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살세]“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노부부’께 감사함을 전합니다”

[아살세]“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노부부’께 감사함을 전합니다”

입력 2023-11-28 18:49

“노부부가 바라본 것은 아이들의 소란스러움이 아닌 사랑스러움이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산만한 아이들을 보면서 어쩔 줄 몰라 하는 엄마 아빠에 대해 안쓰러움도 함께 보셨을 것입니다. 아까 미안했던 마음이 더욱 미안해졌습니다”

글쓴이는 대구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40대 초반으로 7살 딸, 6살 아들, 3살 딸을 키우고 있는 다둥이 아빠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최근 가족들과 외식을 하면서 겪었던 이야기를 풀어가면서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노부부’에게 감사함을 전하고자 한다며 운을 뗐습니다.

그는 지난 금요일 ‘불금’을 그냥 보내기 아쉬운 마음에 아내에게 외식하고 제의했고 아내로부터 흔쾌히 동의도 받았습니다. 외식 장소를 고민하던 중 문득 첫째 딸 반 친구의 부모님이 집 주변에서 고깃집을 한다는 게 생각났고, 그곳으로 정했습니다.

그는 사실 아직까지 가족에게 ‘외식’은 신경이 쓰이는 일 중 하나라고 했습니니다. 아직 아이들이 어리고 세 명이다 보니 식당에서 통제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특히 ‘고깃집’은 외식 장소 중에서 난이도가 높은 곳에 해당합니다. 고깃집 특유의 산만함에 정신을 차리기 어렵고, 행여 불판에 애들이 다치지나 않을까 하는 생각에 신경이 곤두서기 마련이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가족 외식으로 고깃집으로 간 기억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그날 아이들은 고깃집에서 외식한다는 말에 한껏 들떠 있었습니다. 출발하기 전 아이에게 식당에서 얌전히 먹어야 한다고 굳은 약속을 받았지만, 내심 후회가 되기도 했답니다. 순간, 집에서 시켜 먹을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애들이 실망할 그 표정을 생각하니 그럴 순 없었습니다. 기왕 하는 외식 즐겁게 하자는 마음을 갖고 고깃집으로 향했습니다.

A씨는 가게에 들어서자마자 재빨리 구석진 자리가 있는지를 찾았습니다. 아이들 때문에 주변 손님에게 폐를 끼치고 싶지 않은 마음에 외식 때면 구석진 자리를 선호하는 편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날따라 식당 중앙 쪽 자리만 비어 있었고, 종업원의 안내에 따라 그 자리에 앉았습니다. 돼지갈비 4인분을 주문했고 숯불과 밑반찬, 돼지갈비가 빠르게 준비되었습니다. 그리고 고기를 굽기 시작했습니다.

돼지갈비는 양념된 고기라서 자칫 타기 쉽기 때문에 정신을 집중해서 구워야 했습니다. 고기 굽기에 집중해 있을 무렵 애들의 주의력은 점점 떨어지고 있었습니다. 얼마나 지나지 않아 아이들은 가만히 앉아 있질 못하고 돌아다니거나 서로 장난치며 산만해졌습니다. 맛있는 고기로 애들의 주의력을 집중시켜 보려 했지만 그 효과는 오래 가지 않았습니다.

때마침, 우리 가족 옆 테이블엔 한 노부부께서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애들이 산만해질 때면 한 번씩 저희 테이블을 쳐다보셨습니다. 노부부는 우리 가족에게 어떤 말씀을 하고 싶어 하는 눈치였지만 참는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런 느낌이 들 때마다 아이들을 더 혼내기도 하고 어르고 달랬습니다. 하지만 한번 산만해진 아이들을 통제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얼마가 지나지 않아 노부부는 식사를 다 하셨는지 아무런 말없이 자리를 떴습니다. 저는 우리 가족 때문에 저녁 식사를 망치지 않았을까 미안한 마음에 차마 그 방향으로 얼굴을 돌릴 수 없었습니다.

아이들은 아빠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고기를 더 시켜 달라고 아우성이었습니다. 추가로 고기를 주문하려던 그때 종업원이 3인분의 고기를 추가로 가져왔습니다. 주문도 하기 전에 고기를 더 가져와서 조금 당황했습니다. “아직 주문하지 않았는데요?”라고 말하자, 종업원은 “아까 옆자리에 계신 노부부께서 계산하고 나가면서 나중에 우리 가족 테이블에 3인분의 고기를 전해달라”고 말씀하셨다는 겁니다. 그분들은 요즘 드물게 아이 셋을 데리고 외식을 하러 온 우리 가족이 너무 보기 좋았다는 말을 덧붙였다고 했습니다.

A씨는 마치 머리를 한 대 맞은 것과 같은 신선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가슴 속에 왠지 모를 뭉클함이 함께 느껴졌습니다. 노부부가 바라본 것은 아이들의 소란스러움이 아닌 사랑스러움이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산만한 아이들을 보면서 어쩔 줄 몰라 하는 엄마 아빠에 대해 안쓰러움도 함께 보셨을 것입니다. 아까 미안했던 마음이 더욱 미안해졌습니다. “감사합니다”라고 단 한마디라도 전했다면 미안함이 조금이라도 덜 했을 것입니다.

식사를 끝내고 가게를 나서면서 노부부가 다시 오시면 꼭 알려달라고 당부를 해 놓았지만 언제 연락이 올지 기약은 없습니다.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노부부’께 감사드린다고 전하고 싶습니다. 앞으로 우리 아이들을 더욱 꿋꿋이 잘 키우겠다는 다짐도 함께 전해 봅니다.

[아직 살만한 세상]은 점점 각박해지는 세상에 희망과 믿음을 주는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힘들고 지칠 때 아직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아살세’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세요. 따뜻한 세상을 꿈꾸는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대구=김재산 기자 jskimkb@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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