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인구 급증하는데 쪼그라드는 요양시설 예산…4년새 반토막

국민일보

노인 인구 급증하는데 쪼그라드는 요양시설 예산…4년새 반토막

입력 2023-06-08 06:00

정부가 내년도 공립 노인요양시설 확충 예산을 줄이기로 가닥을 잡았다. 예산 집행률이 부진하다는 이유에서다. 급격한 고령화로 노인 인구가 빠르게 늘어나는데 관련 기반시설 구축은 더디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내년도 노인요양시설 확충 사업 예산으로 438억원을 요구했다. 이는 지난해 예산(548억원)보다 약 20% 줄어든 금액이다. 2020년 864억원이던 사업 예산은 4년 만에 절반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노인요양시설 확충 사업은 5가지 내역사업으로 구성된다. 그중 핵심은 공립 노인요양시설 확충이다. 정부는 지방자치단체에 공립 노인요양시설 설립 비용의 절반을 지원한다. 시설이 위치한 지자체는 나머지 설립 비용만 부담하면 된다.

정부 지원에도 공립 노인요양시설은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다. 전국 노인 요양시설 2만6547개 중 지자체에서 운영 중인 곳은 246곳에 불과하다. 전체 노인 요양시설 중 1%도 채 되지 않는다.

문제는 관련 예산이 계속해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노인요양시설 확충 사업 예산은 2019년 이후 감소 중이다. 복지부는 부진한 예산 집행을 삭감 이유로 설명한다. 복지부는 지난달 31일 기재부에 제출한 ‘2022 회계연도 재정사업 자율평가 결과 보고서’에 “다년간에 걸친 사업 추진이 요구되는 건축공사 특성상 착공 전 부지확보 등 사전 절차가 장기간 소요돼 실집행이 부진하다”며 해당 사업이 ‘미흡’하다고 평가했다. 요양시설 신설에 적극적인 지자체가 부족해 예산 집행이 더딘 측면도 있다. 최근 3년 노인 요양시설 확충 사업의 평균 예산 집행률은 25% 안팎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복지부는 예산 집행률 개선을 위해 내년부터 치매 전담형 공립요양시설 신축 사업 예산 편성 시 사업 기간을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3년에 걸쳐 지자체에 내려보내던 예산을 내년부터는 4년에 걸쳐 지원하는 식이다. 정부 관계자는 “총사업비는 줄어들지 않는다”며 “3년에 걸쳐 지원하던 금액을 4년에 걸쳐 지원해 예산이 줄어든 것처럼 보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지자체의 참여를 독려해 예산 집행률을 높이는 것이 아니라 단순 수치 개선이라는 지적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해당연도 예산 집행률은 높아질 수 있지만, 실질적으로 사업이 활성화되는 방안은 아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증가하는 노인 인구를 고려해 관련 예산을 확충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올해 65세 이상 고령 인구는 이미 930만명을 돌파했다. 내년이면 1000만명 이상이 고령 인구일 것으로 전망된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수요에 맞춰 공립 노인요양시설 비중이 높아질 수 있도록 예산을 확충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권민지 기자 10000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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