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보, 멋지다 임지연…“연진이 같은 악역 한 번쯤 오길 기다렸다”

국민일보

브라보, 멋지다 임지연…“연진이 같은 악역 한 번쯤 오길 기다렸다”

넷플릭스 ‘더 글로리’ 악역으로 국내외 호평

“김은숙 작가와의 작업이 내겐 ‘글로리’“

입력 2023-03-28 06:30
넷플릭스 시리즈 '더 글로리'에서 연진을 연기하고 있는 배우 임지연. 넷플릭스 제공

“악역을 늘 해보고 싶었다. 나이 들고 선배들처럼 연기 내공이 쌓이면 한 번은 제대로 된 기회가 찾아오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생각보다 일찍 매력있는 배역이 주어졌다. 나만의 ‘빌런’을 만들어보려 했다.”

지난 17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만난 배우 임지연이 말했다. 임지연은 넷플릭스 시리즈 ‘더 글로리’의 주인공 연진을 연기해 국내외 시청자들로부터 호평 받았다. 잔인한 방법으로 친구들을 괴롭히고도 아무런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는 완벽한 악인의 모습을 임지연은 제 옷을 입은 듯 자연스럽게 소화해냈다.


임지연은 “내 안에 있는 에너지를 많이 끌어내려 했다. 막상 악역을 연기해보니 나와 잘 맞아떨어지는 부분도 있고, 얼굴이 (악역에) 꽤 어울렸다”면서 “스스로에 대해 ‘표정을 지을 때 눈썹을 이렇게 많이 쓰는구나, 미간에 주름이 생각보다 많구나’하고 처음 알게 됐다. 짙은 눈썹도,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웃는 버릇도 연진이한테 잘 맞았던 것 같다. 나만의 ‘소스’들이 있다는 걸 사실은 알고 있었다”고 했다.

처음 대본을 읽을 때부터 임지연은 연진 역할에 욕심이 났다. 그는 “김은숙 작가가 ‘연진이는 천사같이 착한 얼굴에서 악마같은 웃음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하셨는데 내게서 악마같은 걸 보신 듯하다”며 “끝까지 뉘우치지 않는 연진이가 됐으면 좋겠다고, 첫 악역이지만 최선을 다해 잘 해보겠다고 자신감을 내보였다. 하지만 대본 자체가 재밌어서 다른 배역이었어도 참여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캐릭터를 구축하는 건 쉽지 않은 과제였다. 임지연은 “연진이는 절대 용서받지 못할 사람이다. 이렇게 죄책감이 없는 사람이 존재할 수 있나, 연진이는 왜 그런 사람이 됐을까 고민했다”며 “인간적으로 이해할 수 없어 힘들기도 했다. 내 얼굴이나 목소리에 ‘연진이같은’ 것들이 묻어날 수 있을거란 확신을 갖는 시간이 필요했다”고 돌이켰다.

연진이를 표현하기 위해 담배를 피우고 욕을 하는 모습도 연구했다. 그는 “어색하게 할 바엔 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혼자 화났을 때, 친구들과 있을 때, 동은(송혜교)을 만났을 때 욕하고 담배 피우는 모습이 각각 달라야 했다”며 “담배를 빼서 입에 무는 방법, 담배 끄는 방법, 손을 튕겨서 재를 털어내는 방법 등을 디테일하게 만들어 나갔다”고 말했다.


연진의 말과 행동은 대중의 호응을 얻었다. 임지연은 “동은에게 ‘어디서 거지같은 새끼 만나 거지같은 애새끼들 줄줄이 낳고 거지같이 살 줄 알았더니 제법이다’ ‘난 잘못한 게 없어, 동은아’라고 말할 때는 심하단 생각이 들었다”면서 “학폭 사실이 알려진 뒤 회사에 ‘사직서 박연진’이라고 대충 써서 던지는 장면은 직장에 다니는 친구들이 속시원하다는 반응을 보내왔다”고 말했다.

드라마의 결말에 대한 생각을 묻자 그는 “끝까지 자기 잘못을 모르고 억울해하는 게 연진이에게 어울리는 최고의 벌일 것”이라며 “연진이가 많이 미움받는 작품이 됐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더 글로리' 스틸사진. 넷플릭스 제공

‘더 글로리’는 자신감이 절실했던 배우 임지연의 연기 인생에 전환점이 됐다. 임지연은 “연기에 대한 자격지심이 컸고 혼날까봐 늘 현장에 가는 게 무서웠다. 연진이를 선택하는 데에도 큰 용기가 필요했고, 도전이었다”며 “이런 칭찬은 처음 받아본다. 김은숙 작가와 함께 작업한 게 내 ‘글로리’”라며 웃었다.

대중에게 어떤 배우로 남고 싶은지 물었다. 그는 “이제와 생각해보면 늘 성장하고 싶고 성취감을 느끼고 싶고, 스스로 조금이라도 만족하려고 연기한 거지 칭찬받으려고 연기한 건 아닌 것 같다. 도전하다보면 또 다른 얼굴을 찾을 수 있고 사랑받을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든다”며 “거침없이 도전하는 열정적인 배우, 조금씩 성장해 나가는 배우가 되겠다”고 말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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