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수 240㎏ 배달되자 96㎏ 반품…‘먹튀’ 고객의 복수법

국민일보

생수 240㎏ 배달되자 96㎏ 반품…‘먹튀’ 고객의 복수법

입력 2023-04-02 00:07
서울 강남구 빌라에 사는 한 여성이 택배로 받은 생수를 집으로 들여놓고 있다. 이후 이 여성은 생수를 배송받지 못했다고 주장했지만 CCTV 확인 결과 틀린 말이었다. 엠빅뉴스 캡처

엘리베이터 없는 4층 빌라에 사는 한 여성이 생수 240㎏를 배달시켰다가 96㎏를 반품해 택배기사와 법적 다툼을 앞두고 있다.

택배기사는 이같은 생수 주문 방식이 자신을 괴롭히려는 의도라고 강하게 의심하고 있다.

특히 이 여성이 이전 주문에서 무상으로 생수만 챙기려다 경찰 신고를 받고서야 생수 값을 배상한 일과 연관이 깊다고 본다.

택배기사의 ‘먹튀’ 신고에 대한 일종의 복수를 단행했다는 것이다.

1일 ‘엠빅뉴스’에 따르면 사건의 발단은 서울 강남구 한 빌라에 거주하는 여성 A씨가 1박스당 12㎏짜리 생수 4박스(묶음)를 주문했을 당시로 거슬러 올라간다.

주문을 받은 택배기사는 지난 2월 28일 현관문 앞에 생수 배달을 마쳤다. 여기까지는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며칠 뒤 택배기사는 고객이 생수를 받지 못해 생수 값 3만6400원을 환불했다는 연락을 받게 된다.

서울 강남구 한 빌라에 사는 여성과 법적 다툼을 예고한 택배기사가 생수를 배달하고 있다. 엠빅뉴스 캡처

이에 택배기사는 A씨에게 연락했고, A씨는 “(배송 완료 후) 다음다음 날 귀가해서 보니 상품이 없었다”고 말했다.

택배기사는 미심쩍다는 생각에 건물 CCTV를 확인했다.

A씨 주장과 달리 CCTV에는 생수가 배송된 지 약 2시간 반 만에 A씨가 문 앞에 놓인 생수 4박스를 차례로 옮기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그런데도 A씨는 계속해서 “생수를 못 받았다”고 주장했다.

A씨는 경찰 신고를 받고서야 “착각한 것 같다”며 환불받은 돈을 돌려줬다.

생수를 가져간 지 한 달 만이었다.

그리고 얼마 뒤 A씨는 생수 20박스를 주문했다.

1박스당 12㎏씩 총 240㎏에 이르는 무게였다.

평소 주문하던 3~4박스보다 훨씬 많은 양이었다.

택배기사는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4층 계단을 오르내리며 생수를 배달했다.

그러자 A씨가 “8박스는 반품하겠다”며 회수를 요청했다.

서울 강남구 빌라에 사는 한 여성이 택배로 받은 생수를 집으로 들여놓고 있다. 이후 이 여성은 생수를 배송받지 못했다고 주장했지만 CCTV 확인 결과 틀린 말이었다. 엠빅뉴스 캡처

이때부터 택배기사도 강경 대응으로 돌아선다.

택배기사는 A씨에게 연락해 “이 일로 일을 하지 못하고 정신적 피해를 받았다. 보상을 해주셔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며 100만원을 언급했다.

그러자 A씨는 “현재 일을 하지 못하고 있고 수급자여서 형편이 어렵다”며 한발 물러섰다.

또 “어느 정도 생각하시는 게 있으면 시간이 걸리겠지만 돈을 구하는 대로 드리겠다”며 양해를 구했다.

그러나 A씨는 택배업체를 향해서는 기사의 합의금 요구에 대한 민원을 제기했다.

결국 택배업체가 기사에게 ‘A씨가 합의금 100만원을 달라는 협박을 받고 있다고 한다’며 사실 확인에 나서면서 기사도 A씨의 민원 사실을 알게 됐다.

이에 택배기사는 더는 타협의 여지가 없다고 판단하고 사기 혐의로 A씨를 경찰에 고소하기로 했다.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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