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5% 포기하면 11.4%도 어렵다” 웃을 일 아닌 재계 [이슈&탐사]

국민일보

“14.5% 포기하면 11.4%도 어렵다” 웃을 일 아닌 재계 [이슈&탐사]

입력 2023-05-01 00:01
기후위기비상행동 회원들이 지난달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 규탄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한형 기자


정부가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에서 산업계의 부담을 14.5%에서 11.4%로 덜어줬지만, 이는 산업계에 대한 ‘과보호’라는 지적이 많다. 산업계 스스로도 “해외시장 문턱보다 낮은 정부 감축 목표치만 달성하고 안주하면 기업 경쟁력이 낮아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송상석 녹색교통정책위원장은 “기업에서 민원이 나오면 그 민원을 해결해 주는 것만 하는데, 그러다 경쟁력이 자꾸 떨어지면 그 정책 오류의 책임은 누가 질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제도(CBAM),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 해외시장에서 탄소 장벽은 높아지고 있다. 이를 감안하면 정부가 우리 산업계에 대한 감축목표를 느슨하게 해준 것은 장기적으로 전략적으로 올바르지 않다는 지적이다.

산업계도 과거보다 가벼워진 목표치를 무조건 반기는 것은 아니다. 정부 NDC 컨설팅에 참여했던 한 기업 관계자는 “(정부가 감축목표를 줄여준 것에 대해) 오히려 산업계에서 정부에 ‘의지가 있나?’라고 역으로 물어볼 만한 사안이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기업마다 경영환경에 따라 입장이 크게 다른데, 정부가 산업계 감축을 독려하길 바라는 기업 의시가 반영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대기업들은 과거 스스로 상당한 수준의 감축목표를 약속했었다. 최대 탄소 배출 기업 포스코는 2030년까지 2017~2019년 평균 탄소 배출량 7880만t의 10%를 감축하겠다고 선언했고, 2040년에는 50%를 목표로 내세웠다. 감축 목표인 10%인 788만t은 2021년 NDC에서 내세웠던 철강 부문 감축 목표인 230만t을 가뿐히 넘어선다.

과거 정부의 40% 감축목표가 현실을 외면한 것이었다는 비판도 있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창의융합학과장은 “국가 기간 산업이 제조업인 한국 입장에서는 탄소 중립 목표를 좀 천천히 가다 빨리 가는 경로가 최적인데, 현재 NDC는 서둘러 가다가 나중에 천천히 가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슈&탐사팀 이택현 이경원 정진영 김지훈 기자 alley@kmib.co.kr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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