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父 키운 유모’ 내쫓으려던 아들…아버지는 참지 않았다

‘父 키운 유모’ 내쫓으려던 아들…아버지는 참지 않았다

입력 2023-12-08 21:27
국민일보 DB

어린 시절의 아버지를 돌본 90대 유모를 집에서 내쫓으려 한 아들의 시도가 무산됐다. 아버지는 치매 걸린 유모 편에 서서 아들에 맞섰고, 법정 다툼 끝에 승소했다. 전문직 아들은 오피스텔도 아버지와의 관계도 모두 잃게 됐다.

8일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서울동부지법은 40대 아들 A씨가 90대 유모를 상대로 제기한 건물인도 소송 항소심에서 유모의 손을 들어줬다.

유모는 아버지 B씨가 어릴 적 함께 살면서 그를 키우고 집안일을 해왔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집을 나와 기초생활수급자가 됐고, 폐지를 주우면서 생활을 이어 나갔다. 그러다 치매 증세마저 앓게 되면서 더욱 어려운 처지가 됐다. 유모의 형편을 안타깝게 여긴 B씨는 2014년에 7평(23㎡) 크기의 오피스텔을 매입해 유모에게 거처를 제공했다.

다만 오피스텔 소유자는 아들 A씨로 해뒀다. 나이가 90이 넘은 유모가 사망하면 자연스럽게 아들에게 오피스텔을 넘겨주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아들 A씨는 2021년 유모에게 오피스텔을 비워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밀린 임차료 약 1300만원도 한꺼번에 지급해달라는 요구까지 했다. A씨는 “전문직으로 일하면서 모은 돈과 대출금으로 오피스텔을 구입했다”며 자신이 진짜 소유자라고 주장했다.

아버지 B씨는 이런 아들에 맞서 자신을 돌봐준 유모 편에 섰다. 그는 치매에 걸린 유모의 성년후견인을 자청해 아들의 소송에 맞섰다.

결국 1심 재판부는 “오피스텔의 실질적인 소유주는 아버지 B씨”라면서 아들의 청구를 기각했다. B씨가 오피스텔을 매매할 당시를 기억한 공인중개사와 매도인의 증언이 결정적이었다. 그들은 B씨가 오피스텔 매수 계약을 하면서 명의만 아들에게 신탁했다는 점을 법정에서 증언했다.

이어 B씨는 “아들 명의로 오피스텔이 등기된 것이 무효”라면서 소유권이전등기 말소 청구 소송도 진행해 승소했다. A씨는 유모도 내쫓지 못했고, 오피스텔 소유권마저 아버지에게 돌려주게 됐다.

유모를 대리해 소송을 진행한 공단 소속 김기환 변호사는 “처음에는 명의신탁 법리에 따라 승소가 쉽지 않은 사건으로 봤다”며 “길러주신 은혜를 잊지 않고 최선의 노력을 다한 아버지의 의지가 승소를 이끌었다”고 말했다. 공단은 이 사건을 ‘2023년도 법률구조 우수사례’로 선정했다.

이정헌 기자 h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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