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법 개정이 신호탄” 국회로 번진 주주행동주의... “지배주주 위한 일반주주 이익 침해 없어야”

국민일보

“상법 개정이 신호탄” 국회로 번진 주주행동주의... “지배주주 위한 일반주주 이익 침해 없어야”

입력 2023-03-19 06:00

최근 행동주의펀드의 활약상이 돋보이는 가운데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국회도 법안 개정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상장사들이 전체 주주의 이익을 고려할 수 있도록 상법에서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일반주주로 확대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온다.

문제가 된 상법상 이사의 충실의무(382조의3) 조항에는 이사가 ‘회사를 위해’ 직무를 충실히 수행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사실상 회사 또는 지배주주와 일반주주의 이익이 상충할 때 이사회가 지배주주의 손을 들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를 두고 참여연대와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등은 물론, 현업에는 뛰는 행동주의펀드까지 상법 개정을 요구하고 나섰다.

트러스톤자산운용과 얼라인파트너스는 지난 1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일반주주 피해 증언대회’에 참석해 “제도적으로 소수주주가 불리한 부분을 상법 개정안으로 풀어야 한다”는 의견을 전했다. 이들은 각각 BYC·태광산업, SM·7대 금융지주 등을 상대로 지배구조 개선 및 주주환원을 요구하며 이름을 알린 행동주의펀드다.

이성원 트러스톤자산운용 부사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현행 구조는 이사가 소수주주의 이익보다는 인사권을 쥔 대주주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며 “소수주주들의 권리 보장을 위해서는 이사가 주주의 비례 이익 또는 총주주에 충실하도록 규정한 상법 개정안 통과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는 트러스톤이 최근 코스닥 상장사 BYC에 요구한 내부거래 근절과도 관련이 깊다. 트러스톤은 BYC의 회계장부를 들여다본 결과 회사가 주요 관계사에 제품 공급단가를 낮게 제공한 부당이익 제공 정황을 발견했다. 하지만 공정거래법상 자산총액 5조원 이하 기업에 대해서는 내부거래 공시 의무가 없는 실정이다. 이 부사장은 “상장사 가운데 대주주 지분율이 50% 이상이면서 자산이 5조원 미만인 기업은 601개사에 이른다”며 “(전체 상장사의 약 25%가) 소수주주들의 이익에 반하는 행동을 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상법 개정안은 공정거래법의 허점을 보완하는 수단으로도 꼽힌다. 상법상 내부거래는 이사회 승인을 받아야 한다. 특정주주들의 이익을 훼손하는 내부거래가 있었을 경우 추후라도 발견되면 이사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게 된다.

현행법이 주주의 비례적 이익을 고려하지 않아 ‘SM 경영권 분쟁’이 시작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 대표는 “이사회가 주주의 비례적 이익을 보거나 외국처럼 100% 의무공개매수 제도가 있었으면 SM 분쟁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며 “우리나라에선 지분의 30~40%만 가져도 이사회 장악이 가능한 구조라 권력 공백 상태는 (M&A 시장에서) 당장 맛있는 먹잇감이 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국회에는 더불어민주당 이용우·박주민 의원이 발의한 상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다. 이 의원은 이사가 ‘주주의 비례적 이익’을 고려해야 한다고 봤고, 박 의원은 ‘총주주’를 충실의무 대상으로 추가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관계자는 “상법 개정안은 아직 법안소위 안건으로도 오르지 못했다”며 “법사위원들이 관심을 갖고 논의하려면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준희 기자 zuni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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