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가짜 위임장도 ‘오케이’… 시중은행의 황당한 대출 연장

국민일보

[단독] 가짜 위임장도 ‘오케이’… 시중은행의 황당한 대출 연장

제3자 담보제공인 동의 없이 4년간 담보 대출 만기 연장
고객확인서 발급에 위조 위임장 사용

입력 2023-03-30 06:00 수정 2023-03-30 06:00
연합뉴스

국내 시중은행에서 제3자 담보제공자의 동의 없이 차주에게 대출을 연장해주면서 위조된 위임장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위조 위임장은 대출 연장을 위한 필수 서류를 발급하는 데 쓰였다. 은행의 내부통제 시스템은 대출 만기 연장이 실행될 때까지 이를 걸러내지 못했다.

29일 국민일보가 입수한 70대 여성 김모씨의 제3자 담보제공 관련 ‘여신 거래조건변경 추가약정서(기한연장신청서)’ 및 고객확인서 등에 따르면 2017년 8월 A 시중은행은 김씨의 제3자 담보제공을 통해 김씨와 일면식이 있던 송모씨에게 1년 만기 2억원짜리 기업대출을 실행했다. 차주 송씨는 이후 2021년 8월까지 네 차례 만기 연장을 신청했다.

그러나 만기 연장 과정에서 김씨의 동의는 없었다. 신청서에 김씨의 서명은 없고 차주 송씨의 서명만 담겼다. A 은행에 따르면 담보제공인의 서명이 없다고 해당 서류가 효력이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 경우 은행은 내규에 따라 담보제공인에게 사전 안내 및 사후 통지해야 한다. 그러나 기한연장 과정에서 김씨는 어떤 방식으로든 통지를 받지 못했다.

특히 A 은행은 2021년 마지막 만기 연장 당시 위조 위임장까지 받아 대출 연장을 승인한 것으로 파악됐다.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상 금융기관은 금융거래 또는 서비스가 자금세탁 등의 불법행위에 이용되지 않도록 고객 확인, 실제 소유자 확인 등을 위한 고객확인서를 주기적으로 받아야 한다. 고객확인을 거치지 않은 고객의 정보는 은행 전산 시스템에서 처리가 불가능하다.

만기 연장을 위해 김씨의 동의가 필수적인 고객확인서 갱신이 필요해지자 송씨는 ‘김씨가 은행 부수 업무에 관해 대리인에게 위임한다’는 내용의 위임장을 만들어 제출했다. 김씨의 도장만 찍힌 백지 위임장에 송씨가 자필로 내용을 적어 제출하는 식이었다. 이 과정에서 송씨는 금융 취약층인 김씨에게 접근해 얻은 신분증, 인감, 인감증명서를 사용했다. 은행 직원은 위조 위임장 작성 과정에 연루된 것으로 파악됐다.

차주 송씨가 직접 자필로 작성한 담보제공인 김씨의 위임장

해당 위임장은 일반적으로 포함되는 위임 날짜, 구체적인 위임 권한 등 정보가 기재되지 않았지만 내부 결재라인을 통과했다. 통상 은행 업무 지침상 서류 내용이 불충분할 시 직원은 담보제공인에 확인 전화를 하는 등 주의를 기울여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일반적 양식으로 볼 수 없는 위임장을 바탕으로 김씨의 고객확인서는 등록됐고 결국 김씨의 동의 없이 또다시 대출은 연장됐다. 집을 담보로 제공했던 김씨는 지난해 담보대출 기한이 만료되면서 송씨의 빚을 대신 떠안아야 할 가능성이 커졌다.

A 은행 관계자는 “적합하게 위임관계를 확인하도록 규정에 정하고 있으나 이번 사례는 규정에 맞지 않게 업무를 처리한 것으로 확인된다”며 “직원 교육, 위규 발생시 패널티 확대 등 재발방지를 위한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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