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끌고나갔다…대법 ‘노숙 집회’ 警 강제해산 [포착]

국민일보

결국 끌고나갔다…대법 ‘노숙 집회’ 警 강제해산 [포착]

비정규직 단체 대법원 앞 해오던 ‘1박2일 문화제’
‘미신고 불법집회’ 강경대응 경고한 경찰
경찰 700명 투입…5인 1조, 한명씩 끌어내

입력 2023-06-10 00:12
경찰이 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인근에서 열린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비정규직이제그만공동투쟁 문화제에 참여한 참가자들을 강제 해산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이 9일 밤 서울 서초동 대법원 앞에서 열린 비정규직 노동자 단체의 ‘1박 2일 노숙 문화제’를 강제 해산했다. 이 문화제를 ‘미신고 불법집회’로 규정하고 강경 대응 방침을 경고했던 경찰은 3번의 경고에도 집회가 계속되자 참가자들을 끌어냈다. 12개 부대(700명)가 투입된 강제해산 과정에서 부상자도 발생했다.

경찰이 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인근 인도에서 비정규직 노동단체의 '비정규직이제그만공동투쟁 문화제' 참가자들을 강제 해산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정규직 이제 그만 공동투쟁(이하 공동투쟁)’은 이날 오후 6시30분쯤부터 대법원 동문 앞 인도에서 예고했던 대로 1박2일 노숙 문화제를 열었다. 문화제에는 비정규직 노동자와 활동가, 시민 등 200여명(주최측 추산)이 참여했다.

이들의 노숙 문화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공동투쟁은 불법파견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기업들 재판을 빨리 끝낼 것을 촉구하며 2021년부터 이곳에서 20여차례 야간 문화제와 노숙 농성을 해 왔다. 문화제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상 신고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집회신고를 하지 않았다는 게 이들의 입장이다.

야간 집회 강제 해산하는 경찰. 연합뉴스

그러나 서울 서초경찰서는 이들의 행사가 대법원에 대한 의견을 대외적으로 표명하는 것인만큼 집시법상 신고 의무가 있는 집회라고 판단하고, 미신고했으니 불법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따라 공동투쟁이 집회를 강행하면 “법률에 따라 해산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경찰은 실제 이날 문화제에 앞선 오후 4시부터 인도에 철제 펜스를 설치하고, 문화제 공간과 보행로를 구분했다. 경찰은 오후 6시 반 문화제가 시작되자 ‘집회 해산 요구’ 방송을 하기 시작했다.

공동투쟁 측은 해산을 거부했고, 경찰은 오후 9시쯤까지 세 차례에 걸친 경고방송을 한 뒤 오후 9시 20분 강제 해산에 돌입했다.

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인근 인도에서 열린 비정규직 노동단체 '비정규직 이제그만 공동투쟁' 문화제에서 경찰이 한 참가자를 끌고 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투입된 경찰은 12개 부대, 700명에 달했다. 경찰은 5인 1조로 인도 위에 앉아 버티는 참가자들을 한 명씩 팔다리를 잡아 끌어 내 200m 떨어진 사랑의교회 앞 공터로 이동시켰다.

참가자들은 “집회해산이 불법”이라며 격렬하게 저항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이 과정에서 119 응급차가 출동하기도 했다.

공동행동 측은 “행사 참가자 2명이 응급차로 후송됐으며, 1명은 현장에서 치료를 받았다”고 밝혔다.

9일 오후 비정규직이제그만공동투쟁의 문화제를 경찰이 강제해산하자 한 참가자가 강제해산에 나선 경찰에게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은 대법원 100m 이내가 집회 금지 장소이며, 구호 제창 등이 이뤄져 야간 문화제가 아닌 미신고 집회로 보고 강제해산 조치했다는 입장이다.

경찰은 지난달 25일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과 공동투쟁이 이 곳에서 야간 문화제를 열었을 때도 같은 이유로 강제 해산하고 참가자 3명을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체포한 바 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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