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정, 캐리어 피 들키자 “하혈”…산부인과까지 갔다

국민일보

정유정, 캐리어 피 들키자 “하혈”…산부인과까지 갔다

입력 2023-06-09 04:29
또래 여성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는 정유정(23)이 2일 오전 부산 동래경찰서에서 나와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연합뉴스, 부산경찰청 제공

부산에서 과외 앱으로 만난 또래 여성을 살해한 정유정(23)이 훼손한 시신을 유기하는 과정에서 경찰이 여행용 가방과 손에 묻은 혈흔을 지적하자 “하혈하고 있다”고 거짓말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8일 경찰 등에 따르면 체포 당시 출동한 경찰이 정유정의 캐리어와 손에 핏자국이 남은 것을 발견하고 이에 관해 묻자 정유정은 “하혈하고 있다”며 복부 고통을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경찰은 구급차를 불러 정유정을 병원으로 이송한 뒤 산부인과 검사까지 진행했지만 하혈 흔적은 없었다. 진료 결과를 들은 경찰은 정유정을 현장에서 긴급체포했다.

정유정은 첫 경찰 조사에서도 “진짜 범인은 따로 있다”거나 “피해자의 집에 도착했을 때 모르는 사람이 살인을 저지르고 있었고, 자신에게 시신을 유기하라고 시켰다” 등의 거짓 진술을 해 수사에 혼란을 줬다.

'또래 살인' 정유정의 졸업 사진. MBN 보도화면 캡처

정유정은 과외 앱으로 피해자를 물색한 뒤 약속을 잡고 지난달 26일 오후 5시40분쯤 부산 금정구에 있는 피해자 집을 찾아가 흉기로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했다. 당시 실종처럼 보이려고 시신을 캐리어에 담은 뒤 택시를 타고 이동해 경남 양산 낙동강변 공원에 시신을 유기했다.

당시 택시 기사 A씨가 정유정이 하차할 때 트렁크에서 캐리어 꺼내는 걸 도와줬는데 손에 피가 묻었다고 한다. 사건 이후 A씨는 동료 기사에게 “가방에서 물 같은 게 새어 나와서 손이 젖었다”고 말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혈흔이 묻은 캐리어를 숲속에 버리는 것을 이상하게 여긴 A씨의 신고로 범행은 탄로났다.

피가 묻은 캐리어를 함께 꺼낸 A씨는 충격으로 일도 중단하고 주변인과 연락도 자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씨가 트라우마로 힘들어하고 있어 경찰의 표창장 전달식도 취소됐다. A씨에 대한 신고 포상금은 100만원 이상으로 책정될 것으로 알려졌는데, 비대면으로 전달될 예정이다.

지난달 26일 부산 금정구 소재 20대 여성의 집에서 살인을 저지르고 나온 정유정(23)이 자신의 집으로 가 캐리어를 챙겨 다시 피해자 집으로 향하고 있다. 부산경찰청 제공, KBS 보도화면 캡처

한편 정유정의 사이코패스 지수는 28점대로 연쇄살인범 강호순(27점)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역대 우리나라 주요 범죄자의 사이코패스 지수는 연쇄살인범인 유영철 38점, 아동 성범죄자 조두순 29점, ‘어금니 아빠’ 이영학 25점 등이었다.

“살인해보고 싶었다”고 자백한 정유정의 경우 시신 유기 이후 택시 기사의 신고로 긴급체포되지 않았다면 연쇄살인을 벌였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반사회적 인격장애로 불리는 사이코패스는 특정 상황에서 평범한 사람들과 달리 두려움, 죄책감, 슬픔, 분노 등을 잘 못 느낀다. 실제로 정유정은 피해자 시신을 담을 캐리어를 끌고 보행로를 걸을 때 마치 여행 가는 들뜬 사람처럼 걸었다. 또 그동안 유치장에 있으면서도 밥을 잘 먹고, 잠도 잘 자는 것으로 전해졌다.

부산지검은 지난 2일 사건을 송치받은 이후 강력범죄전담부(부장검사 송영인) 소속 3개 검사실로 전담수사팀을 편성했다. 정유정의 구속 기한이 끝나는 오는 11일까지 수사를 진행하고 필요하면 구속 기한을 한 차례 더 연장할 계획이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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