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 담배 광고 어쩐담… 편의점·복지부 ‘시트지 전쟁’ 결과는

국민일보

하, 담배 광고 어쩐담… 편의점·복지부 ‘시트지 전쟁’ 결과는

정부 “시트지 없애고, 담배광고와 금연광고 다 도입”

입력 2023-05-17 18:42 수정 2023-05-17 20:13
편의점 근무자가 17일 오후 서울 시내 편의점에서 반투명 시트지를 제거하고 있다. 뉴시스

정부가 담배 광고 노출을 막기 위해 편의점 창문 등에 부착한 반투명 시트지를 제거하는 대신 금연 광고를 부착하는 규제 개선 방안을 관계 부처에 권고했다. 하지만 금연환경을 조성해야 할 정부가 담배 광고와 금연 광고를 동시에 허락하는 모순적인 대책을 내놓으면서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권고가 시행되면 청소년을 비롯한 일반인이 담배 광고에 더 노골적으로 노출되는 결과를 가져온다.

국무조정실 산하 규제심판부는 17일 회의를 열고 반투명 시트지를 제거하고 금연 광고로 대체하도록 보건복지부 등에 권고했다고 밝혔다. 편의점 종사자들은 보다 안전한 환경에서 일할 수 있고 담배 광고 외부 노출 문제는 금연 광고 효과로 상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금연 광고 도안은 소관 부처인 보건복지부가 청소년 금연을 주제로 여러 개의 시안을 마련해 제공하고 광고물 제작과 부착은 편의점 본사가 맡아 진행할 계획이다.

이 같은 결정에 편의점업계는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국편의점주협의회는 이날 “늦은 감이 있지만 시트지 제거 결정을 환영하고 권고안을 지지한다”며 “시트지 부착 이후 편의점 점주들과 근무자들이 강력 범죄에 노출되는 등 피해와 함께 심리적으로 힘들었다”고 했다. 업계는 그동안 시트지로 시야가 차단되고 범죄 등에 노출돼 근로 환경이 악화했다고 문제를 제기해왔다.

편의점의 반투명 시트지 부착은 업계가 복지부의 담배 광고물 외부 노출 단속을 피하고 담배 광고 수입을 유지하기 위해 자율적으로 선택한 조치였다. 복지부는 2021년 7월 담배 광고로부터 아동·청소년을 보호하고 금연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편의점 담배광고 단속을 공지했다. 국민건강증진법과 담배사업법 규정에 따르면 가게 내 담배 광고는 가능하지만 외부 노출을 금지하기 때문이다. 편의점들은 광고물을 제거하는 대신 출입문과 유리창에 시트지를 붙였다.

하지만 반투명 시트지를 부착하자 뜻하지 않은 부작용이 나왔다. 밖에서 안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편의점 근무자가 범죄의 표적이 되는 경우가 생긴 것이다. 편의점업계는 반투명 시트지 제거를 요구했고, 정부는 편의점 내 담배 광고 규제 등을 포괄적으로 재검토했다. 그러나 정부의 권고안은 담배 광고로부터 청소년을 보호하고 국민 건강을 보장하기보다 편의점업계의 영업 자유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치우쳤다.

이에 관련 학회 등은 담배 광고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반쪽짜리 대책’이라고 비판했다. 편의점 내 수십 개의 담배 광고가 그대로인데 금연 광고가 효과가 있겠냐는 것이다. 이성규 대한금연학회 상임이사는 “이미 청소년들은 편의점 한 곳당 30개가 넘는 담배 광고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다”며 “우리나라는 세계보건기구(WHO)의 담배규제기본협약(FCTC) 당사국으로서 담배 광고를 금지해야 할 의무가 있는 나라인데 여기에 한 발자국도 다가가지 못했다”고 말했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담배 소매점 내 광고 금지는 물론 담배가 전혀 보이지 않도록 하는 진열 금지도 함께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조정한 기자 j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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