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가에 버려진 말라뮤트, 1년 만에 다시 만났습니다 [개st하우스]

폐가에 버려진 말라뮤트, 1년 만에 다시 만났습니다 [개st하우스]

입력 2024-01-31 00:03
개st하우스는 위기의 동물이 가족을 만날 때까지 함께하는 유기동물 기획 취재입니다. 사연 속 동물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면 유튜브 '개st하우스'를 구독해주세요.

지난해 1월 경기도 양평의 폐가에서 구조된 말라뮤트 귀요미 모습. 전 견주가 2년 전 폐가에 버리고 갔으나 집배원의 도움으로 생존했다. 구독자들의 모금과 전문가들의 도움으로 치료해 가족을 기다리고 있다. 이성훈 기자

“버려진 폐가에 보호자 없이 2년을 묶여있던 탓에 말라뮤트 귀요미는 임시보호 첫 3개월은 방치로 인한 후유증에 시달렸어요. 쉴 새 없이 제자리를 맴돌고, 밤새 외롭다고 하울링을 했고요. 그런데 1년이 지난 지금은 전혀 달라졌어요. 핼퍼독(전문가 시범견)과 동거하며 사회성을 길렀습니다. ‘요미야’ 이름을 부르면 달려와 품에 안기고, 다른 동물에게 친절합니다. 이제 반려견으로 살아갈 준비를 마쳤습니다.”
-말라뮤트 귀요미 임시보호자, 권미애 행동전문가

영하 20도의 한파가 불어닥친 지난해 1월 경기도 양평, 개st하우스팀은 산골 폐가에 방치된 말라뮤트 귀요미를 만났습니다. 사연은 딱했습니다. 2년 전 주인이 파산하면서 전원주택을 비우고 떠났는데 그 과정에서 귀요미는 마당에 묶어둔 겁니다. 읍내로 가는 마을버스가 이따금 스쳐 갈 뿐, 찾는 이 없는 폐가에서 녀석은 2년을 버텼습니다. 매일 밤 귀요미가 굶주림과 외로움에 짖는 소리가 산골짜기에 울려 퍼졌고, 그 소리를 들은 이웃집 주민이 귀요미를 발견해 개st하우스에 사연을 알린 겁니다. (2023년 1월 7일자 보도, ‘폐가 버려진 말라뮤트를 구조하러 갑니다’ 참조)

지난해 1월 진행된 말라뮤트 귀요미의 제보 및 구조, 치료 과정.

그런데 이상했습니다. 폐가에 묶여있던 귀요미는 어떻게 굶어 죽지 않고 2년을 버텼을까요. 그 비밀은 개st하우스팀의 취재 도중 폐가를 찾아온 집배원에게 있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집배원은 “요금 고지서를 배송하던 길에 우연히 녀석(귀요미)을 발견했다”면서 “이대로 굶어 죽게 놔둘 수 없어 2년간 매일 폐가를 찾아와 사료와 물을 챙겨줬다”고 털어놓았습니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폐가를 찾아온 성실한 집배원 덕분에 귀요미는 살아 남아 견생역전을 노리게 됐습니다.


구조는 쉽지 않았습니다. 진단 결과 귀요미는 치명적인 심장사상충에 감염돼 생명이 위독했습니다. 구조해 치료하려면 30㎏ 넘는 대형 견을 돌볼 보호공간과 수백만 원에 달하는 치료비를 마련해야 하는데 구조역량이 없는 언론사 홀로 감당하기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사연을 접한 독자들이 힘을 보탰습니다. 구조에 동참한 행동 전문가가 자택에서 귀요미를 돌보겠다고 임시보호를 자원하고, 구독자 300여 명이 모금에 동참해 심장사상충 치료비 340만 원을 달성했습니다. 구독자들의 십시일반이 모여 귀요미의 구조 길이 열린 겁니다. 이후 귀요미는 행동전문가 미애쌤의 집에서 지내며 치료와 행동교육을 병행했습니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났습니다. 유튜브 채널에는 귀요미의 근황을 알려달라는 문의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귀요미는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요? 개st하우스는 지난 29일 경기도 이천의 애견 카페에서 귀요미와 임시보호자 미애쌤을 만났습니다.

“첫 3달은 하울링에 잠도 못 잤지만…귀요미가 밉지 않았어요”

“귀요미, 이리 와!”

이름을 부르자 먼발치에서 33㎏ 대형견 귀요미가 덩실덩실 달려옵니다. 말라뮤트 특유의 풍성한 털이 강가의 갈대처럼 바람에 휘날립니다. 귀요미는 취재기자의 손을 가볍게 핥더니 쓰다듬어 달라며 손바닥에 머리를 밀어 넣었습니다. 흔치 않은 대형견이 애견 카페에 등장하자 손바닥만 한 포메라니안, 시추, 푸들들이 신기한 듯 몰려와 귀요미를 빙 둘러쌉니다. 갑작스러운 팬 미팅에 놀란 귀요미는 고개 숙여 소형견들에게 일일이 코 인사를 건넨 뒤 보호자인 미애쌤 곁에 철퍼덕 앉았습니다. 보호자 발치에서 휴식하는 반려견의 평범한 일상일 뿐이지만, 이를 보여주기 위해 귀요미는 지난 1년간 꾸준히 행동교육을 받았습니다.

