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가우디 성당?” 비판에도 군의원들 출장 ‘가결’

국민일보

[단독] “가우디 성당?” 비판에도 군의원들 출장 ‘가결’

충북 진천군의회, 다음달 포르투갈·스페인 출장
내부 심사서부터 ‘부실 계획’ ‘외유성’ 지적
군 의회 “일정 보강하겠다”했지만 큰 변화없어

입력 2023-03-24 06:00 수정 2023-03-24 06:00
지난해부터 세계 각국에서 코로나19 관련 입국 제한조치를 완화하면서 ‘의원님’들의 해외 출장(연수)이 다시 시작됐습니다. 국민일보는 다시 시작된 지방의회 의원들의 해외 출장 내역을 꼼꼼히 뜯어보고 있습니다. ‘정책 입안에 참고’ ‘국제적 감각 제고’ 등 거창한 단어들로 포장돼있지만 실상은 단순 ‘관광’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각 의회 홈페이지에는 의원들의 출장 계획서와 결과보고서가 공개돼있습니다. 현재 거주하고 계신 지역 의회의 해외 출장 내역 중 수상한 점이 있으면 이메일이나 카카오톡(ID : pandan22)으로 제보해주시기 바랍니다. 혹시 시민들의 세금으로 떠난 ‘외유성 출장’은 아니었는지 꼼꼼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대표적인 관광 명소인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성가족 성당). 유명 건축가 안토니 가우디가 설계하고 직접 건축을 책임진 대표적인 관광 명소다. 충북 진천군의회 의원들은 다음달 스페인 출장에서 이곳을 방문한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페이스북 캡처

“리스본이나 마드리드, 바르셀로나는 서울 같은 도시인데 ‘진천군’하고는 안 맞잖아요?”
“진천군이 마드리드에 뭘 배우러 가는지 모르겠습니다”
“이대로 공개하면 의원님들 놀러 간다고 오해받습니다”

지난 8일 충북 진천군의회 공무국외출장 심사위원회 회의에서 나온 지적이다. 충북 진천군의회가 다음 달 7박 9일 일정으로 떠나는 포르투갈·스페인 출장 계획을 놓고 심사위원들은 ‘외유성 출장’이 될 것이라는 비판을 쏟아냈다. 출장 계획안 내용이 부실해서 ‘관광’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였다.

군의원 전원 포르투갈·스페인 7박9일에 ‘4000만원’ 출장
진천군의회 소속 의원 8명 전원은 다음달에 포르투갈과 스페인으로 출장을 떠난다. 7박 9일 일정에 들어가는 경비는 4024만원이다. 진천군의회 제공

23일 진천군의회에 따르면 군의회 의장과 의원 8명 전원은 다음 달 12일부터 20일까지 7박 9일 일정으로 포르투갈과 스페인으로 출장을 떠난다. 출장 경비는 1인당 492만원에서 최대 535만원으로 책정됐다. 전체 경비는 약 4024만원 규모다. 계획서의 출장 목적란에는 “외국 지방자치단체의 행정 서비스 및 의회 관련 지식과 정보를 수집하고 환경 분야 시설을 직접 비교 견학”한다고 적혀있다.

문제는 내용이다. 계획서에 따르면 전체 일정 13건 가운데 8건이 현장 시찰이다. 현장 시찰 가운데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성가족성당) 방문 일정도 포함됐다. 카탈루냐 출신의 건축가 안토니 가우디가 설계하고 직접 건축을 책임진 바르셀로나의 대표 명소다.

계획서는 이를 두고 “진천군을 대표할 수 있는 대형건물 건축 시 여건, 디자인, 활용도 등을 파악해 추진방향모색”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나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대형 성당인 파밀리아 성당과 진천군의 접점을 찾는 것은 억지스러운 연결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진천군의회 의원 공무국외출장 계획서에 따르면, 출장을 떠나는 의원 8명은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똘레도 대성당 등을 방문할 예정이다. 진천군과의 관련성이 적어 '외유성 출장'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진천군의회 제공

이 외 시찰지 중에도 누에보 다리, 몬세랏 수도원 등 관광 명소가 여럿 포함돼 있다. 바위산 아래 자리 잡은 몬세랏 수도원은 순례자들이 찾는 성지 가운데 하나이고, 스페인 소도시 론다의 협곡을 잇는 누에보 다리는 사진가들이 많이 찾는 장소로 알려졌다. 모두 스페인 여행에서 주요 명소로 꼽히는 ‘관광 코스’다.

이들 지역 역시 일정별로 ‘진천군의 관광사업 활용방안 모색’ ‘진천군을 대표할 대형건물 건축 등 추진방향모색’ 등의 이유와 명분이 적혀 있다. 그러나 이 역시 “론다의 누에보 다리를 통해 진천군 ‘농다리’ 활성화 방안을 모색한다”거나, “몬세랏 수도원에서 산악열차 등 이동 수단을 체험해 진천군의 관광 활성방안을 탐색한다” 등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내용이 많다.

