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먹던 개농장 37마리 살린 ‘기적의 쌤’ [개st하우스]

국민일보

쓰레기 먹던 개농장 37마리 살린 ‘기적의 쌤’ [개st하우스]

입력 2023-07-08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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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옥천의 제보자 최근호(37)씨가 직접 구조한 개들을 돌보며 섭씨 35도의 무더위 속에서 구슬땀을 쏟고 있다. 최민석 기자

“얼마 전 퇴근길에 숲속에서 우연히 불법 개농장을 발견했습니다. 군청에 신고하니 불법 시설물은 철거하고 현장에서 발견된 개 30여 마리는 공고기간을 거친 뒤 전부 안락사 조치한다는 답변을 받았어요. 사람 좋아하고 건강한 아이들인데 이렇게 보낼 수는 없다고 생각했어요. 급히 장소를 빌려서 매일 새벽 100㎏씩 물과 사료를 실어 나르고 있습니다.”
-충북 옥천 제보자 최근호(37)씨

섭씨 35도를 웃도는 무더위가 찾아온 지난 3일 충북 옥천의 외딴 숲속. 구슬땀을 쏟으며 가파른 숲길을 오르내리는 청년이 있었습니다. 인근 초등학교의 8년차 교사 최근호씨. 근호씨는 양 어깨에 15㎏ 사료포대와 30㎏ 생수통을 둘러메고 몇 번이나 숲길을 오르내렸습니다. 목적지는 배구장 넓이의 임시 보호소였습니다.

문을 열자 철조망과 노점용 천막으로 급히 만든 10여개의 견사가 보입니다. 3개월 전 근호씨가 개농장에서 구조한 견공들이 지내는 곳입니다. 수돗물도 안나오고 잡초까지 무성한 곳. 하지만 개농장 철거 후 당장 갈 데 없는 처지에서 조건을 따질 여유는 없었습니다.

근호씨가 개농장에서 구조한 건 37마리인데 현재 보호처에 남은 숫자는 7마리입니다. 백방으로 입양홍보에 나선 덕분에 30마리가 가족을 만났습니다. 하지만 남은 대형견 7마리를 돌보는 일도 결코 쉽지 않습니다. 먹성이 좋아 매일 먹어치우는 사료와 물의 무게만 100㎏. 근호씨는 출퇴근 전후로 하루 2차례씩 보호처에 사료와 물을 넣어주고 있습니다.

근호씨는 “처음 개농장을 발견했을 때는 잘해야 6~7마리를 살리고 남은 개는 안락사가 불가피하다고 생각했다”며 “미안한 마음에 눈도 쳐다보지 않았는데 기적처럼 모두 살려냈다. 나머지 아이들도 꼭 살리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철창 속 눈빛들을 마주친 선생님

지난 3월말 근호씨는 학교 일을 마치고 퇴근하던 길에 도로 위에서 떠돌이개를 발견했습니다. 유기견을 입양해 키우고 있던 근호씨는 로드킬 위기의 개를 그냥 두고 볼 수 없었습니다. 길가에 차를 세우고 떠돌이개를 따라간 근호씨. 하지만 개는 잡힐 듯 잡히지 않고 근호씨는 도망가는 개를 따라 무려 1시간 동안이나 숲속에서 숨바꼭질을 해야 했습니다. 드디어 도착한 곳은 중·대형견들을 철창에 가둬 키우는 불법 개농장이었습니다.

생전 처음 보는 참혹한 광경. 근호씨는 눈앞에 펼쳐진 장면이 믿기지 않았습니다. 개 한 마리가 들어가기도 비좁은 공간에 진돗개가 2~3마리씩 구겨지듯 담겨있었고, 철창 속 밥그릇에는 음식물쓰레기가 악취를 풍기며 썩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런 철창이 10여개나 됐습니다. 근호씨는 “개들이 이렇게 비참하게 방치될 거라면 왜 생명을 주셨는지 신이 원망스러웠다”며 그 때의 참담했던 심경을 전했습니다.

때마침 인근 식당에서 수거한 음식쓰레기를 오토바이로 나르던 개농장주 A씨(70대)가 현장에 도착했습니다. 근호씨는 최대한 A씨를 자극하지 않으면서 대화를 시도했습니다. A씨에 따르면 그는 이곳에서 신고 없이 57년간 개를 키우고 직접 도축까지 했다고 합니다. 축산법(무단 사육)부터 폐기물관리법(음식쓰레기 급여), 동물보호법(무허가 도축)까지 온갖 법을 다 어겨가며 불법 개농장이 수십년간 버젓이 운영되고 있었던 겁니다.

