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거없이 “기후위기 없다”는 사회… 과학자는 이렇게 말한다 [이슈&탐사]

국민일보

근거없이 “기후위기 없다”는 사회… 과학자는 이렇게 말한다 [이슈&탐사]

입력 2023-05-02 11:08 수정 2023-05-02 11:09


국민일보 ‘기후변화 멸종위기종 : 인간’ 연속보도 취재에 응한 기후 과학자들은 “이제 기후위기 자체를 과학적으로 부정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오랜 시간에 걸쳐 기후위기를 입증할 정보를 축적한데다, 회의론자들이 내세운 근거를 남김없이 논파한데서 나온 자신감이었다. 다만 경제·산업, 정치에 대한 견해 차이로 기후위기 대응에 동참하지 않으려는 이들이 회의론을 앞세워 반대 목소리를 키울 것으로 내다봤다. 기후위기 회의론에 대한 본보 보도(2023년 5월 2일자 6면) 취재 과정에서 전문가들이 전한 과학계 논의의 실태와 앞으로의 우려를 상세히 정리했다.

기후위기 회의론에 대한 과학계 진단

▲진경 극지연구소 빙하환경연구본부 책임연구원
북극곰 개체가 늘어난 것은 역설적으로 인류가 일찍이 관심을 갖고 보호했기 때문이다. 그 외 수많은 다른 종들은 여전히 기후변화로 멸종 위기에 처해있다. 기후변화 대응이 경제적 비용으로 돌아오며 사람들이 피로감을 느끼는 탓에 음모론이 더 확산하고 있다. 음모론이라 할지라도 열심히 듣고 착실하게 과학적 반론을 만들어나가는 게 학계의 숙제다.

▲남성현 서울대 지구환경학부 교수
기후변화는 지구 평균 온도만 조금 오르고 마는 문제가 아니다. 빙하가 사라지고, 해수면이 오르며, 식생부터 모든 육상과 해양의 동식물 서식지가 바뀌고, 감염병 충격, 환경난민, 국가와 사회의 대립 및 갈등 심화 등 지구환경과학을 벗어나는 각종 문제를 가져오고 있다. 지구온난화 수준이 티핑포인트(산업화 이전 대비 2도)를 넘어가는 날에는 돌이킬 수 없기 때문에 탄소 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전 세계가 각성해야 한다.

▲김백민 부경대 환경대기학과 교수
지구온난화를 논할 때 가장 강력한 증거는 전 지구 평균 온도다. 태양도 지구 기후를 조절하는 중요한 인자고 화산 활동도 그렇지만, 최근 200년 동안 지구 평균 온도를 증가시키는 데 영향을 준 인자는 인간 활동이다. 그런데 회의론자들은 자꾸 부분에서 증거를 찾아 전체를 부정하려 한다. IPCC 보고서에 있는 내용이 지금 현재 과학으로 우리 미래에 대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합리적인 예측이다.

▲조천호 전 국립기상과학원장
기후 변화 때문에 식량 생산이 줄어드는 지역이 있다고 가정하면, 같은 기간 따듯해진 북쪽 나라들에서는 식량 생산이 늘 것이다. 이처럼 지구 각 지역에서 부정과 긍정적인 요인들이 함께 일어나는데, 대체로 부정적인 요인들이 훨씬 더 크다는 것이다. 때문에 어느 한 곳의 긍정적인 요인을 예로 들며 “기후변화가 아니다”고 얘기할 수는 없다.

▲김해동 계명대 지구환경학과 교수
우려한 대로 위기가 닥친다면 나중에 우리가 치러야 할 대가는 기껏해야 “야단법석을 떨고 돈을 낭비하고 있구나”라는 식의 후회다. 그런데 만약 회의론자 말을 믿고 대비를 안 했는데 나중에 위기가 닥치면 되돌릴 수 없다. 과학적 불확실성을 이유로 온실가스 저감을 하지 않는 건 안 된다는 뜻이다. 오존층과 프레온가스에 대한 논란 등 이런 식의 저항은 항상 있어왔다.

▲김형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기후센터 예측운영과장
IPCC 보고서가 발간될 때마다 기후위기가 인간 활동에 의한 것이라는 의심은 점점 짙어져 이번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unequivocal)’는 표현이 다다랐다. 과학자들이 현상에 대한 결론을 낼 때 용어 하나하나의 뉘앙스를 신중하게 고민한다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 또 IPCC 보고서는 세계에서 가장 저명한 과학자들이 모여서 낸 결론인데 이걸 부정할 수 있겠나.

▲손석우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기후위기를 경고하는 과학자들이 이런 주장을 해봤자 개인적으로 이득될 게 전혀 없는데도 왜 IPCC에 모이겠나. 과학계 0.1%의 ‘특이한 주장’이 아니라 99.9%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일부 과학적 관측에 오차 생겨 세부적인 예측은 빗나갈 수 있지만 지구가 기후위기에 다가서고 있다는 방향성은 절대 틀리지 않았다.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다른 문제와 달리 기후 변화는 가시적이지 않기 때문에 위기감을 느끼기 어렵다. 폐기물과 미세먼지 등은 눈에 보이는데, 온도나 기후는 보이지도 않고 느끼기도 어렵다. 문제의식을 느끼다가도 쉽게 일상으로 돌아온다. 지금 적절하게 대응하지 않으면 위기가 발생한 후에 피해도 더 크고, 이를 극복하려면 더 많이 투자해야 한다.

이슈&탐사팀 이택현 김지훈 이경원 정진영 기자 alley@kmib.co.kr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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