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모, 유산 뒤 학대 시작” 숨진 초등생, 끔찍했던 1년

국민일보

“계모, 유산 뒤 학대 시작” 숨진 초등생, 끔찍했던 1년

검찰 공소장 보니…“의자 16시간 묶어놓고 홈캠 감시, ‘잘못했다’는 아이 가슴 밀쳐”

입력 2023-03-23 08:54 수정 2023-03-23 10:25
의붓어머니와 친아버지의 상습 학대로 지난달 숨진 초등생 A군. 왼쪽 사진은 사망 이틀 전 그가 의자에 결박돼 있는 모습. SBS 보도화면 캡처

의붓어머니와 친아버지의 상습 학대로 온몸에 멍이 든 채 숨진 초등학생 A군(11)이 사망 전 1년 동안 계모에게 당한 학대의 과정이 검찰 공소장에 고스란히 담겼다. 계모는 뱃속의 태아를 유산한 뒤부터 모든 원망을 어린 의붓아들에게 쏟아내다가 결국 살해한 것으로 파악됐다.

23일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검찰로부터 제출받은 공소장에 따르면 최근 아동학대살해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계모 B씨(43)는 지난해 3월 9일 A군을 처음 학대했다. 돈을 훔쳤다며 드럼 채로 종아리를 10차례 정도 때린 것이다.

당시 임신 상태였던 B씨는 한 달 뒤 유산했고, 이때부터 A군에게 모든 원망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평소 무언가를 시켜도 A군이 잘 따르지 않는 데다 행동도 산만하다고 느낀 B씨는 그로 인해 받은 스트레스로 유산했다고 여겼다. 친부 C씨(40)도 A군의 행동을 전하는 아내와 부부싸움이 잦아지자 가정불화의 원인이 아들이라고 생각해 아들을 미워하며 학대에 가담했다.

검찰은 공소장에 A군을 양육하던 중 쌓인 B씨의 불만이 유산을 계기로 ‘죽여버리고 싶을 정도로 미워하는 감정’으로 바뀌었다고 적었다. 약속을 어겼다며 방에서 1시간 동안 무릎을 꿇게 하던 체벌은 점차 5시간까지 늘었고, 벽을 보고 손까지 들게 하는 식으로 강도도 세졌다. 한 달에 한두 번이던 학대 횟수도 지난해 11월에는 7차례로 크게 증가했다.

'멍투성이' 12살 초등생 살해한 계모와 상습학대한 친부. 연합뉴스

A군이 초등학교 3학년 때인 2021년 3월부터 집중력을 높이는 데 좋다며 시킨 성경책 필사는 계모의 또 다른 가혹행위였다. 지난해 9월부터는 매일 오전 6시에 일어나 2시간 동안 성경을 노트에 옮겨적었지만, 시간 안에 끝내지 않으면 방에서 나오지 못하고 사실상 감금됐다. 5시간 동안 벽을 보고 무릎을 꿇은 채 성경 필사를 한 날도 있었다.

B씨는 알루미늄 봉이나 플라스틱 옷걸이로 A군의 온몸을 때렸다. “무릎 꿇고 앉아 죽고 싶어서 안달이 났다” “너는 평생 방에서 못 나온다”며 폭언도 퍼붓기도 했다.

A군이 견디다 못해 방 밖으로 나오면 다시 방에 가두면서 옷으로 눈을 가리고 커튼 끈으로 의자에 손발을 묶어 뒀다. A군은 사망 이틀 전 16시간 동안 이런 자세로 묶여 있었다. 그사이 B씨는 방 밖에서 CCTV와 유사한 ‘홈캠’으로 감시하며 A군을 움직이지 못하게 했다.

계모와 친부의 상습 학대로 지난달 숨진 초등생 A군의 1년간 변화 모습. SBS 보도화면 캡처

1년간 학대를 당하는 과정에서 2021년 12월 38㎏이던 A군의 몸무게는 지난 2월 7일 사망 당일에는 29.5㎏으로 줄어 있었다. 또래 평균보다 키는 5㎝가 더 큰데도 몸무게는 평균보다 15㎏이나 적었다. 숨지기 10여일 전에는 피부가 괴사하고 입술과 입 안에 화상을 입었는데도 병원 치료조차 받지 못했다. 누적된 학대로 인한 통증으로 A군은 잠도 못 자며 신음했다.

A군은 생애 마지막 순간에도 살아보려 했다. 사망 당일 오후 1시쯤 안방 침대에 누워 있던 계모의 팔을 붙잡으며 잘못했다고 사과했다고 한다. 그러나 B씨는 양손으로 A군의 가슴을 매몰차게 밀쳤다. 영양실조 상태에서 뒤로 넘어져 머리를 바닥에 부딪힌 A군은 끝내 깨어나지 못했다.

A씨 부부의 첫 재판은 다음 달 13일 오전 인천지법에서 열린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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