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800만 마리가 이것 때문에…정부, 충돌방지 의무화

국민일보

새 800만 마리가 이것 때문에…정부, 충돌방지 의무화

입력 2023-06-08 14:35
투명 방음벽에 충돌해 죽은 새의 모습. 환경부 제공

앞으로 공공구조물에서 발생하는 야생동물의 충돌·추락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도트형 스티커, 탈출로 조성 등의 예방 조치가 의무화된다.

환경부는 이 같은 내용의 야생생물법 시행규칙 개정안이 오는 11일부터 시행된다고 8일 밝혔다.

개정안은 국가기관·지방자치단체·공공기관이 공공 건축물·방음벽·유리벽 등 인공구조물에 대해 야생동물 추락·충돌사고를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6월 야생동물 관리체계를 강화한 야생생물법 개정안에 맞춰 마련된 것이다.

이번 개정안은 새의 생태 특성을 고려해 투명하거나 빛을 전부 반사하는 자재로 지어진 구조물을 설치할 때는 일정 크기 이상의 무늬를 넣어 조류 충돌을 예방하도록 했다.

투명 유리창에 새가 부딪혀 죽는 '조류 충돌'을 예방하기 위해 붙인 점 무늬의 스티커. 환경부 제공

구체적으로 선형 가로무늬 경우 ‘굵기 3㎜이상, 상하 간격 5㎝ 이하’, 선형 세로무늬는 ‘굵기 6㎜ 이상, 좌우 간격 10㎝ 이하’로 규정했다.

기하학적 무늬를 포함한 다른 무늬는 ‘지름 6㎜ 이상, 무늬 간 공간 50㎠ 이하, 상하와 좌우 간격은 각각 5㎝와 10㎝ 이하’로 구성토록 했다.

환경부 ‘야생조류 투명창 충돌 저감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대부분 새는 ‘무늬 패턴의 높이가 5㎝, 폭이 10㎝ 미만’이면 사이를 통과해 날아가려고 시도하지 않는다.

조류의 상당수는 눈이 머리 측면에 있어 앞쪽에 구조물이 있어도 인식하지 못할 수 있다. 특히 유리와 같이 투명하거나 빛을 반사하는 구조물은 더 알아차리기가 어렵다.

조류 충돌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투명 유리창에 붙인 필름형 스티커 사진. 환경부 제공

국내 연구에 따르면 한해 구조물에 충돌해 목숨을 잃는 야생조류 개체수는 800만 마리에 달한다. 건물 유리창에 부딪혀 연간 765만 마리(1동당 1.07마리)가 죽고, 투명 방음벽에도 연간 23만 마리(방음벽 1㎞당 163.8마리)가 목숨을 잃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번 개정안에는 수로 등 야생동물이 추락할 위험이 있는 구조물을 설치하는 경우 탈출·횡단·회피유도시설 등 추락을 방지할 시설을 최소 하나는 마련하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농수로에 떨어져 죽는 야생동물은 연간 9만 마리(양서류와 파충류 제외)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한 조사에서는 탈출로가 없는 수로에서 1㎞당 0.57개 폐사체가 발견됐다. 반면 시설이 있는 수로에서는 1㎞당 0.2개만 발견됐다.

개정안은 환경부 장관이 매년 야생동물 충돌·추락 실태조사 계획을 수립해 실시하도록 하고 큰 피해를 일으키는 구조물에 대해서는 담당 기관에 조치를 요청할 수 있도록 했다.

이정헌 기자 h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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