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 이름 기억 못하는 어머니…‘원발진행실어증’일 수도

국민일보

손자 이름 기억 못하는 어머니…‘원발진행실어증’일 수도

단어가 잘 생각 안나거나 말귀 잘 못 알아듣는 등

치매 증상 중 기억력 저하 보단 이름대기 능력 저하…언어검사 필요

입력 2023-04-30 06:44 수정 2023-04-30 09:53
언어검사 장면. 이대목동병원 제공


A씨는 최근 들어 모시고 사는 70세 어머니가 자식과 손자 이름을 기억 못 하거나, 일상에서 단어를 떠올리지 못하는 일이 잦아 함께 병원을 찾았다. 단순 기억력 감퇴인 줄 알았던 어머니의 검사 결과, 언어 장애로 관련 치료가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이처럼 물건이나 사람 이름이 잘 떠오르지 않는 ‘기억 장애’를 호소하며 병원을 찾는 환자 중 ‘어떤 일이 있었는지’에 대한 일화 기억은 보존되는 반면 언어 영역 중 이름대기 능력이 저하된 경우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의료진과 언어치료사와 협업을 통한 치료가 필요하다.
이대목동병원 신경과 김건하 교수는 30일 “‘단어가 잘 떠오르지 않는다’는 증상으로 병원을 찾았을 때, 알츠하이머병으로 인해 기억력이 떨어지는 경우도 있지만, 언어 능력이 저하되는 ‘원발진행실어증’일 수도 있어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치매 증상 중 하나인 ‘원발진행실어증(primary progressive aphasia, PPA)’은 대뇌 언어 영역에서 신경퇴행성 변화 때문에 나타난다. 보통 치매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기억력 저하를 떠올리기 쉬운데, 이와 달리 원발진행실어증의 경우 초반부터 언어 장애가 나타나 서서히 진행되기에 언어 검사를 시행하는 것이 진단에 도움될 수 있다.

손지현 언어치료사는 “뇌졸중 치매 파킨슨병 등 퇴행성 질환이 의심되는 증상으로 내원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 중 ‘단어가 잘 생각 안 난다’ ‘말귀를 잘 못 알아 듣는다’ ‘발음이 어눌해졌다’ ‘목소리가 작아졌다’ ‘음식을 먹을 때 사레 들린다’ 등의 언어, 말, 삼킴에 관한 증상이 있다면 신경언어검사실에서 진행되는 검사를 통해 그 장애의 종류와 중증도를 평가해 진단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2019년 신경언어검사실을 신설한 이대목동병원은 최근 경험 많은 언어치료사를 채용해 원발진행실어증에 대한 진단과 치료를 진행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언어 및 말, 삼킴장애 등으로 찾은 환자들이 검사받고, 결과를 담당 교수가 직접 확인해 향후 치료 계획 등에 대해 보다 구체적으로 상담할 수 있다. 아울러 통원 가능한 뇌졸중이나 치매 파킨슨병 환자가 언어치료를 받게 될 경우, 신경과 정기진료 때마다 담당 교수가 장애의 임상 경과를 확인해 추후 치료 방향 확립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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