"귀요미, 어서와~!" 지난 29일 개st하우스팀은 경기도 이천에서 귀요미와 행동전문가 미애쌤을 만났다. 전병준 기자

지난 2년간 인적이 끊긴 산골 폐가에 방치된 후유증으로 귀요미는 구조 이후 여러 가지 정형 행동을 보였습니다. 밤낮없이 외로움을 호소하는 하울링을 하고, 짧은 줄에 묶여있다는 착각에 제자리를 쉴 새 없이 맴돌았죠. 그런 가엾은 귀요미를 자택에 데려와 반려견으로 거듭나도록 돌본 것은 미애쌤이었습니다. 미애쌤은 지난 13년간 1000여 마리 유기견에게 반려견 교육을 제공한 유기견 행동전문가입니다.

귀요미를 집에 들인 첫 3개월 동안 미애쌤은 새벽잠을 잘 수 없었습니다. 밤새도록 이어지는 귀요미의 하울링 때문입니다. 미애쌤은 “귀요미의 마음은 여전히 폐가에 갇혀있는 것 같아 밉지 않고 그저 안쓰러웠다”면서 “하지만 3개월이 지나자 불안도가 낮아지고 귀요미는 편히 잠자기 시작했다”고 설명합니다. 이제 하울링 등 정형행동이 사라지고, 보호자가 부르면 손을 핥고 곁에 앉는 등 교감에 익숙해지고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숙제는 배변 교육이었습니다. 방치견 시절 1m 쇠줄에 묶였던 귀요미는 제자리에서 배변을 해결해야 했습니다. 구조 이후에도 실내 아무 곳에나 배변을 했습니다. 반려견으로 살아가려면 올바른 배변 습관을 만들어야 했습니다. 미애쌤은 귀요미에게 규칙적인 생활 패턴을 만들어줬습니다. 매일 오전 8시와 오후 6시에 사료를 주고, 식후 30분 안에 바깥 산책에 나섰습니다. 그러자 배변 문제가 해결됐습니다. 이제 귀요미는 야외에서 배변하고 실내에선 배변 문제를 일으키지 않습니다.

귀요미는 타고난 품성이 순해 소형견, 고양이와 합사가 가능합니다. 미애쌤이 기르는 행동교육 모범견인 헬퍼독 세 마리와 동거한 경험 덕분입니다. 미애쌤은 “귀요미는 자신보다 작은 동물들에게 친절하며 다툼이 발생하면 맞대응하지 않고 자리를 피하는 영리한 친구”라고 총평했습니다.

귀요미는 자신보다 덩치가 작은 동물들에게도 상냥하다. 행동교육 모범견인 헬퍼독들과 동거하며 사회성을 길렀다. 전병준 기자

임시보호 완료, 귀요미의 가족을 모집합니다

유기견 구조의 마침표는 입양이라고들 합니다. 위기의 동물을 정성껏 구조, 치료하는 것 못지 않게 행복한 입양 길을 열어주는 일이 중요하다는 뜻입니다. 1년 전 유튜브 라이브로 귀요미 구조 현장을 생중계할 당시 시청자 800명 가운데 10여 명이 입양 의사를 밝혔습니다. 당시 개st하우스 팀은 귀요미가 치료와 반려견 교육을 마치면 정식으로 입양모집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리고 1년 뒤, 귀요미는 구독자님들의 성금 그리고 전문가의 도움이 모여 비참한 방치견에서 건강한 말라뮤트로 거듭났습니다.

귀요미의 입양모집 소식을 전하자, 귀요미 사연을 제보했던 이웃 주민 김혜선씨도 전화로 응원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혜선씨는 “여러 언론사와 구조단체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모두 거절당해 실은 거의 포기했었다”면서 “구독자님들이 십시일반 도와주시면서 귀요미가 견생역전을 앞둔 이 상황이 신기하다”고 합니다. 이어 “홀로 보낸 시간이 많은 아이인 만큼 자주 산책시켜주고 놀아줄 보호자를 만나면 좋겠다”고 덧붙였습니다.

미소가 밝은 말라뮤트 귀요미의 가족을 모집합니다. 입양에 관심있는 분은 기사 하단의 입양 공고를 확인해주세요.


■시민 온정으로 거듭난 말라뮤트, 귀요미의 가족을 모집합니다
-3살 중성화 수컷, 체중 33㎏
-성격이 순하며 다른 동물과 잘 지냄(고양이와 합사 가능)
-실외배변 선호
-분리불안 없으며 산책을 좋아함. 보호자를 잘 따름

■아래 입양신청서를 작성해주세요
-https://url.kr/4xk7cv

■귀요미는 개st하우스에 출연한 126번째 견공입니다. (99마리 입양 완료)
-입양자에게는 반려동물 사료 브랜드 로얄캐닌이 동물의 나이, 크기, 생활습관에 맞는 ‘영양 맞춤사료’ 1년치(12포)를 후원합니다.



이성훈 기자 전병준 기자 tell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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