 이 문구가 남다른 점을 설명해준다. ‘햇반 못난이 쌀의 재탄생.’ CJ제일제당이 지난해 4월 출시한 별난 쌀 과자, ‘익사이클 바삭칩’은 국내 대기업이 처음으로 본격 상품화한 ‘푸드 업사이클링’ 제품이다.

익사이클 바삭칩은 ‘햇반’을 만들 때 사용하지 못한 깨진 쌀과 ‘행복한 콩 두부’를 만들 때 생긴 비지가 핵심 재료로 쓰인다. 그동안 제품화에 쓰지 않았던 재료들을 모아 새로운 상품으로 만들어낸 게 익사이클 바삭칩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낯선 ‘푸드 업사이클링’을 식품업계 1위 CJ제일제당이 시작했다. 푸드 업사이클링을 어떻게 시도하게 됐고, 대기업이 푸드 업사이클링에 뛰어들면 어떤 변화가 생길 수 있을까. 이런 궁금증을 안고 지난 13일 서울 강남구 CJ제일제당 혁신 허브 ‘이노플레이’에서 업사이클링 CIC(사내독립조직)팀을 만났다. 업사이클링 CIC는 CJ제일제당 사내 벤처프로그램 ‘이노100’을 통해 꾸려졌다.

“2021년 6월 처음 아이디어를 냈어요. 우리나라에서는 푸드 업사이클링의 성과가 거의 없더라고요. 일부 스타트업 등에서 시도를 해 왔지만 시장을 선도하는 CJ제일제당이 푸드 업사이클링을 하면 인식 개선에 도움이 될 것 같았습니다. 푸드 업사이클링이라는 흐름을 만들 수 있으니까요.”

이 팀을 이끄는 정주희씨의 말이다. 정씨는 2021년 6월 푸드 업사이클링 상품화 아이디어를 처음 냈다. 100일 만에 상품 개발에 성공하면서 4~6년 차 젊은 직원들로 구성된 이 팀이 꾸려졌다. 지난해 4월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와디즈에 내놓은 게 반응이 좋았다. 이후 CJ올리브영 등 한정된 채널에서만 판매됐는데도 10개월 동안 20만봉 이상 팔렸다. 지난달 말부터 전국 편의점에서 판매되고 있다.

푸드 업사이클링은 우리나라에서는 낯선 방식이다. 식품을 만들고 난 뒤 생기는 일종의 부산물을 활용해 새로운 상품으로 만드는 게 푸드 업사이클링이다. 가공식품의 재료 가운데 ‘부산물’이 들어간다는 점에서 거부감을 갖는 소비자가 있을 수 있다. 그래서 적극적으로 도전하고 투자하는 영역이 아니었다. 업사이클링이 가능한 부산물 또한 많지 않기 때문에 연구와 개발이 계속 필요한 분야이기도 하다. 그래서 식품업계 1위 CJ제일제당의 시도는 의미가 있다.

CJ제일제당 푸드업사이클링 CIC 팀원들이 지난 13일 서울 강남구 이노플레이에서 '익사이클 바삭칩'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의정 정주희 이지선 최승봉씨. 권현구 기자

익사이클 바삭칩에는 ‘햇반’과 ‘행복한 콩 두부’의 부산물이 쓰였다. CJ제일제당은 수확한 쌀을 직접 도정해 바로 밥을 지어 햇반을 만든다. 이 과정에서 깨지거나 모양이 완벽하지 않은 쌀은 밥을 짓는 데 쓰이지 않는다. 햇반으로 상품화되지 않아 부산물로 분류된 쌀이 익사이클 바삭칩 재료가 됐다. 그 쌀은 재료로써 괜찮은 걸까. 업사이클링 CIC팀은 “품질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단언했다.

연구·개발(R&D)를 담당하는 이지선씨 말이다. “깨진 쌀이 햇반에 들어가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는 모양 때문이에요. 햇반의 규격에 맞지 않는 거죠. 상품으로 판매할 때 최상의 품질을 고집할 수밖에 없어요. 집에서 밥을 할 때 깨진 쌀을 골라내지는 않잖아요. 스낵용 재료로 쓰기에 ‘못난이 쌀’은 품질에 전혀 문제가 없어요.”

깨진 쌀을 모양 때문에 부산물 취급해온 게 낭비 아니냐는 반박이 제기될 수 있다. 이에 대해 생산 전문가인 최승봉씨는 “햇반의 맛 품질을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깨진 쌀이 들어가면 밥이 질어질 수 있어요. 깨진 부분에서 전분이 나와서 맛의 완성도를 떨어뜨릴 수 있거든요. 그래서 도정할 때 덜 깨지게 만들려고 노력하고요. 그래도 부산물이 생기고, 업사이클링 CIC는 그 부산물을 활용해 제품화했습니다.”

햇반을 만드는 사람들은 부산물을 최소화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R&D에 힘쓴다. 그런데 익사이클 바삭칩을 대량생산하려면 부산물이 대량으로 나와야 한다. 여기에서 일종의 불균형이 생긴다. 이 때문에 업사이클링 CIC는 ‘불안정한 재료 수급’이라는 상황에 상시 노출돼 있다. (비지는 업사이클링에 필요한 양보다 부산물 양이 훨씬 많다. 비지의 활용도를 확장하는 게 이 팀의 고민 중 하나다.)

서울의 한 편의점 매대에 익사이클 바삭칩이 진열돼 있다. CJ제일제당 제공

푸드 업사이클링은 ‘있는 재료’를 최대한 활용해야 의미가 있다. 그래서 대량생산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추구하기보다는 수급 불안정 상황에서도 최대한 품질을 높이는 데 힘을 썼다. “쌀에는 좋은 효소가 많은데 오래 보관하면 이 효소들을 놓칠 수 있어요. 최장 2주 냉장보관으로 원료 관리를 하고 있습니다. 수급이 불균형한 ‘못난이 쌀’만으로는 맛을 제대로 내는 데 한계가 있어서 쌀그릿츠(일종의 빻은 쌀)로 최적의 배합을 찾고 있어요.”(이지선씨)

쌀 그릿츠가 들어갔다면 푸드 업사이클링 제품이라고 볼 수 없지 않나. 이런 의문을 품을 수 있다. 이 팀 또한 그래서 ‘그린워싱’(친환경이 아니지만 친환경처럼 홍보하는 것)을 늘 염두에 둔다. 마케팅을 담당하는 이의정씨는 “우리의 노력이 ‘그린워싱’은 아닌지 숱하게 자기검열을 하고 있다”고 했다.

익사이클 바삭칩에는 ‘못난이 쌀’이 17%, 비지 분말이 11.3% 함유돼 있다. 전체 재료의 28.3%가 업사이클링 재료다. “미국 푸드업사이클링협회는 부산물 함량이 10% 이상이면 푸드 업사이클링 제품으로 인정해줘요. 미국 기준의 3배 가까이 함유된 거죠.”(정주희씨) 이 팀은 현미, 맥피, 미강처럼 현재 활용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 부산물들을 어떻게 업사이클링할 수 있을지 연구 중이다.

익사이클 바삭칩에는 곳곳에 친환경 디테일이 살아있다. “저희 기조가 ‘포 어스 앤 어쓰(For Us and Earth)’거든요. 포장재는 한 번 버려진 폐플라스틱 활용해서 만들었어요. 건강까지 고려해 ‘고단백 고식이’ 제품으로 만들었고요. 팝업스토어, 플로깅 활동 등을 통해 푸드 업사이클링을 더 친근하게 느낄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이의정씨)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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