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트 폭력’ 조사 끝난 지 10분 만에…30대 동거남, 신고 여성 살해

국민일보

‘데이트 폭력’ 조사 끝난 지 10분 만에…30대 동거남, 신고 여성 살해

입력 2023-05-26 20:40 수정 2023-05-26 20:54
데이트 폭력으로 신고당해 경찰 조사를 받은 뒤 애인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남성이 26일 오후 경찰에 긴급체포된 후 서울 금천경찰서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데이트폭력 신고 후 조사를 받고 나온 여성이 조사가 끝난 지 10분 만에 상대 남성에게 살해를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서울 금천경찰서는 26일 피해자 여성 A씨(47)를 살해한 혐의로 피의자 남성 B씨(33)를 긴급체포했다.

이날 오후 6시28분쯤 검은색 호송 차량을 타고 금천경찰서에 도착한 B씨는 자주색 모자를 눌러 쓴 채 하늘색 상의에 회색 바지를 입고 있었다. 상의와 하의에는 피해자의 것으로 보이는 붉은색 핏자국들이 그대로 남아있었다.

B씨는 취재진에게 “우발적으로 (살인을) 저질렀다”며 피해자한테 하고 싶은 말이 없냐는 질문에는 “미안하다”고 답했다.

경찰은 B씨가 데이트폭력으로 자신을 경찰에 신고한 A씨에게 분노해 살인을 저지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A씨는 사건 발생 약 1시간30분전쯤 이날 오전 5시37분 B씨를 데이트폭력으로 경찰에 신고했다. 이후 A씨와 B씨는 같은 지구대에서 조사를 받았다. B씨는 오전 6시11분 조사를 끝내고 귀가 조치 됐다. A씨도 오전 7시7분에 귀가 조치됐다.

사건은 A씨가 귀가 조치 된 지 10분 만에 발생했다. 분노한 B씨는 A를 만나기 위해 A씨의 거주지로 찾아갔다. A씨가 집에 없다는 걸 확인한 B씨는 A씨의 집에서 흉기를 챙겨서 A씨를 찾으러 나섰다고 경찰은 파악하고 있다.

B씨는 A씨에게 전화를 걸어 A씨의 위치를 파악했다. B씨는 오전 7시17분 금천구 시흥동의 한 지하주차장에서 흉기로 A씨를 수차례 찔렀다. 이후 B씨는 A씨를 자동차 뒷자석에 태워 도주했다. 흉기에 찔린 A씨는 의식이 거의 없던 상태였다고 경찰은 전했다.

당시 목격자가 2명 있었지만 모두 신고를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사건 발생 3시간이 훌쩍 지난 오전 10시41분쯤 해당 건물 관리소장이 “지하주차장에 핏자국이 있다”며 관할 지구대로 신고를 했다. 이후 경찰이 112신고시스템에 정식으로 접수를 하면서 경찰이 추적에 나섰다.

경찰 관계자에 따르면 해당 지구대에서는 당시 A씨에게 ‘데이트폭력 위험성 판단 체크리스트’에 대해서 설명했다고 한다. 다만 A씨는 조사 당시 스마트워치 제공과 귀가 동행 조치에 대해서 거부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은 B씨가 A씨에게 접근할 수 없도록 접근금지 조치를 내리지 못한 이유에 대해서는 “데이트폭력은 법률상 근거가 없기 때문에 불가능했다”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CCTV 추적을 통해 B씨가 오전 9시 전에 이미 경기도 파주로 빠져나갔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후 주변 탐문을 통해 오후 3시쯤 B씨를 파주의 한 공터에서 발견했다. B씨는 발견 당시 공터에 차를 세워둔 채 핸들에 고개를 박은 채로 가만히 있었다고 한다.

경찰은 B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백재연 기자 energ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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