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후유증·늘어지는 경기시간… ‘부상 병동’ 된 EPL

국민일보

월드컵 후유증·늘어지는 경기시간… ‘부상 병동’ 된 EPL

부상자 15% 증가 역대 최고치

입력 2023-11-21 06:49
토트넘의 수비수 미키 판더펜이 7일(한국시간) 영국 런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첼시와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11라운드 경기에서 부상을 입고 그라운드에 쓰러져있다. AFP연합뉴스

“우리 팀에 부상 선수가 몇인 줄 알아?”

지난 12일 본머스와 뉴캐슬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12라운드 경기가 끝난 후 경기장 한 켠에선 선수와 원정 팬들 사이에 한 차례 설전이 오갔다. 뉴캐슬이 리그 하위권 팀을 상대로도 0대 2 완패를 당해 화가 난 팬들이 그라운드를 향해 비난을 퍼붓자 뉴캐슬의 수비수 키에런 트리피어는 답답한 듯 이렇게 세 번이나 반복해 말했다. 그의 말은 과장이 아니다. 각 구단들이 부상자 속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가운데, 올 시즌 EPL에서 부상자가 예년 대비 15%나 증가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영국 BBC는 20일(한국시간) ‘프리미어리그 부상자가 최고치를 경신한 이유’라는 제하의 기사를 통해 데이터 분석 전문가 벤 다이너의 분석을 소개했다. 이에 따르면, 2023-2024시즌 EPL에선 약 3개월 만에 196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지난 네 시즌에 비해 15% 증가한 것으로 역대 최고치다.

가장 상황이 안 좋은 팀은 앞서 언급한 뉴캐슬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다. 뉴캐슬과 맨유는 현재까지 나란히 14명의 선수를 부상자로 등록했다. 뉴캐슬의 경우 지난 시즌 내내 부상자가 15명에 불과했다는 점에 비춰보면 올해는 유독 힘든 시즌을 보내고 있는 셈이다. 팰리스, 노팅엄, 셰필드가 부상자 13명으로 뒤를 이었다. 최근 1군 멤버들 가운데 부상 선수가 많아지면서 우려를 산 토트넘은 9명으로 20개 구단 평균치(9.8명)를 밑돌았다.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되는 건 2022 카타르월드컵의 후유증이다. EPL의 경우 유럽의 다른 리그보다 빠듯한 일정을 소화해야 했다. EPL 소속 팀들은 지난해 12월 19일 월드컵 결승전 후 이틀 만에 카라바오(EFL)컵 16강 토너먼트를 치르기 위해 필드에 복귀했다. 반면 세리에A, 분데스리가는 모두 한 달 남짓 쉬었고, 라리가와 리그1도 일주일가량 휴식을 취한 뒤 경기를 재개했다.

경기 시간이 늘어난 것도 선수들의 피로도를 높이는 데 한 몫 거들었다. 올 시즌 EPL엔 추가 시간의 적극 도입으로 ‘100분 축구 시대’가 열렸다. 이른바 ‘침대 축구’로 불리는 의도적 시간 지연 행위나 골 세리머니 등으로 인한 경기 지체를 막기 위해 국제축구연맹(FIFA)이 추가 시간을 늘리는 방침을 권고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스포츠 전문 매체 ‘디애슬레틱’은 “올 시즌 10월 8일까지 진행된 EPL 경기를 분석했을 때 경기당 평균 추가 시간이 11분 33초로 급증했다”고 밝혔다. 최근 10시즌 동안 경기당 평균 추가 시간은 6분 30초 안팎이었다.

이누리 기자 nur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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