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뜬장 갇힌 100만 마리” 농장개 ‘도담이’는 왜 국회에 갔나 [개st하우스]

국민일보

“뜬장 갇힌 100만 마리” 농장개 ‘도담이’는 왜 국회에 갔나 [개st하우스]

국회서 개 식용 금지 촉구… 구조된 농장개 4마리 산책도
항생제 범벅 음식물쓰레기에 뜬장까지…끔찍한 개농장 실태

입력 2023-10-15 00:02 수정 2023-10-15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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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장개에서 반려견으로 거듭난 6살 도담이 모습. 전병준 기자

“저희 도담이는요, 따스한 가을 들판을 달리기 좋아하고, 맛있는 간식을 보면 폭포수처럼 침을 흘리고, 사람 손을 그리워합니다. 다른 반려견들과 다를 바 없는 아이지만 6년 전 불법 개농장에서 구조된 식용 개였습니다. 철창 속에서 죽어가던 도담이를 구조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이렇게 국회를 산책하고 있으니 가슴이 먹먹합니다.”
-도담이 보호자 차희정씨

지난달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대형분수대에 4마리의 개가 등장했습니다. 개들은 목줄을 잡은 보호자를 따라 잰걸음으로 분수대를 둘러싼 축구장 3개 넓이의 잔디밭을 마음껏 누볐습니다. 그중 가장 덩치가 큰 32㎏ 대형견 도담이. 잘 손질돼 푹신한 잔디가 마음에 드는지 벌러덩 배를 까고 누워 정신 없이 뒹굴었습니다.

도담이는 국회 영내를 산책한 최초의 반려견으로 기록됐다. 제보자 제공

특별한 것 없는 보호자와 반려견의 산책. 하지만 이날 산책은 1975년 개관한 이래 국회 영내에서 이뤄진 최초의 개 산책이었습니다. 국회는 보안 내규상 안내견을 제외한 동물의 출입을 제한하고 있지만 이날만큼은 여야 공통의 관심사인 개 식용 금지를 촉구하는 행사를 위해 개 출입이 허용됐습니다. 행사를 주최한 국민의힘 이헌승 의원실 관계자는 “개식용 종식이 초당적 관심사인 만큼 국회사무처 방호 담당부서의 협조를 받아 개농장에서 구조된 4마리의 개 산책을 허가받았다”고 설명합니다.

‘개농장 구조견과 함께하는 산책’ 행사는 국회도서관 야외음악당에서 개최됐습니다. 이 자리에는 여야 국회의원 44명이 속한 동물복지포럼의 공동회장 이헌승 의원과 동물단체 동물자유연대(동자연) 활동가, 농장개를 입양한 시민 등이 참석해 국회에 발의된 ‘개 식용 금지 특별법’ 제정을 촉구했습니다.



농장개의 국회 산책, 여야 없는 이슈 ‘개식용 금지’

이날 행사는 ‘개식용 금지 특별법’ 발의 배경을 소개하고 개농장에서 사육되던 개를 입양한 시민이 소감을 발표한 뒤 개들이 국회를 산책하는 순서로 진행됐습니다.

이헌승 의원은 자신이 대표 발의한 특별법을 소개했습니다. 이 법안은 ▲식용 목적에서 개 사육, 번식, 도살하는 행위 금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개식용 종식 기본계획 수립 및 시행 의무화 ▲개 농장의 폐업 비용을 지원하고 농장주가 전업하면 직업교육을 제공할 것 등을 담고 있습니다. 이 의원은 식용 개 사육은 위법 소지가 많을 뿐 아니라 식품위생 측면에서도 안전하지 못하다는 점을 지적하며 “사람과 동물이 함께 조화롭게 사는 사회, 우리나라의 국격에 맞는 반려동물 문화가 정착되도록 사회구성원 모두가 고민할 때”라고 강조했습니다.

