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때 ‘진짜’ 살맛 났네…야생동물 GPS 추적 결과

국민일보

코로나때 ‘진짜’ 살맛 났네…야생동물 GPS 추적 결과

전문가 175명, 육상 포유류 2300마리 경로 분석

입력 2023-06-10 00:02
2020년 3월 31일, 영국 웨일스 란디드노 거리에 염소 세 마리가 서있다. 국가 차원의 봉쇄령이 내려진 이후 염소 떼가 텅빈 거리와 해변가에 나타났다. AP 뉴시스

이탈리아 거리에 곰이 활보하고, 웨일스 도심에는 염소 떼가 불쑥 나타났다. 이스라엘에선 텔아비브 산책로에서 야생 자칼이 포착됐다. 코로나19로 전 세계에 봉쇄령이 내려졌던 2020년 초 세계 곳곳에서 벌어진 일들이다. 인적이 줄어들자 사람들이 사는 마을로 내려온 야생동물의 모습이 담긴 이색풍경들은 매번 큰 관심을 받았다.

코로나19 기간 실제 동물들은 더 편히 많이 움직였을까. 8일(현지시간) 미국 과학 학술지 사이언스에 육상 포유류의 움직임을 실제 추적한 연구 결과가 실렸다.

네덜란드 라드바우대 연구팀 등 전문가 175명이 참여한 이 연구에는 브라질과 노르웨이, 케냐, 아시아 등 여러 국가의 곰·사슴·코끼리 등 육상 포유류 40여 종 2300마리의 GPS 데이터가 사용됐다.

2020년 4월 12일 이스라엘 중부 도시 텔아비브에서 코로나19로 규제가 강화되자 야생 자칼이 모습을 드러냈다. AP 뉴시스

연구진은 “팬데믹이 선언됐던 지난 2020년 전 세계 동물 상당수가 기존보다 더 멀리 이동하면서도, 편안하게 활동하는 경향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특히 엄격한 봉쇄 조처가 내려졌던 10일간의 이동 거리를 분석한 결과 전년 같은 기간보다 73%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탈리아 알프스 지역의 불곰은 겁이 많은 성격으로 알려져 있으나, 닭장을 기습하고 쓰레기통을 약탈하는 등 대담한 행동 양상을 보였다. 캘리포니아의 퓨마도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이 봉쇄되자 도심에 더욱 가까이 다가오면서 거리 한복판을 활보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 기간 육상 포유류의 1시간 간격 이동량은 오히려 12%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동물들이 ‘편히’ 다녔다는 근거로도 해석됐다. “동물들을 놀라게 하는 인간들이 사라졌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연구를 이끈 라드바우드대 생태학자 말리 터커는 “우리가 동물 행동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은 명백하다. 놀라운 점은 우리의 작은 행동 변화가 (야생동물에게) 꽤 긍정적일 수 있다는 사실”이라고 했다.

2020년 3월 19일, 일본 나라현에서 사슴이 텅빈 도로를 건너고 있다. AP 뉴시스

이런 행동 변화가 매우 짧은 기간에 나타난 점도 주목받았다. 캐나다 앨버타대 콜린 캐서디 세인트클레어 교수(이번 연구 참여자는 아님)는 “이런 특징은 많은 야생동물 종이 인간 활동에 대해 상당히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것을 뜻한다”고 풀이했다.

다만 인간의 개입이 줄어든 것이 야생동물에게 긍정적으로만 작용한 것은 아니다. WP는 팬데믹 기간 중 남대서양 고프섬의 바닷새를 보존하기 위해 침입한 쥐를 제거해오던 연구진의 작업이 중단됐던 사례 등을 언급하며 이같이 밝혔다. 또한 스웨덴 스토라 칼소섬에서는 관광객들이 사라지자 흰꼬리수리의 개체 수가 7배 폭증해 바닷새를 위협하기도 했다.

김영은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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