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물은 우리 전공”… 비철금속 기업 ‘배터리 러시’

국민일보

“광물은 우리 전공”… 비철금속 기업 ‘배터리 러시’

입력 2023-06-08 09:01

비철금속 기업(제련 기업)들이 ‘배터리 러시’에 뛰어들고 있다. ‘탈(脫) 탄소’ ‘탈 중국’이라는 세계적 흐름에 맞춰 이차전지 소재 분야로 사업 영역을 확장 중이다. 기존 사업과 만나는 ‘광물’이라는 접점을 활용해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것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동 제련 시장에서 세계 2위인 LSMnM은 올해부터 배터리 관련 신규 사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했다. 지난 3월 출자사 토리컴을 통해 연산 5000t 규모 황산니켈 공장을 준공했다. 황산니켈뿐 아니라 황산코발트, 황산망간, 수산화리튬 등을 생산해 전구체 소재·원료를 자체 조달할 방침이다. LSMnM 관계자는 “황산니켈 외에 배터리 소재 생산을 위해 세계 각지에서 원료 조달처, 생산 부지, 파트너 회사 등을 물색 중”이라고 말했다.

아연 생산 규모에서 세계 1위인 고려아연은 일찌감치 배터리에 눈독을 들였다. 2018년에 황산니켈 자회사 켐코, 2020년에 동박(음극재 소재) 자회사 케이잼을 설립했다. 켐코는 지난해 LG화학과의 합작법인인 한국전구체를 세웠다. 한국전구체는 내년 2분기부터 연 2만t 규모의 전구체를 생산할 예정이다.


비철금속 업체들의 움직임은 ‘친환경 자동차’로의 전환이라는 시대적 변화에 닿아 있다. 유럽연합(EU)은 오는 2035년부터 내연기관 신차 판매를 중단한다. 미국 환경보호청(EPA)은 신차 판매 중 전기차 비율을 지난해 5.8%에서 2032년 67%까지 높일 계획이다. 전기차용 배터리 수요의 급증은 ‘정해진 미래’인 셈이다.

여기에다 공급망 재편 움직임도 ‘변신’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유럽 핵심원자재법(CRMA) 등은 ‘중국 의존도 줄이기’에 초점을 맞춘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셀과 양극재에선 한국 기업이 유의미한 성과를 내고 있지만, 소재·원료 영역에선 중국 영향력이 압도적”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4월까지 전구체 누적 수입액 중 중국 비중은 97.3%에 이른다. 전구체 원료인 수산화리튬(84%), 황산코발트(97%), 황산망간(97%) 등도 대부분 중국에서 들여온다.

이에 따라 비철금속 기업들은 기존 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분야부터 공략한다. LSMnM은 동 제련에서 부산물로 나오는 조황산니켈을 정제해 황산니켈로 만든다. 고려아연도 아연 정광을 처리할 때 나오는 구리를 가공해 동박을 생산 중이다. 기존 사업과 신 사업의 기술적 유사도도 높다. 고려아연 동박 생산의 용해·제박 공정은 아연 제련 공정의 용해·전해 과정과 흡사하다.

비철금속 기업들은 그동안 구축한 원료 네트워크, 수직계열화, 금속 원료 가공기술 등을 바탕으로 경쟁력 확보에 나섰다. 업계 관계자는 “세계 각지에서 광물을 조달하고, 그걸 고객이 원하는 형태로 만들어 제공한다는 점에서 배터리 소재업과 제련업은 유사하다”고 말했다.

황민혁 기자 okj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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