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행 반대” 외친 지 벌써 1년… 산은 이전 ‘장기전’ 돌입 불가피

국민일보

“부산행 반대” 외친 지 벌써 1년… 산은 이전 ‘장기전’ 돌입 불가피

부산 이전 전제조건인 ‘산은법 개정’ 21대 국회에서 힘들듯

입력 2023-06-08 06:00

KDB산업은행 노동조합이 부산 이전 반대 장외집회를 한 지 1주년을 맞았다. 부산 이전을 둘러싼 노사 간 평행선은 여전하다. 이런 상황에서 산은 이전 논의가 ‘장기전’에 돌입할 것이라는 관측이 커지고 있다. 부산 이전의 전제 조건인 산은법 개정 논의가 공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21대 국회에서는 처리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산은 직원 1000여명은 7일 부산 이전 반대 집회 1주년을 맞아 거리 행진에 나섰다. 산은 노조는 지난해 6월 8일 강석훈 회장 출근 저지 투쟁을 시작으로 매일 아침 집회를 이어오고 있다. 김현준 산은 노조위원장은 “지난 1년간 우리 직원들이 매일 아침잠을 줄여가며 싸웠지만, 윤석열정부와 강 회장은 눈과 귀를 닫은 채 산은 이전을 강행하고 있다”며 “끝까지 투쟁을 이어가서 산업은행 부산 이전을 반드시 막아내겠다”고 말했다.

산은 부산 이전은 윤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부터 내건 공약이자 현 정부 국정과제다. 산은 노조는 거세게 반발 중이지만, 부산 이전을 위한 행정절차는 일사천리로 진행 중이다. 앞으로 남은 행정절차는 산은이 지방이전계획을 수립해 제출하고, 정부의 승인을 받는 것뿐이다.

다만 관건은 산은법 개정 여부다. 현행 산은법 제4조는 ‘산은은 본점을 서울특별시에 둔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본점을 부산으로 옮기려면 국회에서 산은법 개정이 필수적이다. 행정절차가 아무리 빨리 마무리 된다고 해도 산은법 개정이 불발되면 ‘말짱 도루묵’이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산은 부산 이전에 부정적 입장을 견지 중이다. 국책은행으로서 산업은행의 역할과 부산 이전의 절차적 하자, 노사간 의견 차 등이 이유다. 민주당 협조 없이 산은법 개정안 처리는 불가능하다. 이를 심사하는 국회 정무위원회 위원장이 민주당 소속 백혜련 의원인 데다, 24명 정무위원 중 민주당 의원이 과반(14명)이기 때문이다.

21대 국회에서 산은법 개정안 처리가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관측도 흘러나온다. 산은법 개정안은 지난해 11월 한 차례 논의된 뒤 사실상 심사가 중단된 상황이다. 국회 관계자는 “21대 국회가 채 1년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논란이 큰 산은법 개정안이 통과되긴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인다”며 “관련 논란은 22대 국회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산은법 개정이 지연될 경우, 산은이 대규모 인력을 부산에 인사발령 내는 등 ‘꼼수 이전’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이와 관련해 산은 노조 관계자는 “금융위원회·국토교통부·국가균형발전위원회 내부 문건을 보면 모두 부산 이전을 ‘산은법 개정와 연계해서 가겠다’고 명시 돼 있다”며 “산은법 개정 전에 이전을 진행하려 할 경우 스스로 ‘자기 부정’을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와 별개로 외부기관에서 진행 중인 ‘산은 정책금융 역량 강화 컨설팅’ 관련 뒷말도 흘러 나온다. 산은은 이달 말 나올 컨설팅 결과를 바탕으로 지방이전계획을 수립한다는 계획이다. 산은 노조 관계자는 “컨설팅은 외부기관에서 객관적·중립적으로 수행돼야 하지만, 이마저도 부산 이전에 유리한 결과를 유도하려는 외부 압박이 심각한 상황”이라며 “지방이전계획도 노사 간 합의 없이 수립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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