도담이와 보호자 차희정씨가 이헌승 의원이 주최한 ‘개농장 구조견과 함께하는 산책’ 행사에 참여한 모습. 전병준 기자

이어서 32㎏의 반려견 도담이와 보호자 차희정(46)씨가 연단에 섰습니다. 도담이는 2017년 서울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 내 불법 개농장에서 구조됐습니다. 도담이는 뜬장의 쇠독과 다른 개에 물린 앞발 감염까지 겹쳐 위독한 상태였으나 구조돼 치료를 받았습니다. 개농장을 적발한 동자연과 희정씨의 헌신적인 노력 덕이었습니다. 발견 당시 2㎏이었던 도담이는 지금은 32㎏의 늠름한 성견이 됐습니다. 도담이는 희정씨가 소형견 포메라니안과 사별한 뒤 돌보는 두 번째 반려견입니다.

농장 개들은 사회성에 문제가 있어 반려견으로 적합하지 않다는 편견을 깨고 싶었던 희정씨는 지난 6년간 도담이와 꾸준히 반려견 행동 교육을 받았습니다. 도담이는 청중 100여명이 지켜보는 연단 위에서 긴장한 기색 없이 얌전히 희정씨 곁에 앉아 있었습니다. 희정씨는 “비록 끔찍한 개농장에서 왔지만 도담이는 다른 반려견들과 다르지 않다”며 “도담이의 오늘 산책이 비슷한 처지의 농장개들 처우 개선에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전했습니다.

이어서 농장개들이 국회 영내를 산책했습니다. 산책에는 도담이를 비롯해 동자연이 구조한 3마리의 농장개도 함께했습니다. 이헌승 의원은 직접 전북 정읍 개농장에서 구조된 2살 별빛이의 산책줄을 잡고 앞장섰습니다. 농장개들과 참석자들은 함께 국회 중앙광장 주변과 본관 앞을 천천히 걷고, 대형 분수대 앞에서 ‘개식용 금지 특별법’의 제정을 호소하며 행사를 마무리했습니다.

동자연의 채일택 정책팀장은 “개식용으로 희생당할 뻔한 개들이 대한민국 정치 1번지인 여의도 국회에 입성했다”면서 “반려견과 식용견이 따로 없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행사를 기획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현재 국회에는 이헌승 의원의 특별법안을 비롯해 한정애(더불어민주당), 이달곤(국민의힘) 의원안 등 4개의 개식용 금지 관련 특별법안을 포함해 44명의 여야 의원이 참여한 ‘개식용 종식 촉구 결의안’ 등이 발의된 상태입니다. 여야 모두 개식용 종식을 당론으로 채택하고 얼마 남지 않은 21대 국회 임기 내에 관련 법 제정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개식용 금지, 취향의 문제 아니다

농장개에서 반려견으로 거듭난 도담이의 국회 입성은 무거운 질문을 남깁니다. 개 식용은 왜 법으로 금지해야 하는 걸까요? 개를 먹거나 먹지 않는 것은 법으로 정할 만큼 중요한 문제일까요? 이 질문에 답하려면 개농장에서 보신탕에 이르기까지 개 식용 산업에 만연한 불법적인 관행들을 들여다 봐야 합니다.

지난 3월 동물단체 도움으로 200마리 개농장을 폐업한 충남 아산의 농장주 양모(73)씨. 그의 일과를 되짚어 보면 보신탕집 개고기의 잔인하고 비위생적인 생산·유통 과정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양씨의 하루는 오전 6시 먹이 준비로 시작됩니다. 양씨는 1.5t 트럭을 몰고 주변 아파트와 음식점, 학교를 돌며 음식쓰레기를 수거합니다. 파란 드럼통 5개는 상해서 거품이 부글부글 끓고 곰팡이가 가득 핀 음식쓰레기로 금방 가득 찹니다. 무게는 무려 300㎏. 비싼 사료를 먹이면 수익성이 없어 개농장에서는 대부분 음식쓰레기를 이용합니다.

