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봅시다]예배를 외주화할 수 있나요?

[생각해봅시다]예배를 외주화할 수 있나요?

입력 2024-02-12 08:37 수정 2024-02-12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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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

대학에서 실용음악을 전공한 A(38·여)씨는 서울의 한 교회에서 매월 50만원의 사례비를 받고 건반 반주를 합니다. A씨는 매주 오후 예배 찬양 순서가 끝나면 서둘러 자리를 뜹니다. A씨는 8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오전 예배야 어쩔 수 없지만, 오후 시간에는 제가 다니는 교회에서 예배를 드리고 싶어서”라고 이유를 말했습니다. A씨에게 반주는 남의 교회에서 하는 ‘아르바이트’에 가까운지도 모르겠습니다.

교회가 외부에서 찬양인도자·반주자 등을 모셔오는 것은 한국교회의 익숙한 풍경이 됐습니다. 예배팀 전원이 교회 밖에서 온 유급 사역자인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전공자들로 이뤄진 유급사역자들이 찬양 인도, 악기 연주, 음향 엔지니어 등을 맡으면 예배팀의 완성도는 단시간에 높아집니다. ‘갈등’ 관리에도 강점이 있습니다. ‘팀사역의 원리’(CLC)의 저자인 백성훈 경기도 김포 이름없는교회 목사는 “봉사자들로 이뤄진 예배팀은 관계의 문제, 소통의 문제로 갈등을 겪는 일이 적지 않다”며 “유급 사역자들의 경우 갈등이 벌어지더라도 고용 주체인 교회가 중재하기 쉽고, 심하면 다른 사역자로 교체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백 목사는 “대형교회가 먼저 유급 사역자 채용을 시작한 것도 이런 장점을 알기 때문”이라며 “중소형 교회들도 이 모습을 부러워하며 일부라도 유급 사역자를 모셔오려고 하는 것이 현재 대한민국 교회의 상황”이라고 전했습니다.

우려되는 점은 ‘영적인 영역’인 찬양 사역이 하나의 비즈니스로 변질할 가능성이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돈 받으면 프로’라는 김성근 야구 감독의 말처럼 예배임에도 돈을 받은 사람은 결과와 실력으로 평가받게 됩니다. 백 목사는 “돈을 받으니 사역이 아닌 일이 되는 현상이 벌어진다”며 “교인들도 새로운 사역자가 오면 ‘잘한다 못 한다’부터 따지게 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유급 사역자들이 느끼는 문제점도 적지 않습니다. A씨는 “짧으면 1년 길면 2년마다 사역지를 옮기기 때문에 교회 안에 녹아들기 쉽지 않다. 내 교회라는 생각을 갖기 어렵다”며 “봉사자인 찬양팀 구성원들을 대할 때도 영성보다는 실력을 기준으로 보게 된다”고 털어놓았습니다. 찬양사역자를 위한 커뮤니티 올포워십 대표로 여러 교회에서 워십 코디네이터로 활동한 채윤성 목사는 “많은 분이 반주자들에게 ‘아르바이트생처럼 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하지만 정작 다른 교인에 준하는 영적 돌봄을 제공하는 교회는 많지 않다”며 “음악도 잘했으면 좋겠고 우리교회 성도가 되면 좋겠다는 마음은 욕심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예배 안에도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한 영역은 분명히 존재합니다. 그러나 교회 안에서 자체 인력을 발굴하려는 노력을 멈춰선 안 됩니다. 백 목사는 “유급 사역자의 비중이 늘어날수록 교회 안에서 찬양으로 섬기고 싶은 사람들이 설 자리가 줄어든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며 “나중에는 돈 안 받고 봉사할 사람이 사라질지도 모른다”고 우려를 전했습니다. 이어 “높은 완성도를 추구하려는 목적이 무엇인지 정직하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며 “과거 기타 하나만 가지고 투박하게 하던 예배에서도 은혜가 넘쳤다는 것을 잊어선 안 된다”고 조언했습니다.

손동준 기자 sd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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