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4층 소독하다 사망… 금감원 “CCTV 원본 못 준다”

국민일보

지하4층 소독하다 사망… 금감원 “CCTV 원본 못 준다”

지난 1월 소독 용역업체 직원 쓰러진 채 발견
결국 사망했지만 금감원 “열람만 가능”
유족 고발 때문 재판 대비하는 듯

입력 2023-03-28 04:44 수정 2023-03-28 11:07
금융감독원에서 일하다 쓰러진 채 발견된 소독 용역업체 직원 민모씨의 영정 사진. JTBC 보도 화면 캡처

금융감독원이 소독 용역업체 직원 사망과 관련해 CCTV 원본과 사고 장소를 유족에게 제공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코로나19 소독 및 방역 업무를 해온 민모(68)씨는 지난 1월 31일 금감원 건물 지하 4층에서 의식불명 상태로 발견됐다.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목숨을 잃었다. 사인은 뇌내출혈이었다.

유족들은 민씨가 혼자 방역 업무를 하다가 쓰러져 하루 넘게 방치돼 있다가 숨졌다며 사망 현장의 CCTV 원본을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민씨는 전날 저녁부터 연락이 닿지 않은 상태였다고 한다. 고인의 휴대전화에는 금감원 안내데스크로부터 ‘방문증을 반납해 달라’는 취지의 메시지가 다음 날 오전 9시45분쯤 와 있었다고 한다.

금감원은 논란이 되자 이달 초 자료를 내고 “금감원은 사고 발생 인지 시점부터 현재까지 유족들과 지속적으로 연락을 유지하는 가운데 유족들의 요청에 최선을 다해 협력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어 “유족들의 요청에 따라 사고 발생 전후 고인의 행적과 관련된 모든 CCTV 영상의 보존조치를 완료했으며 개인정보보호를 전제로 유족들이 원하는 경우 언제든 열람할 수 있도록 제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유족들은 금감원이 입장을 바꿔 원본 대신 1시간 분량의 편집본만 열람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했다. 유족들이 경찰에 금감원을 과실치사 등의 혐의로 고발하자, 원본 대신 1시간 분량의 편집본만 제공하겠다는 입장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고인이 등장하지 않는 장면까지 영상을 모두 보여드릴 수는 없다”며 “대신 고인이 등장하는 부분은 제공 대신 열람이 가능한 상태라고 답변 드렸다”고 답했다.

또 금감원은 ‘수사 중’을 이유로 유족들에게 민씨가 쓰러졌던 기계실도 보여주지 않고 있다. 유가족 측 변호사는 “돌아가신 장소 정도는 한번 보게 해주시는 게 도리가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진심으로 애도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경찰 등 관계기관 조사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어 “유족분들의 신청으로 근로복지공단이 고인의 산업재해 해당 여부를 조사 중”이라며 “공단의 근로현장 방문 등 산재 여부 조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판 기자 pan@kmib.co.kr


많이 본 기사

아직 살만한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