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서 소파를 옷처럼 파는 남자를 만났다

국민일보

인터넷에서 소파를 옷처럼 파는 남자를 만났다

자코모 박유신 대표 “품질이 좋고 합리적인 가격의 제품을 만드는 게 근본”

입력 2023-09-24 06:01
지난 6일 경기 남양주 자코모 플래그십 매장에서 박유신 자코모 대표를 만나 인터뷰했다. CJ온스타일 제공

온갖 물건을 인터넷으로 주문하고 다음 날 아침 받아보는 ‘새벽배송’의 시대지만, 소파는 여전히 온라인 판매 확대가 큰 숙제로 남아있는 품목이다. 사진만으로는 소파와 우리집 거실의 조화나 소파 위에 맨살을 부비며 앉는 감각을 상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여전히 소파를 사는 사람들은 오프라인 매장에 가서 앉아보고 만져보고 사는 경우가 많다.

자코모는 그런 소파를 온라인에서 가장 잘 팔고 있는 회사 중 하나다. 소파 제조기업 자코모는 적극적인 온라인 확대로 지난해 거래액 1525억을 달성하며 국내 소파 브랜드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올해 자코모의 전체 매출 중 온라인 매출의 비중은 40%에 이른다. 박유신(32) 자코모 대표를 최근 경기도 남양주시에 있는 자코모 플래그십스토어에서 만나 온라인 성공 비결에 대해 물었다.

박 대표는 “온라인 채널은 불안할 수밖에 없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면서도 “그럼에도 온라인의 가구 구매 장벽은 상당 부분 극복 가능하다고 본다”고 자신했다. “의류만 봐도 예전에는 단가가 낮은 상품만 온라인으로 샀었지만 이젠 수백만원하는 옷도 인터넷으로 쇼핑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어떤 채널에서도 그가 항상 우선순위에 두는 것은 제품력. “늘 제품이 먼저이고, 소비자들에게 ‘어떤 채널에서 사도 품질이 좋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애쓴다”고 말했다.

자코모와 CJ온스타일 콜라보 상품 '라치오 소파'

자코모의 상품 기술서가 길어진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자코모는 본드·밴드·내장재 하나하나 신경써서 만든다”며 “이에 대한 설명을 자세히 적기 시작했는데 이제는 대부분 브랜드가 따라하고 있다”고 한다. 원단의 색깔과 감촉은 ‘가죽 샘플’ 서비스를 통해 실물로 보고 만져볼 수 있도록 했다. 원하는 가죽 샘플 3가지를 선택하면 무료로 작은 샘플 가죽을 배송해주는 서비스다.

자코모 홈페이지에서 제공하는 ‘360도 디자인 오버뷰’도 박 대표의 제안이었다. 소파를 한 바퀴 돌려 모든 각도에서 제품을 볼 수 있도록 제작한 동영상이다. 그가 직접 신발을 쇼핑하다 한 해외 온라인 쇼핑몰이 신발의 360도 영상을 제공하는 것을 보고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곧바로 상품을 촬영하려 했지만 국내에는 큰 소파를 돌려가며 찍을 수 있는 장비가 없어서 상당한 비용을 들여 촬영 기구까지 제작했다”고 한다.

지난해부터 CJ온스타일과 협업해 진행하고 있는 ‘소파페스타’에서도 가장 중요시한 것은 고객에게 품질을 전달하는 것이었다. 소파페스타는 CJ온스타일과 자코모가 여러 채널을 연계해 고객에게 브랜드 경험 기회를 제공하는 행사다. TV 라이브·유튜브·모바일 라이브 등의 채널에서 소파를 파는 동시에 남양주 자코모 플래그십 매장에서 CJ온스타일의 단독판매 상품을 전시한다. 올 들어 7월까지만 순취급고 66억5000만원을 기록했다.

그는 CJ와의 협업 과정에서 특히 가장 인상적인 것을 묻는 질문에 단박에 자코모 공장의 모습을 담은 영상을 꼽았다. 그는 “CJ의 제안으로 공장의 기술자를 인터뷰하고 소파 생산 모습을 촬영했었다”며 “이런 부분들을 소비자에게 보여주면서 자코모 제품들은 사람들이 하나하나 신념을 갖고 만든다는 메시지가 전해졌던 것 같다”고 말했다.

자코모는 백화점 입점 매장 외 전국에 4개의 직영 플래그십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박 대표는 온라인 채널 확대를 꾀하고 있지만 역설적으로 오프라인 매장을 놓을 수는 없다고 한다. “온라인상 콘텐츠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착석감·완성도에 대한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선 상시적인 전시 매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온라인 판매 비결을 캐묻는 질문에 여러 차례 난감한 듯 웃었다. 하지만 그때마다 비슷한 대답을 반복했다. “품질이 좋고 합리적인 가격의 제품을 만드는 게 근본”이라고. 온라인의 큰 벽을 넘은 자코모는 내년 1월쯤 바다를 건너 일본 훗카이도에 매장을 낼 예정이다.

구정하 기자 go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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