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보다 사람 소리에 더 ‘화들짝’”…야생동물들 반응 [영상]

국민일보

“사자보다 사람 소리에 더 ‘화들짝’”…야생동물들 반응 [영상]

캐나다 리아나 자네트 연구팀, 아프리카 사바나 야생동물 상대 실험
“사람 말소리에 큰 공포 반응 보여”

입력 2023-10-07 13:00
먹잇감을 물고 이동하던 표범이 사람 말소리가 들리자 먹잇감을 포기하고 달아나고 있다. 캐나다 웨스턴대학 리아나 자네트 교수실 X (@ZanetteLab) 캡처

아프리카 사바나의 야생동물들이 가장 무서운 포식자인 사자 울음소리보다도 사람의 말소리에 더 큰 공포반응을 보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 같은 현상은 코끼리와 코뿔소, 기린 등은 물론 표범에서도 유사한 형태로 나타났다.

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캐나다 웨스턴대학 리아나 자네트 교수팀은 과학 저널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에 남아프리카 그레이터 크루거 국립공원에서 진행한 관찰 실험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아프리카 건기 시기에 야생동물들이 자주 모이는 물웅덩이 부근에 ‘카메라-스피커 시스템’을 설치했다. 반경 10m 내 동물이 감지되면 자동으로 작동하는 장치다.

연구팀은 이를 통해 사람 말소리, 사자 울음소리, 사냥 소리(개 짖는 소리나 총소리) 등을 야생 동물들에게 들려준 뒤 반응을 동영상으로 촬영했다.

이후 약 1만5000건 동영상을 분석한 결과 촬영된 야생동물 약 94.7%가 스피커에서 사람 말소리가 들렸을 때 사자 울음소리나 사냥 소리가 들릴 때보다 40% 더 빠르게 도망갔다.

아프리카 그레이터 크루거 국립공원에서 사는 기린이 사람 말소리를 듣고 황급히 도망가고 있다. 캐나다 웨스턴대학 리아나 자네트 교수실 엑스(X·옛 트위터) 캡처

아예 물웅덩이를 포기하고 달아난 야생동물의 비율도 사람 목소리인 경우 2배 더 높아졌다.
건기 때 물웅덩이가 야생동물들에게 생존 필수 요소라는 점을 감안할 때 사람 목소리에 대한 공포 반응이 그만큼 컸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자네트 교수는 “북미, 유럽, 아시아, 호주에서 수집한 데이터와 현재 아프리카에서 진행 중인 연구를 보면 야생동물들은 사자, 표범, 늑대, 퓨마, 곰, 개 같은 인간 외의 최상위 포식자보다 인간을 더 두려워한다는 게 드러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코끼리의 경우 사자 울음소리가 났을 때는 도망가지 않고 오히려 공격적인 행동을 보인 반면 사람 말소리에는 물웅덩이를 버리고 달아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공포 자체가 야생동물 개체 수를 감소시킬 수 있다는 사실도 여러 연구를 통해 입증되고 있다”며 “이 같은 인간에 대한 공포는 야생동물들에게 생태학적으로 극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번 실험을 통해 사람이 ‘선의’로 야생동물을 관람하는 것조차 그들에게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이 드러난 것”이라고 덧붙였다.

방유경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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