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기내줘 고맙다” 전우원 다독인 5·18 어머니들 [포착]

국민일보

“용기내줘 고맙다” 전우원 다독인 5·18 어머니들 [포착]

5·18 유족 “얼마나 두렵고 힘들었느냐” 오히려 전씨 위로
전씨, 전두환 일가 중 처음으로 5·18묘지 참배

입력 2023-03-31 17:29
전직 대통령 고 전두환 씨의 손자 전우원 씨가 31일 오전 광주 서구 5·18기념문화센터에서 자신의 할아버지를 대신해 5·18 유가족 김길자 씨를 위로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월어머니들은 학살자의 손자를 위로했고, 그 손자는 5·18묘지를 참배하며 사죄의 마음을 전했다. 1980년 광주 5·18민주화 운동 이후 43년 만이다.

전직 대통령 전두환씨의 손자 전우원(27)씨가 31일 광주를 찾아 5·18 유족에게 사죄했다. 이에 오월어머니들은 “용기를 내줘서 고맙다”며 전씨를 꼭 안아주었다.

전직 대통령 고(故) 전두환 씨의 손자 전우원 씨가 31일 오전 광주 서구 5·18기념문화센터에서 5·18 유가족에게 자신의 할아버지를 대신해 사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5·18 당시 고등학생 시민군으로 활약하다 숨진 고(故) 문재학 열사의 모친 김길자 여사는 자신에게 사죄하는 전씨에게 “그동안 얼마나 두렵고 힘든 고통의 시간을 보냈을까 하는 생각에 가슴이 아프다”라면서 “광주를 제2의 고향처럼 생각해달라”는 위로의 말을 건넸다.

이어 “얽힌 실타래를 풀어가는 심정으로 5·18 진실을 밝혀서 화해의 길로 나아가는 데에 우리도 돕겠다”며 눈물을 훔쳤다.


다른 유족들도 기자회견을 마친 전 씨를 눈물로 포옹하고 손을 맞잡으며 ‘용기를 내 고맙다’면서 진실규명에 함께 나서 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전씨는 유족들 앞에 사죄를 마친 뒤 5·18묘지로 향했다. 전두환 일가 구성원 중 묘역 참배를 한 것은 우원씨가 처음이다.

방명록 작성하는 전우원 씨. 연합뉴스

전직 대통령 고(故) 전두환 씨의 손자 전우원 씨가 31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 묘지에서 작성한 방명록. 연합뉴스

전씨는 묘지 입구에서 방명록에 ‘저라는 어둠을 빛으로 밝혀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민주주의의 진정한 아버지는 여기에 묻혀계신 모든 분들이십니다’라고 적었다.

전씨는 김범태 5·18 민주묘지관리사무소장의 설명을 들으며 묘역을 참배하기 시작했다.

그는 5·18 최초 사망자인 故 김경철 열사의 묘역부터 초등학교 4학년 희생자인 故전재수군, 시신조차 찾지 못한 행방불명자와 이름 없는 무명열사 묘역을 차례로 돌며 희생자들의 넋을 기렸다.

전직 대통령 고 전두환 씨의 손자 전우원 씨가 31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를 찾아 무명열사 묘비의 먼지를 옷으로 닦고 있다. 연합뉴스

전씨는 자신의 겉옷으로 5·18 영령들의 묘비를 직접 닦아냈다. 참배하는 묘역마다 무릎을 꿇고 비석과 영정 사진을 하나 하나 닦아 나가는 전씨의 모습에 유가족과 시민들은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안내를 돕던 김 소장도 눈시울을 붉혔다.

전직 대통령 고(故) 전두환 씨의 손자 전우원 씨가 31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 묘지에서 헌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씨는 계속해서 헌화를 위해 꽃을 옮기는 등 적극적으로 참배를 이어갔다.


전직 대통령 고 전두환 씨의 손자 전우원 씨가 31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 묘지에서 고 문재학 열사 묘비를 닦고 있다. 연합뉴스


함께 참배하던 김 여사는 아들 문재학 열사 묘역 앞에서 전씨에게 “여기 있는 우리 아들을 너희 할아버지가 죽였다. 이 어린 학생이 무슨 죄가 있어서”라고 원통해하면서도 묘소를 향해 “재학아, 전두환 손자가 와서 사과한단다”라고 전하며 눈물을 훔쳤다.


전직 대통령 고(故) 전두환 씨의 손자 전우원 씨가 31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 묘지를 참배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직 대통령 고 전두환씨 손자 전우원씨가 31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5·18 유가족인 김길자씨를 안고 사과의 마음을 전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후 김 여사는 참배를 모두 마친 전씨에게 “여기까지 오는 데 마음이 얼마나 힘들었냐”며 “앞으로 계속 묘역에 와서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해달라”고 당부했다. 전씨도 다시 한번 김 여사를 꼭 안으며 위로를 전했다.

오기영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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