지난 3월말 근호씨가 발견한 불법 개농장의 처참한 모습. 제보자 제공

다행스럽게도 A씨는 근호씨 설득에 30만원만 주면 순순히 소유권을 포기하겠다고 했습니다. “개고기를 파는 식당이 하나 둘 문을 닫아서 돈벌이가 안 된다”는 이유였습니다.

문제는 철창 안의 개들이었습니다. A씨가 소유권을 포기해도 구조한 개들을 누가, 어떻게 돌보고 입양할 것인가의 문제는 남습니다. 개농장이 폐쇄되면 일반적으로 소유권은 지자체로 넘어가고 10일의 공고기간 내에 입양되지 않은 개들은 안락사됩니다. 농장개들은 대개 반려견으로 인기가 없는 11~20㎏의 중대형 진돗개이므로 안락사를 피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개농장 구조는 전문 동물보호단체도 하기 어려운 일이죠.

하지만 근호씨는 사람이 내민 손을 핥으며 반기는 농장개들을 도저히 외면할 수 없었습니다. 직접 임시보호시설을 짓고 최대한 많은 숫자를 개농장에서 빼내기로 결심합니다. 근호는 “솔직히 대부분은 안락사가 불가피하겠지만 노력하면 그래도 몇 마리는 살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말합니다.

옥천군은 근호씨의 구상을 존중해 안락사 집행일을 60일간 연기했습니다. 대신 약속한 5월31일까지 구조되지 못하고 개농장에 남은 개들에 한해 안락사를 집행하기로 합니다.

매일 100㎏ 지고 나르자…37마리 찾아온 기적

안락사까지 남은 시간은 단 60일. 개들을 구조하기 위한 근호씨의 외로운 도전이 시작됐습니다. 근호씨는 지인들을 수소문해 임시보호소를 지을 땅을 물색하는 한편, 개농장에 남겨진 개들을 직접 돌보고 입양 홍보를 했습니다.

당장 급한 일은 철창 속 개들에게 깨끗한 사료와 물을 공급하는 것이었습니다. 차량이 진입할 수 없는 외진 곳에 개농장이 위치해 있어 근호씨는 15㎏짜리 사료 50여 포대를 직접 옮겨야 했습니다. 철창마다 그릇에 사료와 물을 부어주는 것도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습니다. 근호씨는 하루에 3~4시간씩 개농장을 찾아 개들에게 먹을 것을 챙겨줬습니다. 근호씨는 “이때까지만 해도 20마리 넘게 안락사가 불가피하다고 생각했다. 마음이 아파 아이들 눈도 쳐다보지 못했다”고 합니다.

틈틈이 입양 홍보도 빼놓지 않았습니다. 근호씨는 옥천군이 유기동물 위탁시설로 지정한 동물병원의 도움을 받아 37마리의 사진을 촬영하고 온라인 커뮤니티에 입양자 모집글을 올렸습니다. 입양자가 선정되면 자신의 차에 개를 태우고 서울, 부산, 강화도 등 전국 곳곳의 모든 입양처를 직접 방문했습니다. 동물단체 케어의 도움으로 성견 6마리는 캐나다 등 해외로 입양을 가기도 했습니다.

드디어 옥천군과 약속한 5월 31일. 37마리 중 무려 30마리가 일반 가정에 반려견으로 입양됐고, 남은 7마리는 근호씨가 마련한 임시보호소에서 지역 봉사자들의 도움을 받으며 입양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근호씨의 눈물겨운 노력 덕분에 단 한 마리도 심정지 주사를 맞지 않고 견생 2막이 열린 겁니다.

근호씨가 2개월간 노력한 끝에 농장개 30마리는 입양이 성사되고, 7마리는 임시보호소에 정착하는 등 37마리 전부 안락사를 피할 수 있었다. 제보자 제공

근호씨는 “두 달간 교직에서의 시간을 제외하고 하루 3시간씩 자며 개들을 돌보고 입양보냈다”면서 “저 하나를 희생해서 서른 아이들의 세상을 바꿨으니 기적이 일어난 것 같다”고 기뻐했습니다. 하지만 기적은 그냥 일어난 게 아니죠. 근호씨가 만든 것이었습니다.

