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짝 金까지 한걸음…44세 김관우 “나는 나를 믿었다”

국민일보

깜짝 金까지 한걸음…44세 김관우 “나는 나를 믿었다”

입력 2023-09-27 17:04
김관우는 27일(한국시간) 중국 항저우 e스포츠 센터에서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 e스포츠 ‘스트리트 파이터 V’ 종목 승자조 결승전에서 대만의 린 리웨이를 2대 1로 꺾고 최종 결승전에 진출했다. 그는 경기 후 믹스트존 인터뷰에서 포즈를 취했다. 공동 취재단

“제가 이 정돕니다.”

e스포츠 국가대표 최고령 선수인 김관우는 결승 진출을 확정짓고나서 믹스트존에서 국내 취재진을 알아보고는 이렇게 말했다. 김관우는 애초 중국과 대만, 일본 등의 메달 획득이 유력하게 점쳐졌던 ‘스트리트 파이터 V’ 종목에서 금메달 획득까지 한 경기만을 남겨놨다.

김관우는 27일(한국시간) 중국 항저우 e스포츠 센터에서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 e스포츠 ‘스트리트 파이터 V’ 종목 승자조 결승전에서 대만의 린 리웨이에 2대 1(0-2, 2-0, 2-1)로 역전승을 거뒀다. 이날 승리로 김관우는 오는 28일 금·은메달의 주인을 가리는 최종 결승전에 진출했다.

경기 후 믹스트존에 들어선 김관우는 국내 취재진을 보자마자 “제가 이 정돕니다”라며 활짝 웃었다. 곧 마이크 앞에 선 그는 “아직도 손이 떨린다”면서 “아직은 (갈 길이) 많이 남았다고 생각하지만, 한 계단 더 올랐다고 생각해서 기쁘다. 얼른 감독님께 칭찬을 받고 싶다”고 말했다.

개막 전 한국 e스포츠는 대표팀을 파견한 4개 종목 중 ‘리그 오브 레전드’와 ‘FC 온라인’에서 메달 확보를 점쳤다. 스트리트 파이터 V에서 이같은 성과는 기대 이상이다. 김관우는 “나와 감독님은 무조건 메달을 딸 거라고 믿고 있었다”면서 “어디까지 갈지는 해봐야 알겠지만, 분명 메달은 딴다고 믿었다. 내가 내 실력을 더 믿는다면 더 높이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관우는 종목 강국 대만 대표 선수 2인을 연달아 꺾고 결승전에 올랐다. 김관우는 이날 1세트에서 상대방에게 완패했지만, 곧장 펼쳐진 2세트에서도 집중력을 잃지 않으면서 그로기 상태를 면했다. 3세트 막판 상대에게 정타를 한 대도 허용하지 않는 깔끔한 운영으로 승리를 확정지었다.

김관우는 “상대 플레이에 대해 연구하고 생각해온 게 있는데 막상 실전에 막 들어가니까 (준비했던 플레이를) 수행하지 못해서 졌다”면서 “2세트부터는 준비해온 걸 잘해야 한다고 스스로를 채찍질했다. 이후 생각대로 대처해서 경기가 풀렸다”고 복기했다.

김관우는 “저도 (플레이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무아지경이었다”면서 “밀리는 상황에서 3세트 첫 라운드 때 실수를 한 번 했다. 하지만 게임이 끝난 게 아니니까 앞으로 잘하면 이긴다는 사실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이어 “심리상담사께서 ‘지나간 것은 지나간 것이다.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라’라고 말씀해주신 게 생각이 났다”고 덧붙였다.

관록이 긴장을 녹인다. 김관우는 1979년생, 만 44세의 베테랑 e스포츠 선수다. e스포츠 대표팀 최고령 선수인 그는 “현재 한국대표팀 메달권 선수 중 제가 최연장자라고 들었다”면서 “어제 기사에서 저를 ‘황충’이라고 표현한 걸 재밌게 봤다. 이름이 ‘관우’인데 황충이라고 쓰셔도 되는가”라며 역으로 취재진에게 농담도 던졌다.

김관우는 이날 처음으로 커다란 주경기장에서 게임을 치렀다. 그는 “오늘 큰 무대인 주경기장에서 경기를 해보니 보조경기장에서 했을 때보다 마음이 안정적이었다”면서 “결승전도 자신 있다. 상대도 강력하지만 나도 강력하다. 잘 싸워보겠다”고 다짐을 전했다.

항저우=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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