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용줄에 손 묶인채…6·25 집단학살 민간인 유해 발굴

국민일보

군용줄에 손 묶인채…6·25 집단학살 민간인 유해 발굴

‘아산 부역 혐의 희생사건’…유해 40여구 발굴
무릎 꿇고 머리에 탄두 박혀…진실화해위 추가 발굴

입력 2023-03-28 13:33 수정 2023-03-28 13:37
충남 아산시 배방읍 공수리 성재산 방공호에서 진행한 ‘아산 부역 혐의 희생 사건’ 유해 발굴에서 현장에서 온전한 형태의 유해 40여구가 발굴됐다. 진실화해위원회 제공

충남 아산의 ‘부역 혐의 희생사건 유해발굴’ 현장에서 73년 전 집단학살 정황을 추정할 수 있는 온전한 형태의 유해 40여구가 발굴됐다. 좁은 방공호를 따라 발굴된 유해는 20~40대 남성으로, 일부는 손목에 군용전화선인 삐삐선이 집단으로 감긴 상태로 발견됐다.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는 28일 아산시 배방읍 공수리 성재산 방공호에서 ‘아산 부역 혐의 희생 사건’ 유해 발굴 현장을 공개했다. 한국전쟁 당시 부역 혐의 희생 사건에 대한 국가기관의 공식 유해 발굴은 이번이 처음으로, 지난 7일부터 진행됐다.

진실화해위에 따르면 이번 유해 발굴에서 최소 40구의 유해가 온전한 형태로 발굴됐다. 이들은 2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의 남성으로 아산 부역 혐의자로 추정되고 있다.

진실화해위 관계자는 “발굴 유해는 폭 3m, 길이 14m의 방공호를 따라 빽빽한 상태로 드러나 방공호에서 집단학살 당한 것으로 보인다”며 “유해 대부분은 무릎이 구부러지고 앉은 자세인 ‘L자’ 형태를 보여 학살당한 후 바로 매장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충남 아산시 배방읍 공수리 성재산 방공호에서 진행한 ‘아산 부역 혐의 희생 사건’ 유해 발굴에서 현장에서 온전한 형태의 유해 40여구가 발굴됐다. 진실화해위원회 제공

발굴 현장에서는 머리 위에 파랗게 녹슨 탄피가 얹혀 있었고, 손목뼈에는 군용전화선인 삐삐선이 집단으로 감긴 상태로 발견되기도 했다. 학살 도구로 사용된 것으로 보이는 A1소총 탄피 57개와 소총 탄두 3개, 카빈 탄피 15개, 일제 강점기 일본군이 사용한 소총인 99식 소총 탄피 등도 발굴됐다.

진실화해위에 따르면 이번 유해 발굴지는 1950년 10월 4일 온양경찰서 업무가 정상화되면서 좌익부역 혐의 관련자와 그 가족을 매일 밤 1~2회에 걸쳐 40~50명씩 트럭에 실어 성재산 일대와 온양온천변에서 학살한 다음 그 시신을 유기한 곳이다.

2009년 5월 1기 진실화해위는 ‘아산 부역 혐의 희생사건’을 1950년 9월에서 11월 사이 온양경찰서 소속 경찰과 치안대가 지역주민을 인민군 점령 당시 부역 혐의로 몰아 성재산 방공호·수철리 금광굴·염치리·대동리 일대에서 집단학살한 사건으로, 참고인 진술에 따라 희생자를 800여명으로 추정했다.

2018년 아산시가 자체 진행한 유해발굴 결과 208구의 유해를 수습하기도 했다.

진실화해위 관계자는 “4월 중순까지 수습 작업 후 발굴 현장 인근 염치읍 백암리에서 아산 부역 혐의 희생사건 유해 발굴을 계속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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