제보자 찾은 한재웅 수의사…“노력에 큰 감동, 힘껏 돕겠습니다”

어지간한 규모의 동물단체도 단독으로는 대응하기 힘든 개농장 구조와 수습. 그 모든 과정을 사실상 혼자 감당해온 근호씨는 한계에 봉착했습니다. 체중은 10㎏이나 빠졌고 자비로 수십 마리의 개들을 돌보느라 1000여 만원의 채무까지 발생했습니다.

안타까운 사연을 듣고 도움의 손길이 모였습니다. 지난 3일 국민일보는 충북 옥천의 임시보호소에서 근호씨를 만났습니다. 이날 현장에는 TV동물농장에서 고난도 치료를 담당하는 노원N동물병원의 한재웅 수의사 및 14년차 행동전문가 미애쌤이 동행했습니다. 전문가들은 각각 의료봉사 및 행동교육을 제공했습니다. 그동안 근호씨가 매일 사료를 챙기고 꾸준히 산책해준 덕분에 7마리 모두 공격성을 드러내지 않고 안전하게 치료와 교육을 받았습니다.

가장 시급한 조치는 치명적인 심장사상충의 진단과 치료였습니다. 심장사상충은 모기를 매개로 감염되는 기생충으로, 감염 말기에는 길이 30㎝의 성충들이 심장과 폐를 점령해 생명을 위협합니다. 한재웅 수의사는 한 마리씩 채혈한 뒤 간이키트를 이용해 심장사상충 감염 여부를 파악했습니다. 안타깝게도 7마리 가운데 3마리가 심장사상충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한재웅 수의사는 “제보자가 꾸준히 예방약을 먹인 덕분에 그나마 4마리는 감염을 피할 수 있었다”면서 “근호씨의 노력에 큰 감동을 받았다. 감염된 아이들의 치료에 필요한 도움이 있다면 최선을 다해 돕겠다”고 전했습니다.

지난 3일 한재웅 수의사가 제보자 근호씨를 돕기 위해 현장을 방문했다. 한 수의사는 이날 구조된 동물들의 심장사상충 검사를 한 뒤 수개월치 예방약을 기부했다.

근호씨는 입양 준비를 마친 견공이 있다며 한 마리를 소개했습니다. 시바견을 닮은 13㎏의 아담한 진돗개 1살 ‘하치’입니다. 하치는 익숙한 근호씨에게는 몸을 기대고 얼굴을 핥는 등 친밀감을 보였지만 낯선 미애쌤을 만나자 웅크리거나 짖으며 경계했습니다. 미애쌤은 “겁이 많은 개들은 절대 억지로 만지거나 교감을 강요해선 안 된다”며 “간식이나 장난감을 매개로 스스로 다가오는 연습을 해야 한다”고 진단했습니다. 미애쌤이 발치에 간식을 두고 기다리자 10여분 뒤 하치가 경계심을 풀고 간식을 먹었습니다. 이 과정을 10여 번 반복하자 하치는 미애쌤이 다가오면 꼬리를 흔들고 쓰다듬도 반겼습니다.

시바견을 닮은 1살 하치가 제보자와 함께 행동교육을 받는 모습. 성격이 순해 행동교육을 잘 따라왔다.

시바견을 닮은 하치의 가족을 모집합니다. 관심 있으신 분은 기사 하단의 입양신청서를 작성해주시기 바랍니다.


✔영화 속 시바견 쏙 닮은 댕댕이, 하치의 가족을 모집합니다
-시바 믹스견, 1살 수컷
-13.4㎏, 중성화 완료
- 얌전한 성격, 보호자를 잘 따름 (심장사상충 및 전염병 음성)

✔입양에 관심있으신 분은 아래 링크를 확인 해주세요
= https://naver.me/F4tpLtqU
= 혹은 인스타그램 'catholicchoi'를 검색해주세요

✔하치는 개st하우스에 출연한 114번째 견공입니다 (93마리 입양 완료)
하치 입양자에게는 반려동물 사료 브랜드 로얄캐닌이 동물의 나이, 크기, 생활습관에 맞는
'영양 맞춤사료' 1년치(12포)를 후원합니다.


👉제보자 근호씨를 돕고 싶다는 댓글, 이메일 문의가 많았습니다. 근호씨는 조심스럽게 후원계좌를 개설했습니다. 힘을 보태주실 분들은 유튜브 '개st하우스'의 영상 댓글란을 확인해주세요.


옥천=이성훈 기자 최민석 기자 tell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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