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분의 아이들 세상] 멍 때리는 아이

국민일보

[이호분의 아이들 세상] 멍 때리는 아이

처음 부모와 함께 ‘주의 기울이기’ 연습 필요

입력 2023-05-24 10:06

중학교 3학년 남학생 M은 주의력 결핍 과잉 행동장애(ADHD)를 진단받고 치료 중이다. 치료 전에는 매우 산만하고 수업에 집중을 못 해 매일 선생님의 지적을 받고 야단을 맞았다. 충동적이라 친구들과 싸움도 잦았고 폭력성을 보인 적도 있다. 병원을 찾아 약물치료를 하니 학교에서 두드러지는 문제는 없어졌지만, 혼자 공부하거나 수업을 들을 때 가끔 멍 때리며 딴생각에 빠지곤 한다. 폭력성은 사라졌으나 화를 조절하지 못하고 버럭 소리를 지르기도 한다.

ADHD를 진단받았다면 약물치료는 매우 중요하고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한다. 하지만 약물치료를 통해 모든 어려움이 완벽히 사라지는 건 아니다. M과 같이 멍 때리는 것, 수업 중 딴생각에 빠지는 것, 화를 잘 내는 것 등 증상은 줄어들지만 완치라 판단할 수 없다. 어떻게 도와줄 수 있을까.

처음엔 부모와 함께 ‘주의 기울이기’ 연습을 해야 한다. 익숙해지면 혼자서도 할 수 있다. 먼저 스마트폰 타이머에 2분 알람을 설정한다. 앉아서 혹은 서서 할 수 있다. 타이머를 켜고 눈을 감고 집중하라. 처음 2분 동안은 오직 왼발에만 주의가 향하게 두자. 그 느낌이 어떤지에 집중하자. 거기서 느껴지는 감각들은 무엇인가. 거기서 맥박이 뛰는 것을 느낄 수 있는지, 얼마나 따뜻하거나 차가운지를 알아차릴 수 있는지 보자. 발이 차지하는 공간의 크기를 인식할 수 있는지 알아차려 보자. 그러다 주의가 딴 곳으로 빠져나간다면 알아차려 보자. 그다음 부드럽게 주의를 왼발로 되돌리자. 왼발의 느낌에 같은 방법으로 계속해서 집중하자. 2분 타이머 알람이 울릴 때까지 멈추지 말자.

대부분 사람은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주의가 딴 곳으로 흐트러진다. 당연하고 정상적이다. 단지 주의가 흐트러지고 딴생각으로 빠진 것을 알아차리고 이를 되돌려 놓으면 된다. 평상시에는 생각하지 않는 왼발의 감각, 속성, 특징 등도 알아차렸을 것이다. 어쩌면 그것의 크기나 모양, 따끔거리는 느낌 또는 온기를 알아차렸을지도 모른다.

타이머를 다시 2분 더 맞춘 다음 오른발도 똑같은 연습을 해보자. 이번에는 더 많은 양상이나 특징을 알아차리는 등 감각에 대한 관찰을 더 잘할 수 있다. 주의가 딴 곳으로 새면, 주의를 부드럽게 오른쪽 발로 되돌리자. 이것으로 충분하다. 단지 이런 훈련을 시작하고 지속하는 것이 어려울 뿐이다.

이제 타이머를 2분 더 설정하고 왼발과 오른발 둘 다에 지속적으로 주의를 기울이자. 번갈아 하는 것이 아니라, 두 개를 동시에 관찰할 수 있도록 주의를 확장하는 거다. 만약 딴생각이 난다면 이를 알아차리고 부드럽게 주의를 양발로 되돌려 보자.

이번에는 뭘 알아차렸는가. 시간이 더 느리게 흐르는 것 같고 지루함을 느꼈나. 왜 이것을 해야 하는지 회의감이 들었나, 우스꽝스럽고 바보같이 보일 것 같은 생각이 들었나. 이게 우리의 ‘마음이 속삭이는 소리’이다. 이런 속삭임에 주의를 빼앗겨 현재에 집중하지 못하고 딴생각에 빠져드는 것이다.

이런 현재의 느낌과 감각에 집중하는 연습을 통해 지금 하는 학습에 집중하고 딴생각이나 공상으로 빠져드는 마음을 알아차려 주의를 되돌릴 수 있다. 마음에서 올라오는 분노의 느낌을 신체적 감각의 변화를 관찰하며 알아차리고, 행동을 결정할 수 있게 한다. 소리를 지를 것인지, 차분히 내 의견이나 감정을 말할 것인지.

이호분(연세누리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소아청소년 정신과 전문의, 정신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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