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에 잠깐 두기? 이런 폭염엔 동물학대입니다 [개st상식]

국민일보

차에 잠깐 두기? 이런 폭염엔 동물학대입니다 [개st상식]

입력 2023-08-06 00:05
여름철 무더위는 반려동물인 개, 고양이 등에게 치명적이다. 피부 표면에 땀샘이 없어 체온을 빠르게 내릴 수 없기 때문이다.

불법 개농장에서 구조한 개 10여 마리를 야외 견사에서 보호 중인 경기도 김포의 김민주(가명‧53)씨는 얼마 전 돌보던 개 한 마리를 열사병으로 잃었습니다. 폭염에 대비해 한 마리씩 개집을 제공하고, 하루 세 차례씩 물그릇을 갈아줬지만 연일 35도 넘는 폭염을 견디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김씨는 “천막업체를 불러 개집 위에 그늘막을 설치했지만 그걸로는 부족했던 모양”이라며 “올여름을 무사히 넘길 수 있을지 걱정된다”고 말했습니다.

여름철 무더위는 개, 고양이 같은 반려동물에게 치명적입니다. 개나 고양이는 피부 표면에 땀샘이 없어 사람처럼 체온을 빠르게 조절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사람은 체온이 높아지면 땀을 배출해 빠르게 열을 식히지만 반려동물은 숨을 헐떡이거나 발바닥, 코로 극소량의 수분을 배출하는 게 고작입니다. 더위에 방치된 동물은 열사병으로 심장마비, 뇌손상에 이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폭염 속에서 반려동물을 보호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세계적인 시민단체인 영국 왕립동물학대방지협회(RSPCA)는 여름철 반려동물 돌봄 매뉴얼을 만들어 적절한 환경과 돌봄 방법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영미권 동물보호법에 반영될 만큼 권위를 인정받는 RSPCA의 매뉴얼 내용을 살펴보겠습니다.

차량, 이동장 등 밀폐된 공간에 방치하지 마세요

RSPCA는 반려동물을 여름철 차량에 절대 두지 말라고 경고합니다. 한여름 더위로 내부온도가 금세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미국 애리조나주립대와 캘리포니아대 등 공동 연구팀이 학술지 ‘온도’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섭씨 37도의 여름날 차량을 야외에 주차했더니 내부 온도가 10분 만에 20도 치솟았습니다. 1시간 뒤 내부 온도는 70도에 달했습니다. 이런 찜통에 방치될 경우 체온 조절능력이 떨어지는 동물과 어린아이는 10분만에 열사병에 걸릴 수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반려동물 혹은 어린이를 여름철 차량에 방치하면 학대죄를 적용받을 수 있다.

2000년대 초 미국에서는 보호자가 마트에 간 사이 차량에 남겨진 아이와 반려견이 다수 사망하는 사건이 벌어져 이를 예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습니다. 2002년 미 의회는 6세 이하 어린이를 차량에 방치하는 보호자에게 학대혐의를 적용해 강력 처벌하는 내용의 캐이틀린 법을 제정했습니다. 해당 법에 따라 현지 경찰들은 여름철이면 주차장의 차량 내부를 수시로 단속해 방치된 어린이나 반려동물을 보호합니다.

냉방기를 가동하지 않는 실내에서 이동장, 박스 등에 동물을 장시간 가두는 것도 금물입니다. 좁은 공간 내부가 동물의 체온과 더위로 인해 금세 달궈지기 때문입니다. RSPCA는 “여름철 동물을 이동장, 컨테이너 내부에 방치하지 말라”고 경고합니다.

RSPCA는 더운 날 동물을 이동장 등 좁은 공간에 장시간 방치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경고한다.

야외활동 삼가고, 다양한 피서수단을 제공하세요

기온 30도 이상일 경우에는 동물과 야외활동을 자제해야 합니다. 특히 기온이 높은 오후 시간대에는 산책과 놀이는 권장하지 않습니다. 대신에 해 뜨기 전 이른 오전, 혹은 해가 지고 늦은 오후에 짧은 시간 야외활동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동물이 스스로 체온을 조절할 수 있도록 다양한 선택지를 줘야 합니다. 더위를 피할 수 있는 그늘 혹은 시원한 물을 채운 쿨매트 등을 제공하고, 물그릇에 시원한 물을 수시로 부어주는 식입니다.

여름철에는 반려동물에게 수시로 시원한 물을 제공하는 것이 좋다.

또 반려동물이 열사병 증상을 보이는지 자주 관찰해야 합니다. 동물들은 더워도 별다른 이상징후를 보이지 않다가 갑자기 열사병으로 쓰러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표적인 증상으로 ▲거친 호흡과 과도한 헐떡임 ▲대량의 침을 흘림 ▲갑작스런 실신 혹은 구토 등이 있습니다. 이때는 즉각 동물을 시원한 곳으로 옮기고 물에 적신 헝겊을 물려 응급처치한 뒤 동물병원으로 데려가야 합니다.

이성훈 기자 tell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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