공식 방문 일정으로는 포르투갈 리스본 시의회, 스페인 마드리드 시청사, 스페인 이구알라다 시의회 등이 포함됐다. 이 일정들에는 ‘선진 민주정치 시스템 및 의정활동 사례를 벤치마킹해 진천군의회의 발전방향모색’ 등의 설명이 붙었다.

“놀러 간다 오해받기 쉬워” 비판 쏟아진 심사

실제 지난 8일 열린 군의회 심사위원회에서도 이 같은 계획안에 대해 날카로운 비판이 쏟아졌다. 진천군의회는 공무국외출장의 경우 민간위원 5인으로 구성된 심사위원회의 심사를 거치도록 규정하고 있다.

진천군의회 공무국외출장 심사위원회 회의록에 따르면, 지난 8일 열린 심사위에선 "사람들이 오해하기 딱 좋다", "리스본, 마드리드, 바르셀로나는 서울 같은 도시인데 진천과 안 맞는다", "이거대로라면 100% 관광성"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진천군의회 제공

국민일보가 확인한 심사위원회 회의록에 따르면 A위원은 “계획이 너무 단순하다. 세부 일정이 따로 있느냐”고 묻고 “이대로 공개하면 놀러 간다고 오해받는다. 사람들이 오해하기 딱 좋다”고 지적했다. 이어 “리스본이나 마드리드나 바르셀로나는 서울 같은 도시인데 진천하고는 안 맞는다”면서 “무엇을 배우러 가는지 모르겠다. 진천군하고 접목할 수 있는 게 좀 있어야 할 것 같다”고 보완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대로면 100% 관광성”이라는 강도 높은 비판도 나왔다. B위원도 “사실 저희하고 환경도 안 맞는 것도 있다”며 “이대로 가다 보면 관광성 (논란)이 염려돼 말씀드린다. 실무 하시는 분들이 더 신경을 써주셨으면 좋겠다”고 언급했다.

지적이 이어지자 의회 실무자는 “추후에 확인해서 일정을 탄력적으로 짜겠다”면서 “의원님들이 어떤 걸 봐야 하는지 세부사항을 작성해서 드리겠다”고 답했다.

회의에서는 출장 일정이 이슈화될 것에 대해 우려하는 대목도 나온다. C위원은 “의원님들이 해외연수 가서 이슈가 많이 되고 있다. 솔직히 착잡한 마음으로 여기(심사)에 왔다”며 “진천군을 대표해서 나가시니깐 개개인의 행동을 조심해서 잘 다녀오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B위원은 “(출장) 갔다 오는 얘기를 바깥에 흘려서 들어오면 이상하게 이슈화된다”며 “당을 떠나서 같은 식구로 갔을 때는 서로 감싸고 끝까지 묻어주고 가야 한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여러 비판에도 불구하고 출장 계획은 참석위원 5명이 모두 동의해 가결됐다. 군의회 실무자가 부족한 내용을 보강하겠다고 답하면서 출장 계획 자체는 통과가 된 것이다. 군의회 관계자는 “미흡한 내용을 수정해서 진행하라는 의미로 의결해준 것”이라면서 “지적된 내용을 고려해서 일정 조정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출발 시점이 가까워졌음에도 불구하고 군의회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출장 계획서에는 심사에서 요구된 내용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앞선 심사위 회의에서 의회 관계자는 ‘출장 계획이 도시기반문화시설(관광지) 위주’라는 지적에 대해 “관광 분야 말고도 쓰레기 처리 관련해서도 일정이 잡혔다. 주목적은 환경 쪽이다”라고 답변한 바 있다.

그러나 수정된 출장 계획서를 보면 13곳 방문 일정 가운데 환경 관련 일정은 폐기물 수거 시스템 개발 기업 ‘엔바오 리스보아’, 마드리드 시청사(환경과), 친환경 쓰레기 처리시설 ‘유로파크 2 몬트카다’로 3곳에 불과하다. 공식 방문 일정과 관련해서 아직도 섭외가 마무리되지 않았다고 한다.

출장 가는 군의장 “세부 내용은 잘 몰라”
장동현 진천군의회 의장

장동현 진천군의회 의장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외유성 출장’이라는 비판에 대해 “이번 출장은 도시 재생, 화장장 문제 등 진천군 현안을 중심으로 해외 현지 답사를 해보자는 취지였다”면서 “(심사위원회에서) 지적받은 사항을 보완해서 준비하라고 사무처에 지시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주말에는 공식 기관을 방문할 수가 없지 않나”며 “출장 목적에 부합하게 의회 사무과에서 계획을 짰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 의장은 그러나 출장 일정에 포함된 관광지 방문 일정 등에 대한 질문에는 “구체적인 일정은 다 숙지하지 못했다. 세부 내용은 잘 모르겠다”고 답변을 피했다. 이번 출장에는 장 의장을 포함해 군의원 8명 전원이 참석한다.

군의회 관계자는 관광 위주 출장이라는 비판에 대해 “아침부터 저녁까지 공부만 할 수 없지 않은가. 여유 있는 시간에 주변도 돌아보자는 차원이었다”면서 “진천군과 접목할 수 있는 현장을 둘러볼 수 있도록 일정을 최대한 조정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정헌 김판 기자 h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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