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중 “소양강 가달라”는 승객…택시기사가 살렸다

국민일보

한밤중 “소양강 가달라”는 승객…택시기사가 살렸다

택시기사 박인경(64)씨, 하차한 손님 지켜보다 112 신고
“누구나 사는 게 힘들어…그래도 생명 소중히”

입력 2023-08-16 20:56
서울 마포대교에 자살 예방 문구가 쓰여져 있다. 뉴시스

작지만 따뜻한 관심으로 승객의 생명을 살린 택시 기사의 사연이 뒤늦게 알려져 감동을 주고 있다.

지난 8일 오전 1시쯤 강원 춘천시에서 50대 승객 한 명이 택시에 탑승해 “소양강 처녀상 앞으로 가 달라”고 요청했다.

20여년간 택시기사로 일해온 박인경(64)씨는 어두운 새벽에 손님이 스카이워크가 설치된 관광지를 가는 것을 이상하게 여겨 “이 시간에 왜 그곳으로 가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승객은 “바람 쐬러 간다”고 짧게 답한 뒤 택시에서 서둘러 내렸다. 이 승객은 택시에서 내리자마자 비틀거리며 넘어졌고, 이내 힘겹게 일어나 목적지 인근 계단에 몸을 기댔다.

박씨는 승객과 10∼20m 떨어진 곳에 정차한 뒤 그를 한참 동안 지켜봤다.

그러다 승객이 처녀상 난간으로 향하자, 박씨는 곧장 112에 전화를 걸어 “손님이 안 좋은 선택을 하려는 것 같다”고 신고했다.

경찰의 공동 대응 요청을 받은 소방대원들이 먼저 현장에 도착했다.

소방대원들은 위태롭게 서 있는 승객에게 다가가 설득하기 시작했고, 승객은 그제야 참았던 울음을 터뜨리며 구급차로 발길을 돌렸다.

박씨가 승객을 살린 건 처음이 아니다.

박씨는 “이전에도 소양댐으로 가달라는 손님이 있었는데, 그분도 극단적 선택을 하려고 하셨다”며 “그날은 운행을 접고 손님과 술 한잔하며 얘기를 들어줬다. 힘들어도 살라고 설득했고, 그렇게 한참 시간을 보내다 택시를 불러서 함께 귀가한 기억이 있다”고 털어놨다.

이어 “한 번 죽음을 생각한 사람은 또 그럴 수 있어 걱정”이라며 “누구나 때로는 사는 게 힘들다. 그래도 살아야 한다. 모든 분이 자신의 생명을 소중하게 여겼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ㆍ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선예랑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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