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땐 그렇게 밉더니”…둘리 ‘고길동’ 편지에 훌쩍

국민일보

“어릴 땐 그렇게 밉더니”…둘리 ‘고길동’ 편지에 훌쩍

‘아기공룡 둘리’ 40주년…지난 24일 재개봉
둘리에겐 “네 모습 그대로 그립고 아름다웠다”

입력 2023-05-25 15:37
'아기공룡 둘리' 40주년 고길동의 편지. 워터홀컴퍼니 인스타그램 캡처

만화영화 ‘아기공룡 둘리’가 40주년을 맞아 24일 ‘아기공룡 둘리:얼음별 대모험 리마스터링’ 재개봉으로 찾아왔다. 과거 둘리와 친구들을 거둬준 만화 속 캐릭터 고길동의 편지가 25일 공개돼 많은 이들의 마음을 뒤흔들고 있다.

영화 배급사 워터홀컴퍼니는 인스타그램에 ‘고길동 아저씨가 지금의 나에게, 당신에게, 세상의 모든 작은 둘리라는 이름의 우리에게 이런 편지를 써준다면 잠시 위로가 될 수 있을까요?’라는 글과 함께 고길동의 편지를 공개했다.

고길동은 편지에서 “안녕하세요, 고길동입니다. 껄껄껄. 오랜만이란 말조차 무색할 만큼 세월이 흘렀습니다. 우리 어린이들, 모두 그동안 잘 있으셨는지”라며 글을 시작했다.

'아기공룡 둘리' 40주년 고길동의 편지. 워터홀컴퍼니 인스타그램 캡처

그는 둘리와 친구들을 괴롭힌다는 이유로 자신이 ‘악역’으로 여겨졌던 과거를 회상하며 글을 이어갔다.

고길동은 “제가 아기공룡 둘리에서 동명의 역할 고길동을 연기한 지 40년이 되었다고 합니다. 그 오랜 시간을 일일이 세지는 않았으나 시간은 공평하게 제 어깨 위에 내려앉았습니다. 그런데 이제 다들 제 역할을 이해한다면서요? 제가 악역이 아니라 진정한 성인이었다는 말을 들을 줄이야, 껄껄”이라고 말했다.

고길동. 영화 '아기공룡 둘리 : 얼음별 대모험 리마스터링' 스틸 컷

고길동 포스터. 영화 '아기공룡 둘리 : 얼음별 대모험 리마스터링' 포스터

그러면서 “반가운 웃음과 세월의 섭섭함이 교차합니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특히 “인생이란 그런 것”이라며 “이해하지 못한 상대를 이해해 나가는 것. 내가 그 입장이 될 수 있음을 인정하는 것. 그 모든 거절과 후회가 나를 여기로 이끌었음을 아는 것”이라고 담담히 말을 이어갔다.

'아기공룡 둘리' 40주년 고길동의 편지. 워터홀컴퍼니 인스타그램 캡처

고길동은 40년간 둘리를 사랑해준 팬들에게 감사 인사와 함께 당부의 말을 전했다.

그는 “(최근 한국 사회에서) 90년대의 향수와 문화를 추억한다고 들었다”며 “지난날 누군가를, 어느 장소를, 그 기억들을 추억할 수 있다는 것은 그 자체로 축복이 아닌가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추억하는 모두의 모습을 축복하고, 추억을 통해 지나온 시간을 다시 마주하고 싶어하는, 여전히 앳된 당신의 모습에 응원의 박수를 보냅니다”라고 덧붙였다.

고길동은 “마지막으로 꼰대 같지만 그럼에도 한 마디 남기니 잊지 마십시오”라며 “‘한때를 추억하는 바로 지금이 내 미래의 가장 그리운 과거가 된다’는 것을”이라고 전했다.

고길동과 둘리. 영화 '아기공룡 둘리 : 얼음별 대모험 리마스터링' 스틸 컷

고길동은 40년간 함께해 온 둘리에게도 추신으로 편지를 끝냈다.

그는 “둘리야 네가 이제 마흔이라니, 철 좀 들었는지 모르겠구나. 껄껄”이라며 “철들지 말 거라. 네 모습 그대로 그립고 아름다웠다고 말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편지가 공개된 이후 둘리를 추억하는 누리꾼들은 “길동 아저씨의 진심 어린 편지가 감동적이다” “어릴 적엔 길동 아저씨가 그렇게 미웠는데, 편지보고 눈물이 왈칵 난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또 다른 누리꾼은 “(둘리는) 어린 시절 추억의 절반을 차지하는 작품”이라며 “언제나 추억 속에서 오래도록 살아달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오기영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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