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으로 김일성 초상화 가리킨 임산부 처형…구금시설에선 생체실험”

국민일보

“손가락으로 김일성 초상화 가리킨 임산부 처형…구금시설에선 생체실험”

통일부 ‘2023 북한인권보고서’ 공개
특별 전담조직 두고 남한 문화 단속
구금시설 내 나체 검사 등 女인권 유린

입력 2023-03-30 17:43 수정 2023-03-30 17:55

통일부가 31일 공개하는 ‘2023 북한인권보고서’에는 북한 주민들의 참혹한 인권 실태가 고스란히 담겼다.

공개 처형과 고문, 생체실험이 자행되고, 강제노동에 시달리는 현실이 북한인권보고서에 기록됐다.

공개 처형은 10대 청소년과 임산부 등 대상을 가리지 않았다. 북한이 남한 문화 유입을 차단하기 위해 특별 전담조직을 설치했다는 사실도 알려졌다.

통일부는 2017~2022년 탈북한 북한이탈주민 508명이 증언한 1600여개 인권침해 사례를 바탕으로, 보고서를 작성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북한이 ‘109연합지휘부’라는 특별 전담조직을 두고 남한을 비롯한 외부 정보의 유입을 강력히 단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2020년 양강도에서는 한 남성이 중국에서 한국 영상물을 들여와 주민들에게 유포한 행위로 공개 총살을 당했다.

2018년에는 하이힐이나 화장품 등 한국 제품을 몰래 판매하다가 체포된 사람들이 줄줄이 공개 총살을 당했다는 증언도 수집됐다.

한국 영상물을 시청하고, 아편을 사용했다는 이유로 10대 청소년 6명이 총살되는 일도 벌어졌다고 한다.

북한은 외국 영화와 노래 등을 접촉·보관·유포할 경우 노동교화형 10년까지 처벌이 가능한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2020년 제정했다.

보고서는 “법의 전체 조문이 확인되지 않았지만, 사형을 부과하는 규정들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고 설명했다.

여성에 대한 인권 유린도 심각했다. 유포된 동영상에서 손가락으로 김일성 초상화를 가리켰다는 이유로 임신 6개월의 여성이 공개 처형되는 일이 발생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구금시설에서는 나체 상태로 신체·소지품 검사가 실시되고 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탈북 후 송환된 여성들을 대상으로 ‘자궁검사’가 자행된다는 증언도 담겼다.

2014년 중국에서 강제 송환된 여성이 구금시설에서 출산했는데, 아이가 중국 아이라는 이유로 태어나자마자 계호원(교도관)이 살해했다는 증언도 수집됐다.

구금시설에서는 생체실험이 당사자 동의 없이 실시된다는 충격적인 증언도 나왔다.

‘83호 병원’ 또는 ‘83호 관리소’로 불리는 곳에서 살아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의학실험 등이 실시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83호에는 정신질환자나 지적장애인 등이 수용되는 사례가 있어 이들에 대한 생체실험이 이뤄지고 있다는 증언도 기록됐다.

반국가·반민족 혐의를 받는 경우 법원 재판 없이 정치범수용소에 수용되고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북한 내 정치범수용소는 총 11곳이 있으며 현재 5곳이 운영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수용자는 대부분 광산에 보내져 강도 높은 노동에 시달렸고 처형도 일상적으로 이뤄졌다고 한다.

북한에 살고 있는 이산가족과 국군포로 등은 더욱 심한 감시와 통제에 시달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산가족 행사를 통해 남한의 가족과 만난 뒤에 당사자는 물론 그 자녀들까지 감시당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국군포로 자녀는 직장 배치, 군 입대 등 대부분 분야에서 차별을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보고서 작성을 위해 증언한 탈북민 508명을 분류하면, 여성(53%)과 남성(47%) 비율이 비슷했다.

연령대는 20대(31.1%)가 가장 많았다. 거주지는 양강도(59.1%), 함경북도(17.3%), 평양시(10.8%) 순이었다.

이번 보고서는 수집된 사례들이 주로 접경지역의 경우이고, 코로나19에 따른 북한의 국경봉쇄로 탈북민이 급감하면서 2022년 이후 사례가 매우 적은 한계가 있다고 통일부는 설명했다.

통일부는 연례보고서 형태로 매년 보고서를 발간하는 방안을 추진하되, 입국하는 탈북민 수가 감소하는 상황 등이 발생할 경우 해를 걸러 발간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김영선 박준상 기자 ys8584@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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