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의 착륙’ 영상 속 빨간바지男, 범인 투신 막았다

국민일보

‘공포의 착륙’ 영상 속 빨간바지男, 범인 투신 막았다

입력 2023-05-27 15:39
이른바 '빨간바지 아저씨'로 알려진 이윤준씨가 26일 비행 중 출입문이 열린 아시아나 항공기에서 근심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대구 213m 상공에서 아시아나 항공기의 출입문이 열린 사고와 관련, 문을 연 범인의 옆자리에 앉은 승객이 대응 과정에서 맹활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기내에서 촬영된 영상에 등장한 이른바 ‘빨간바지 아저씨’ 이윤준(48)씨 얘기다.

애초 영상이 퍼진 직후에는 이씨가 출입문을 연 범인으로 오해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이씨는 오히려 비행기 밖으로 뛰어내리려는 범인을 가장 먼저 제압해 인명 피해를 막은 숨은 공신으로 드러났다.

26일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씨가 나오는 ‘공포의 착륙’ 영상이 확산했다.

이른바 '빨간바지 아저씨'로 알려진 이윤준씨가 26일 비행 중 출입문이 열린 아시아나 항공기에서 근심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출입문 옆옆 좌석에 앉은 이씨는 영상 속에서 온몸으로 강풍을 맞으며 근심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이씨의 머리카락과 얼굴 살, 옷 등은 내내 심하게 펄럭인다.

이런 와중에도 이씨는 같은 처지에 놓인 옆자리 승객과 눈이 마주치자, 찡그린 표정을 풀고 눈썹을 으쓱해 보이기도 한다.

이씨는 사고 상황과 관련해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생일 하루 전날이 제삿날이 될 뻔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행정안전부 산하 국민안전재난총연합회 제주본부 상임부회장으로 사건 당일 안전 교육을 위해 제주도 출장 뒤 생일을 하루 앞두고 생업 전선인 대구로 복귀하던 길이었다고 한다.

이씨는 “갑자기 모자랑 헤드셋이 날아가길래 고개를 들어 보니 문이 열려 있었다. 그 친구(범인)가 저를 보며 싹 웃는 느낌이 들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휴대전화 사진들을 보고 있어서 직접 문을 여는 건 보지 못했는데 탈 때부터 그 친구 상태가 너무 안 좋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이씨는 “비행 동안 (범인이) 자꾸 저와 눈이 마주치고 두리번거렸다”라며 “대구 공항에 다 왔는데 (공중에서) 문이 열렸고 (옆자리에 앉아있던) 그 친구가 저를 보면서 웃으면서도 겁이 나는 섬뜩한 표정을 지었다”고 했다.

이후 짧은 몇 초 사이 비행기 바퀴가 활주로에 닿으며 착지했고 옆에서는 ‘탁’하며 벨트가 풀리는 소리가 이씨 귀에 들렸다고 한다.

범인이 안전벨트를 풀고 벌떡 일어난 것이다. 이어 범인은 열린 출입문 옆 벽면에 매달린 채로 뒤를 돌아봤다고 한다.

그러자 이씨와 승무원이 “도와주세요”라고 외쳤고, 이씨는 왼팔을 뻗쳐 범인의 목덜미를 낚아채 제압했다.

안전벨트를 차고 있었기에 일어서지는 못했지만, 양손이 닿는 대로 범인의 목 주위를 악력으로 잡아내느라 진땀을 뺐다고 한다.

수초간 씨름하는데 승무원 서너명이 달려왔고, 연이어 승객들도 도우러 왔다고 한다.

비행 중 출입문이 열린 아시아나 항공기 내부 모습. 독자제공, 연합뉴스

이들은 범인을 비행기 안쪽 복도로 끌고 갔다.

비행기는 여전히 착륙 이후 활주로를 달리던 중이었다고 한다.

이씨는 “당시에는 문이 열리는 걸 제대로 본 사람이 없어서 그 친구가 범인이라고 생각을 못 하고, 겁을 먹어서 뛰어내리려고 했다고 착각했다”며 “뒤에 앉은 초등학생들이 울고 있었다. 그야말로 패닉이었다”고 전했다.

그는 “이렇게 큰 사고인 줄 모르고 대구로 돌아와서 하루를 보내고 나니 인터넷에서 승무원분들을 욕하는 악플이 많아서 가슴이 아팠다”며 “추가 사고가 발생하지 않은 건 상황을 정리한 승무원들 덕분”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특히 저한테 계속 눈으로 사인을 주신 승무원분은 끝까지 침착하게 행동했다”며 “착륙 과정에 범인을 진압하던 사람들이 튀어 나갈 수도 있었을 텐데 정말 안전하게 잘했다”고 강조했다.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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