개농장은 비위생적인 환경 속에서 운영된다. 또한 식용 목적에서 개를 키우고 도살하는 과정에서 동물보호법 위반이 일상처럼 벌어진다. 동물단체 동물자유연대, HSI, 카라 제공

썩은 잔반을 그냥 먹이면 개들이 식중독에 걸립니다. 대부분의 개농장에서는 커다란 가마솥에 잔반을 붓고 하얀 항생제 가루와 섞어서 개들에게 나눠줍니다. 굶주린 개들은 별수 없이 잔반을 먹습니다. 그나마 양씨 개농장은 음식쓰레기를 적법하게 사료로 가공하는 재처리시설을 갖췄습니다. 하지만 재처리 공정이란 기껏해야 썩은 음식쓰레기를 100℃에서 30분 이상 끓인 뒤 개들에게 급여하는 수준입니다(폐기물처리시설을 설치하지 않고 동물에게 잔반을 급여하는 행위는 폐기물관리법 위반).

양씨의 개농장에는 50개의 철장이 있습니다. 대형견 두 마리도 들어가기 좁은 견사마다 4~5마리의 대형견들이 구겨지듯 담겨 있죠. 철장의 바닥은 철근을 대충 5cm 간격으로 깔아 바닥이 뻥 뚫려 있습니다. 이른바 뻥개장, 혹은 뜬장이라고 불리는 시설입니다. 배설물이 바닥으로 내려와 농장주 입장에서는 청소할 필요가 없는 편리한 구조이지만 안에 갇힌 동물은 발이 푹푹 빠져 고통스럽습니다. 지난 10년간 한 번도 청소한 적 없는 철장 속 개들은 대부분 심각한 피부병을 달고 있습니다(뜬장 사육은 동물보호법 위반).

개를 도살하는 행위 자체도 불법입니다. 식용 목적에서 개를 도살하는 모든 행위는 동물학대죄를 적용받습니다(동물보호법 위반). 그래서 김씨는 개들을 몰래 도살장에 넘기고 판매대금은 현금으로 받아서 세금을 회피하고 거래 흔적을 감춥니다.

더러운 환경에서 음식쓰레기를 먹고 자란데다 온갖 질병에 시달린, 항생제 범벅의 개들은 보양식이라는 이름을 달고 팔려 나갑니다. 개고기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승인한 식품이 아니므로 조리하거나 판매할 수 없습니다(식품위생법 위반). 하지만 단속 공무원 부족으로 적발되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전국 곳곳에 보신탕집들이 버젓이 운영되고 있는 이유입니다. 동물단체 추산 이런 개농장은 전국에 1만여 곳, 사육되는 농장개는 100만 마리에 달합니다.

과거에는 개 식용 문제를 특정 동물에 대한 호감이나 동정심, 혹은 취향의 문제로 바라봤습니다. 전통문화라는 식의 옹호론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반려인구가 늘고 동물학대를 용납하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가 확산하면서 개 식용에 대한 반대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지난달 한국휴메인소사이어티인터내셔널(HSI)·닐슨아이큐코리아의 ‘2023 개고기 소비와 및 인식 현황 온라인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1500명 가운데 57%는 개 식용을 법으로 금지하는 데 찬성했습니다. 이유는 비위생적(49%)이고, 불법적인 생산과정(42%)이 꼽혔습니다. 응답자의 86.3%는 개를 먹지 않겠다고 응답한 것도 눈에 띕니다. 전통문화라는 개 식용 옹호론의 근거가 약해지고 있는 증거입니다.

한국HSI 이상경 캠페인 팀장은 “이번 조사를 통해 한국인 대부분은 개 식용 금지에 동의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면서 “국민이 개식용 산업의 불법성과 비위생성을 우려하고 있는 만큼 개식용 금지 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입법자들과 정부의 노력이 절실하다”고 전했습니다.


*동물구조단체 HSI에서 개식용 종식법을 응원하는 온라인 서명을 받고 있습니다.
관심있는 분은 아래 링크를 통해 지지 서명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https://secure.avaaz.org/campaign/kr/dog_meat_farm_ban_loc/



이성훈 기자 tellme@kmib.co.kr 전병준 기자 최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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