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빠졌다!” 망설임 없는 ‘영웅의 본능’ [아살세]

“사람 빠졌다!” 망설임 없는 ‘영웅의 본능’ [아살세]

공지천 익수자 구조한 김보현 소방장

입력 2023-12-16 00:02
2022년 11월 26일 춘천시 공지천교 인근서 익수사 구조한 강원소방본부 특수대응단 소속 김보현 소방장(36). 강원도소방본부 제공

기부 계획을 세우기 위해 모인 휴무일 밤이었습니다. 근처의 깊이 5m 하천으로 한 남성이 떨어졌다는 외침이 다급하게 들려왔습니다. 모임에 있던 남성 중 하나는 강원소방본부 특수대응단 소속 김보현 소방장(36)이었습니다. 김 소방장은 일행과 망설임없이 자리를 박차고 하천으로 향했습니다. 그렇게 신속한 구조로 하천에 빠진 남성을 살려냈습니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사건은 2022년 11월 26일 오후 9시20분쯤 강원도 춘천 공지천에서 발생했습니다. 김 소방장은 늦은 시간에 일행과 식사하던 중 ‘첨벙’하는 소리를 들었다고 합니다. 때마침 가게의 주인은 다급한 목소리로 “사람이 떨어졌다”고 외쳤습니다.

김 소방장은 본능적으로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긴박한 상황에도 침착하게 일행과 역할을 나눴습니다. 김 소방장과 함께 있던 일행도 소방관 동기들이었습니다. 이들은 곧바로 구조 작업에 착수했습니다.

동기 한 명은 119 응급센터에 신고했습니다. 김 소방장과 다른 동기 한 명은 식당 주인의 모터보트를 빌려 하천으로 향했습니다. 어쩌면 소방관이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을 것입니다. 보통 사람이 모터보트를 빌려 구조 계획을 순간적으로 세우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김 소방장은 “물에 사람이 빠졌을 때 가장 좋지 않은 것은 직접 입수해 접근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구조자도 위험에 처하면 소방대원들의 구조량을 가중할 수 잇는 탓입니다. 김 소방장은 모터보트로 하천에 빠진 남성에게 다가갔고 구명환을 던졌습니다.

그 순간 남성은 앞으로 고꾸라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김 소방장은 거침없이 물속으로 뛰어들었습니다. 그렇게 남성을 끌어올린 김 소방장은 상태를 살폈습니다. 김 소방장은 당시를 이렇게 기억했습니다.

“구조 직후 당시에는 의식이 있는 줄 알았습니다. 자세히 살펴보니 얼굴이 시퍼렇고 혀가 나와 있는 심정지 상태였습니다. 그래서 기도를 먼저 확보했습니다.”

2022년 11월 26일 춘천소방서 소속 소방장 반민수, 소방교 송우근, 특수대응단 소방교 김보현이 공지천교에서 구조 활동을 벌이고 있다. 강원도소방본부 제공

김 소방장 말고도 특별구급대원 출신 소방장이 있었습니다. 이들은 구조된 남성에게 심폐소생술을 진행했습니다. 남성은 중간에 호흡이 자발적으로 돌아왔다가 쳐지기를 반복했습니다. 김 소방장과 구조대원들은 선상에서 서로 교대하며 5사이클 정도의 심폐소생술을 진행했습니다.

결국 남성의 호흡은 돌아왔습니다. 구조대원들도 그제야 안도했습니다. 김 소방장은 “평소 훈련받은 대로 본능을 따랐습니다. 나중에 건강을 잘 회복하셨다는 얘기를 듣고 나서야 마음이 놓였습니다”라고 회상했습니다.

가장 적극적으로 생명을 구한 김 소방장은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의 ‘2023 생명존중대상’을 수상했습니다. 김 소방장은 “과분한 상을 주셔서 너무 감사하다”고 했습니다.

그는 “어떤 대원이 거기 있더라도 다 그랬을 겁니다. 항상 무의식중에 (행동할 수 있도록) 훈련을 해왔다”고 말했습니다. 세월호 참사를 지켜보며 생명을 구하는 일이 보람된 일이라는 것을 깨닫고 소방관이 된 김 소방장은 지금도 생명을 구하고 있습니다.

김 소방장은 강원대병원 어린이 병동에 매년 기부도 하고 있습니다. 그는 “어린이 환자들은 제대로 된 빛을 보기도 전인 어린 나이에 아픔을 경험하는 것이기에 제 도움으로 어린이들에게 조금이나마 힘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기부를 시작했다”며 세상을 향한 온정을 보여줬습니다.

“위험한 일이 있을 때는 저희를 믿고 맡겨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동정보다는 응원을 바라고 있습니다.”

투철한 직업정신으로 생명을 지켜낸 김 소방장. 덕분에 시민의 삶은 더 안전해지고 있습니다.

[아직 살만한 세상]은 점점 각박해지는 세상에 희망과 믿음을 주는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힘들고 지칠 때 아직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아살세’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세요. 따뜻한 세상을 꿈꾸는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임소윤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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