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진 군산 교사 유서 공개 “업무 폭풍…두렵다” 토로

국민일보

숨진 군산 교사 유서 공개 “업무 폭풍…두렵다” 토로

업무 스트레스 토로
전북교사노조 ‘순직 인정’ 촉구

입력 2023-09-19 04:41 수정 2023-09-19 10:05
16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공원 교차로 일대에서 열린 공교육 회복을 위한 국회 입법 촉구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일 전북 군산 동백대교 인근 해상에서 숨진 채 발견된 초등학교 A교사의 유서가 공개됐다. 유서에는 업무와 관련해 평소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을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들이 있었다.

18일 유족에 따르면 A교사는 지난달 30일과 31일에 휴대전화 메모장에 유서를 남겼다.

31일 유서에는 “계획하고 실행하는 것이 너무 안 돼서 힘들다. 모든 미래, 할 업무들이 다 두렵게 느껴진다. 일을 쉴 수는 없다. 경제적으로 깨지면 더 무너질지도”, “개학하고 관리자 마주치며 더 심해진 것 같다. 늘 뭔가 태클을 걸고 쉬이 안 넘어가며 극피(P)”라는 내용 등이 적혀 있다.

유족 측은 “P는 ‘MBTI(성격유형검사)’의 한 갈래로 즉흥적인 성향을 말하며 평소 계획적인 성격의 자신과 마찰이 있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A교사가 업무와 관련해 자존감이 많이 떨어진 모습도 모였다. 유서에는 “업무 능력, 인지 능력만 좀 올라왔으면 좋겠다. 나 잘했었는데. 군산 1등, 토익 고득점”, “자존감이 0이 되어서 사람들과 대화도 잘 못하겠다”라는 토로도 담겼다.

30일 유서에는 “아침부터 점심까지 미친 충동 일어나다가 갑자기 1시부터인가 안정되었다. 왜 이러지. 그런데 또 업무 폭풍 오면 또 그렇게 될 것 같기도 하고”라는 말을 남겼다.

A교사는 군산의 작은 학교에서 6학년 담임과 방과후, 돌봄, 정보, 생활, 현장체험학습 외에도 친목회 등 비공식 업무도 담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족 측은 “작은 학교의 교사는 교육활동 이외에 다른 업무를 많이 맡는다. 교사가 수업에 집중할 수 있는, 본연의 업무를 제대로 할 수 있는 환경을 바란다”며 유서 공개의 이유를 밝혔다. 또 “평소 고인이 업무 스트레스를 언급하면서 업무 가짓수가 너무 많아서 힘들어했다. 억울함 없이 조사에서 다 밝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북교사노조는 A씨의 사인을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로 보고 순직 인정을 촉구했다.

정재석 교사노조 위원장은 “고인의 생전 기록을 보면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와 특정 교원과의 갈등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전북교육청에 고인의 업무 과다를 증명하기 위해 감사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군산교육지원청이 사안의 진상을 철저히 규명해서 고인의 순직을 인정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북교육청 관계자는 “교육인권센터에서 조사 후 감사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A교사는 지난 1일 오전 군산지역 한 교량 인근 해상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해경은 비상등을 켠 채 다리에 주차된 그의 승용차 안에서 유서를 발견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 희망의 전화 ☎129 / 생명의 전화 ☎1588-9191 /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김판 기자 p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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